분노한 도미닉의 10번째 질주 “이건 차가 아니라 탱크다” [리뷰]

김유태 기자(ink@mk.co.kr) 2023. 5. 1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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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개봉

사골도 이런 사골이 없다. 22년간 무려 10편을 우려냈다. 그럼에도 벌써 다음편이 궁금해질 만큼 액션이 기대 이상이다. 영화관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려면 이제 이쯤은 돼야 한다.

17일 개봉한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가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당분간 적수가 안 보여 5월 극장가 최대 흥행이 예상된다.

영화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의 한 장면.
로마, 나폴리, 런던, 리우데자네이루, 남극, 포르투갈을 옮겨다니며 ‘차로 할 수 있는 짓은 다 해보는’ 이 레이싱 영화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 10번째 작품으로, 주인공 도미닉 토레토(돔)와 그의 ‘패밀리’를 전부 말살하려는 빌런(악한) 단테의 탄생에서 시작된다.

‘분노의 질주5: 언리미티드’에서 돔은 브라질 조폭 레이예스의 15t짜리 금고를 차에 매달아 통째로 훔쳤다. 이번 신작은 5편의 후속편 격으로, 이 금고털이 장면을 영화 첫 장면에 삽입하며 레이예스의 아들인 단테가 복수를 결심하는 모습으로 열린다. 단테는 아버지의 죽음을 되갚고자 돔이 가장 사랑하는 아들 브라이언을 노린다.

“레이스에서 이기려면 길을 뺏으면 돼.”(단테)

“넌 실수를 했어. 내 차를 뺏지 않은 것.”(돔)

영화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의 한 장면.
단테는 돔과 패밀리를 로마로 유인한 뒤 해저용 중성자탄을 실은 대형 트럭을 몰게 하고는 바티칸으로 돌진하게 만든다. 돔은 좁은 골목를 질주하고 차로 계단을 역주행하며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으로 구르는 육중한 폭탄을 차로 막는다. 돔의 차는 차가 아니라 탱크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모든 노하우를 쏟아부은 듯한 로마 카체이싱 장면에서 티켓값 본전은 뽑는다.

돔이 1970년형 포드 페어레인으로 댐의 경사면을 수직으로 질주하는 장면은 아드레날린을 분출케 한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장면이지만 원래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말이 되는 액션만 보여준 게 아니란 점을 염두에 두고 이 정도는 납득해줘야 한다. (분노의질주 9편에선 인공위성을 제거하려 로켓을 단 자동차를 우주까지 보냈다. ‘분노의 질주’는 본래 중력도 마찰계수도 안 통하는 영화다.)

영화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의 한 장면.
사이코패스 악한 단테의 새 등장
아들 지키려는 돔의 부성애 액션
‘다크나이트’ 속 조커를 상기하는 사이코패스 단테를 연기한 제이슨 모모아 연기는 기대에 값한다.

단테는 죽은 시체의 얼굴에 스카치 테이프를 붙여 표정을 만들어준 뒤 발톱 메니큐어를 정성껏 발라준다. 단테가 살갑게 웃으며 시체와 대화하는 장면은 제작진이 얼마나 단테라는 캐릭터 설정을 고민했는지를 알려준다. 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환희에 차서 ‘오 솔레 미오(나의 태양)’를 높은 목소리로 부르는 단테를 (영화적으로)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겠다.

“차로 맺어진 종교”인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후속작이 또 나온다. 이번 신작은 이를테면 ‘10-1편’이다. ‘10-2편’으로 끝낼지, ‘10-3’편으로 마무리될지는 미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기 전에 쿠키 영상이 있으니 ‘분질’ 팬이라면 꼭 챙겨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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