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우 라이브] 정아은 작가 “전두환은 모순적 인물, 좋은 아빠이자 잔인한 학살자…아이 수준 정신세계”

KBS 2023. 5. 18.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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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KBS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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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두환의 마지막 33년>, 우리가 왜 단죄하지 못했나 추적하는 책
- 우리 사회가 법과 시스템 아닌 최고 행정부 수반 개인 의지에 따라 움직여 만들어진 비극
-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건 80년대 시절의 틀 자체, 당시 지도자와 헷갈려선 안 돼
- 이승만 박정희는 일말의 정통성이라도 있어.. 전두환은 국민의 선택 받지 못한 유일한 대통령
- 우리 시대 5.18 정신은 ‘생명’, 희생자들 옆에서 가만히 있지 못했던 사람들의 마음

■ 프로그램명 : KBS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 코너명 : <훅인터뷰>
■ 방송시간 : 5월 18일 (목) 17:05~18:55 KBS1R FM 97.3 MHz
■ 출연자 : 정아은 작가


◇주진우: 모두를 위한 모두를 향한 모두의 궁금증 <훅인터뷰>. 5.18 40년이 넘는 동안 정말 사과해야 될 사람은 사과를 하지 않았어요. 전씨 일가 중에서도 전우원 씨가 사과했을 뿐입니다. 박관현 열사의 누나 박행순 씨는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던 할아버지의 죄를 손자가 대신 무릎까지 꿇고 빌었다. 해묵었던 분노와 설움이 조금은 풀렸다 이런 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전두환 씨가 죽었지 않습니까. 이렇게 보내면 안 되는데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사람들이. 왜 근데 전두환 씨는 단 한 번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을까요, 사과하지 않았을까요? 이 문제에 대해서 고민해 보겠습니다. 책 <전두환의 마지막 33년(그는 왜 무릎 꿇지 않았는가)>를 쓴 정아은 작가 모셨습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정아은: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주진우: 5.18 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죠, 작가님한테는?

◆정아은: 그렇죠. 책을 썼으니까요.

◇주진우: 그러니까요. 전두환의 마지막 33년. 왜 마지막 33년을 이렇게 주목하셨어요?

◆정아은: 제가 2021년 11월 23일 날 돌아가셨잖아요. 그때 주위에서 연락이 되게 많이 왔어요. 되게 슬퍼하더라고요, 사람들이.

◇주진우: 그래요?

◆정아은: 네. 근데 그 슬픔이 되게 특별한 슬픔인 거예요. 그러니까 누가 내가 이 사람 너무 좋아하는데 이 사람이 세상을 떠나서 슬퍼가 아니라 이 사람이 더 이상 살아 있지 않아서 단죄할 수 없다는 거에 대해서 너무 슬퍼하는 거예요.

◇주진우: 그렇죠.

◆정아은: 되게 이상한 슬픔인 거예요, 이게. 근데 그게 되게 강하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너무너무 안타까워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 풍경이 너무 이상했어요. 왜냐하면 이분이 퇴임하신 지 2년 만에 돌아가신 것도 아니고 33년이나 살다 가셨거든요.

◇주진우: 그렇죠.

◆정아은: 우리가 충분히 단죄하려면 단죄를 할 수 있었단 말이죠. 그런데 그 기간 동안에는 다 흘려보내고 돌아가신 다음에 안타깝다, 너무 슬퍼하고 있는 그 모습이 너무너무 특이하게 느껴졌어요.

◇주진우: 그러네요.

◆정아은: 되게 이상한 거잖아요. 33년 동안 못 했다는 거는 50년, 60년이어도 못 했을 거라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 사회가 왜 그런 범죄자를 단죄하지 못했나 이거를 살펴봐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러자면 이 인물의 일대기를 살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책을 썼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왜 단죄하지 못했나를 추적하는 책이에요.

◇주진우: 왜 우리는 단죄하지 못했을까. 왜 전두환은 무릎 꿇지 않았을까. 어떤 생각이 드셨어요? 왜 안 했을까요?

◆정아은: 가장 단순하게는 무릎 꿇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죠.

◇주진우: 그렇죠. 떵떵거리고 살았습니다. 잘 살았습니다. 전두환 씨 주변에 사람이 계속 몰리고 속 충성하고 그런 사람들 많았습니다. 장세동 씨가 얼마 전에 인터뷰를 해서 사과할 필요도 없다, 역사가 알아서 해주겠다 이렇게 얘기했는데 장세동 씨는 2002년도 대선에 나왔습니다, 대전주자로. 그래서 장세동 씨한테 가서 당신 살인자인데 어떻게 대선에 나왔냐, 왜 나왔냐 얘기했더니 각하를 욕보여서, 세상이 각하를 욕보이고 모욕하고 그래서 자기가 단죄하려고 나왔다는 거예요. 이 사람들 이게 뭔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그런데 그런 일이 있어요. 정말 떵떵거리고 고개 뻣뻣이 들고 살았어요. 일말의 반성도 없었고요, 사과도 없었고요. 법정에 들어가면서 하던 행태를 보세요. 이순자 씨 민주주의 아버지라고 하고요. 이 사람이 그럴 필요가 없었어요. 사과하라, 반성하라 거의 대부분의 그런 목소리가 있었지만 일부에서는 전두환 때가 좋았다, 국부다 이런 얘기 했지 않습니까?

◆정아은: 맞습니다. 이게 우리 사회가 법과 시스템에 의해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최고 행정부 수반의 개인적 동기 또는 개인 의지에 따라서 움직이는 인치의 사회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비극이라고 생각하고요.

◇주진우: 그래요?

◆정아은: 그러니까 이분을 단죄하는 게 시스템에 의해서 이루어진 게 아니라 단죄를 했다가 풀어줬다가 다시 단죄했다가 이런 식으로 이루어졌잖아요, 재산 몰수도 그렇고. 그게 일관성을 가지고 시스테믹하게 진행된 것이 아니라 그때 당선된 대통령이 자기가 정치적 위기를 모면할 필요가 있을 때 집어넣었고 또 당선이 유력한 사람이 더 영남에서의 지지세를 더 확장하기 위해서 풀어주자고 해서 풀어줬고 또 박근혜 대통령 때는 굉장히 전두환 추징법이라고 추징을 많이 했잖아요. 그건 또 정말 법치와 시스템에 의해서가 아니라 굉장히 개인적인 사감에 의해서 과거에 아버지 돌아가신 마음에 있었던 그런.

◇주진우: 그렇죠.

◆정아은: 그러니까 이 단죄의 절차들이 모두 다 대통령 개인의 사감에 의해서 굉장히 임의적으로 행해졌기 때문에 결국에는 자유의 몸이 되었고 밖으로 나와서 너무나 풍족하게 살다 갔다는 것이죠. 그걸 어떤 사회의 예를 들어서 국회의원들이 입법을 제대로 하고 또는 검사가 제대로 추적을 하고 판사가 제대로 판단을 해서 각자 자기가 선 자리에서 시스템에 따라서 선을 지키면서 자기 직을 걸고서라도 이를 악인을 단죄하기 위해서 뛰었다면 단죄가 됐을 텐데 그게 아니었던 거죠.

◇주진우: 그러네요.

◆정아은: 인치의 그늘이죠, 인치의 그늘.

◇주진우: 그렇죠. 전두환 씨 주변 사람들 있지 않습니까? 쿠데타에 참여했거나 아니면 전두환 정권에 같이 참여했던 사람들, 그런 엘리트들 그 사람들은 잘 먹고 잘 삽니다. 전두환 씨 주변 사람들은요. 제가 재산 추적하다 특징이 있었는데 스위스에 계좌를 만들었고요. 그리고 미국, 뉴욕 뉴저지 주변에 대저택을 삽니다. 그렇게 지냅니다. 지금 자손이 떵떵거리고 잘 삽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전두환 때가 편했다 그렇게 얘기도 할 수 있는데 왜 많은 사람들이 전두환 때는 살기 좋았어 이 얘기를 그냥 스스럼없이 할까요? 부끄럼도 없이.

◆정아은: 일단 그때는 정보가 차단돼 있었어요. 80대에 유선전화 보급률이 7.2%였습니다. 그러니까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때였어요.

◇주진우: 특권층만 전화기를 갖고 있었죠.

◆정아은: 그렇죠. 그래서 정보는 정말 몇 개의 신문과 몇 개의 방송을 통해서만 퍼지는 것이지 그 말인즉 최고 직위에 있는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왜곡된 정보로 사람들을 많이 속일 수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이게 알려지지 않았고 그래서 사람들이 대통령에 대해서 방송에서 정말 너무나 적극적으로 소탈하고 인자한 대통령, 구국의 대통령 이런 거 했잖아요.

◇주진우: 언론 부역자들 많았어요.

◆정아은: 그렇죠. 그게 많이 먹혔고 그리고 그 7.5년 동안의 치세가 지나간 다음에 또 노태우 정권이 들어와서 연성 군사정권으로 5년을 더 했잖아요. 그때 너무나 많은 기득권들이 사회 곳곳에 파고들었기 때문에 이제는 그런 미화 같은 것들이 굉장히 시스테믹하게 이루어졌고 그 여파로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죠.

◇주진우: 작가님, 소설 쓰시는 분인데 이번에는 논픽션이죠? 어떻게 이렇게 생각하게 되셨어요?

◆정아은: 제가 원래 소설을 쓰기 전부터 저는 원래 역사를 좋아해요. 역사 덕후입니다. 그래서 제가 언젠가는 대하 소설을 쓰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주진우: 이명박 전 대통령 또 쓰시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정아은: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냥 작가로 데뷔한 다음에는 현대 소설들을 주로 쓰고 있다가 언제 제가 이 대하 소설을 쓰는 건 한 환갑 넘어서 하고 그전에 한번 연습 삼아 한 두 권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언제였냐 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이게 굉장히 재밌는 현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니까 제가 생각했던 책은 이거였어요. 1권은 두 군인이에요. 전두환, 노태우. 2권은 두 변호사예요. 노무현, 문재인. 그래서 같은 직종에서 친구가 나란히 정권을 주고받았던 예가 사실은.

◇주진우: 전 세계적으로 없죠.

◆정아은: 흔치 않죠. 그래서 제가 이 신기한 현상을 써보고 싶더라고요. 그걸 통해서 사회를 드러내고 싶었던 거죠. 더군다나 정치 사법화 현상이 되게 심해지고 있잖아요. 특히나 최근에 있었던 대선 2번은 다 검사하고 변호사의 대결이었단 말이죠. 2권은 그거하고 연결시켜서 사회를 드러내고 1권은 군부 독재를 드러내고 싶었는데 그렇게 해서 원래는 그 2권짜리 그렇게 쓸 생각이었는데 그중에 1권의 등장인물이었던 전두환 씨가 2021년에 돌아가시면서 제 마음에 의문이 생겼던 거죠. 어떻게 저렇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있나, 사람이? 저분도 사람인데? 정말 안 느꼈을까? 이게 너무 궁금해진 거예요. 그래서 이걸 파봐야겠다 생각하고 한 인물로 포커스를 두고 그분을 쓰게 됐죠.

◇주진우: 그래서 추적해 보니 연구해 보니 인간 전두환은 어떤 사람이던가요?

◆정아은: 이분 되게 모순적인 분이에요. 그 안에 너무나 상반된 인격이 들어 있는 거죠. 우리 모두 그렇지만 이분은 그게 굉장히 심했어요. 그래서 이분이 그분 주위에서 일했던 사람들한테 들어보면 굉장한 애처가였다고 합니다.

◇주진우: 애처가였어요?

◆정아은: 네, 엄청난 애처가였다고.

◇주진우: 애처가였어요. 전두환 씨가 대통령 시절에 이순자 씨의 속옷과 다른 걸 직접 챙기는, 물론 사오라고 했겠죠. 그런 모습을 제가 어디에서 취재한 적이 있고요. 이순자 씨를 위해서 좀 특별한 이벤트를 하는 모습도 취재한 적이 있었어요. 그리고 가족들한테 매우 잘했죠.

◆정아은: 엄청나게 잘한 사람이었고요. 감옥에 있을 때는 뭘 했냐 하면 동화책을 읽어요. 외웁니다. 이유는 자기 손자, 손녀들한테 들려줄 이야기가 없어서 고민했는데 내가 감옥에 있을 때 이 이야기를 외웠다가.

◇주진우: 손자, 손녀들한테.

◆정아은: 들려주기 위해서 외워야겠다 생각하고 동화책을 열심히 읽어요. 그런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자기하고 가까운 친인척이나 가족이나 또는 자기 부하, 자기하고 몹시 연관된 사람들한테는 더없이 따뜻한 사람이에요.

◇주진우: 전우원 씨한테도 잘 읽어줬어요, 동화책. 그리고 자기 부하들한테 있지 않습니까. 돈을 많이 줍니다, 자기 아는 사람들한테.

◆정아은: 그렇죠.

◇주진우: 그렇죠. 돈을 상상하는 것보다 10배, 20배 진짜 많이 줍니다. 그래서 전두환에 대한 충성심은 거의 돈에서 나오는 게 크죠, 맞죠?

◆정아은: 맞습니다. 그런데 자기하고 관련이 없는 진짜 타인한테는 그렇게 잔인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거 여파로 나타난 게 5.18 삼청교육대 이런 일들이잖아요. 그래서 자기하고 아무런 관련이 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한테는 굉장히 무자비하고 무신경하고 무지성 그 자체였던 사람이었던 거죠.

◇주진우: 그렇죠.

◆정아은: 그러니까 굉장히 좋은 아빠와 잔인한 학살자가 한꺼번에 한 인격체 안에 들어 있었던 거예요. 저는 이게 원인이 뭘까. 그러니까 이 사람이 사이코패스라고 볼 수도 없는 거잖아요. 사이코패스는 가족하고 따뜻한 관계를 나눌 수가 없어요. 감정이 없기 때문에.

◇주진우: 그래요?

◆정아은: 학습에 의해서 따뜻한 척은 할 수 있으나 실제로 눈물 흘리고 감정을 느끼진 않거든요. 전두환 씨는 감정 많이 느꼈고 소탈했고 자기 가까운 사람들하고 정말 따뜻하게 사랑을 주고받았습니다. 실제로 사람들도 좋아했고, 가까운 사람들이 그 사람을. 그러니까 사이코패스라고 볼 수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문제가 더 어려워지는 거죠. 근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저는 그 답을 이 사람의 정신세계에서 다른 부분은 모르겠는데 자기의 잘못하고 대면하는 능력 이거에서 찾은 거죠.

◇주진우: 그래요?

◆정아은: 사람이 자기가 잘못한 일에 대해서 들여다보고 인정하고 거기에 대해서 내가 왜 이런 잘못을 했을까 하고 분석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잖아요. 인정하고 어렵고. 근데 우리는 아기 때는 어떤 잘못을 해놓고 자기가 누구 때려 놓고 너 얘랑 왜 싸웠어 그러면 쟤가 나 때렸어요 하고 거짓말하잖아요. 그런데 어른 되면 그렇게 합니까? 안 그러죠. 그렇게 하면 더 불행해진다는 거 알기 때문에 인정하죠, 아파도.

◇주진우: 그런 사람이 있죠.

◆정아은: 그렇죠. 물론 어른 중에도 그런 사람 있지만 전두환 씨 같은 경우에는 딱 그 아이 수준에 머물러 있었던 거예요. 자기 잘못하고 대면해야 되는 순간이 오면 거기서 딱 멈추고 더 이상 생각을 하지 않는 거예요. 그리고 그건 내 잘못이 아니야. 평생 이렇게 대응을 했던 사람인 거죠.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타인한테는 잔인한 모습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주진우: 광주에서 있었던 일도 이렇게 해석하는 게 맞을까요? 자기가 군대를 보내서 민간인을 학살했습니다, 살인했습니다, 살인자입니다. 그런데 자위권 발동이었다, 쟤네들이 잘못했어. 이런 거잖아요.

◆정아은: 그렇죠.

◇주진우: 이미 공수부대가 먼저 갔다고 장세동 씨도 얘기했지 않습니까? 먼저 갔는데 거기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몰라도 자위권 발동이라고 얘기했고 그리고 끝까지 사과 안 하고.

◆정아은: 그 부분을 이해가 안 가지만 그거를 어린아이의 정신세계라고 딱 생각하면 모든 게 아귀가 다 맞아요.

◇주진우: 그래요?

◆정아은: 그게 그거잖아요. 내가 안 했어. 내가 공수부대 보낸 게 아니라 쟤네가 폭도야.

◇주진우: 네, 폭동이라고 하잖아요.

◆정아은: 쟤네가 북한에서 내려온 거야. 이게 얼마나 어린아이 같은 소리예요.

◇주진우: 말도 안 되죠.

◆정아은: 누구나 그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고 광주의 핵심은 공수부대가 갔다는 데 있잖아요. 국군, 정예군 중에서도 최정예군입니다. 가장 전투력이 강한 정예군을 시민한테 보낸 거예요. 이미 그때부터 살인은 예고가 돼 있었던 거죠.

◇주진우: 그렇죠.

◆정아은: 그런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인정하지 않고 쟤네가 폭도야 이렇게 하는 거는 어린아이 수준에 머물러 있는 거죠.

◇주진우: 더 문제는요, 그런 말도 안 되는 전두환을 지금도 추종해요. 전두환 때가 좋았다. 그게 아니라 지금도 추종해요. 정치 세력은 전두환 당에서 뿌리로 이어가기도 하고요. 어떤 사람들 아직도 추앙하고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봐야 됩니까?

◆정아은: 일단 저는 그게 옛시절에 대한 향수일 수도 있고 80년대에는 우리가 하나의 국가의 국민이라는 생각이 대단히 강했고 공동체가 많이 남아 있었어요. 그래서 내가 열심히 일하면 국가를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국가가 나를 보호해 준다는 느낌을 받는 시대였거든요. 그 이유는 냉전체제 하에서 일국 경제가 가능한 때였어요. 대통령이 한 국가의 경제를 쥐락펴락하면서 자기가 영향력을 끼쳐서 대단히 카리스마 있게 지도할 수 있는 그런 시대였던 거죠. 그런데 냉전이 끝나고 공산주의 국가와 자본주의 국가가 다 하나의 체제를 갖게 되면서 모든 시장이 하나가 되면서 글로벌 경제가 된 거예요. 지구가 한 마을이 되면서 더 이상 일국 경제라는 게 불가능해진 거예요. 그래서 한 명의 대통령이 나와서 한 나라의 국가 경제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진 거죠. 그만큼 통제력을 발휘할 수도 없고요. 그렇기 때문에 그 여파로 뭔가 소속감, 하나라는 생각, 우리가 똘똘 뭉쳐서 어디 가고 있다는 생각 자체가 가질 수가 없는 시대가 된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건 그 80년대 시절이 갖고 있던 틀 자체이지. 사람들은 그걸 그 당시 지도자하고 헷갈리게 생각하세요.

◇주진우: 그렇죠. 과거는 아름답게 미화될 수도 있어요. 향수를 가질 수도 있는데 그때 그 지도자 이건 또 별개죠.

◆정아은: 그렇죠.

◇주진우: 자세히 보면. 전두환을 연구를 오래하셨으니까 전두환 씨가 지도자로 보이면,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과는 어떤 차별점이 보입니까? 어떤 점이 비슷하고 어떤 점이 좀 다릅니까?

◆정아은: 일단 비슷한 점은 다 독재를 했다는 거고요. 그런데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의 경우에는 일단 가장 자격상 큰 차이는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은 각각 2번, 3번씩 국민의 선택으로 대통령이 됐어요.

◇주진우: 선거는 있었죠.

◆정아은: 투표로 대통령이 됐습니다. 물론 투표가 완벽하진 않았죠. 부정 선거도 있었을 때고. 하지만 어쨌든 일말의 정통성은 있었던 셈이죠. 전두환 씨는 한 번도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주진우: 체육관에서.

◆정아은: 네. 우리나라 역사상 한 번도 국민의 선택을 받지 않은 유일한 대통령이에요. 그게 가장 큰 차이점이고요.

◇주진우: 그렇죠. 쿠데타.

◆정아은: 두 번째 차이점은 박정희, 이승만 대통령은 어느 시점까지는 자기 나름대로 존경을 얻을 만한 경력이 있어요. 이승만 대통령은 당시 우리나라 최고 학벌이었죠. 프린스턴대 박사. 그리고 독립지사로서.

◇주진우: 독립운동도 했어요.

◆정아은: 그러니까 과거 어느 시점까지 훌륭하게 살았던 인생 경력이 있는 거예요.

◇주진우: 그렇죠.

◆정아은: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도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 교사도 했고 되게 여러 가지 능력이나 이런 면에서, 그러니까 변절을 했던 역사는 있으나 군대 내에서의 신망도 높았고 장군을 따르는 사람들도 많았고 그리고 뭔가 국민들을 배불리 먹여야겠다는 그런 사명 하에서 뭔가 존경을 얻을 만한 그런 경력들이 있었던 거죠. 그렇기 때문에 투표해서 당선도 되셨고. 그런데 전두환의 경우는 그게 아니었다는 거죠. 과거에 그렇게 공동체의 신망을 얻을 만한 그런 경력도 없었고 투표로 되지도 않았고. 이게 큰 차이인데 전두환 씨는 그걸 헷갈렸던 것 같아요. 자기가 봤던 박정희의 모습 중에서 가장 편법을 쓰고 가장 못나고 가장 잔인했던 면만 그대로 끌어와서 배웠던 것 같습니다.

◇주진우: 그렇습니까?

◆정아은: 네.

◇주진우: 전두환 씨하고 윤석열 대통령하고 비교해 보면 어떤 점이 보입니까?

◆정아은: 그것은 제 책을 보면 스스로 깨닫게끔 제가 만들어놨습니다.

◇주진우: 그렇습니까? 지도자인데 어떤 덕목이 겹치고 어떤 덕목은 차이가 나는지 좀.

◆정아은: 제 책을 보면 역대 대통령들의 공통점과 차이점, 지금 현재 대통령에 대한 것도 다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만 말씀드리죠.

◇주진우: 우리는 어떻게 전두환을 기억해야 될까요?

◆정아은: 그게 가장 어려운 문제인데요. 개인은 시대가 낳는 거잖아요. 그분의 개인 인성으로만 찾을 수는 없고 물론 그분이 원래 타고났던 그런 성향도 있었지만 또 시대가 추동한 면도 많이 있었죠.

◇주진우: 그렇죠.

◆정아은: 우리나라가 너무 가난했고 순식간에 근대화를 이루어야 했기 때문에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는 지도자를 많이 추동했어요, 사회 자체가. 거기서 나왔던 그런데 이 사람 기질 자체도 대단히 대담하고 성찰하지 않고 추진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것과 사회의 기운이 만나서 이런 극단적인 돌연변이가 나왔던 것 같습니다. 그걸 기억해야 될 것 같아요. 사회. 사회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분위기가 무엇인가.

◇주진우: 우리 시대의 5.18 정신은 뭘까요?

◆정아은: 생명이죠.

◇주진우: 생명.

◆정아은: 5.18의 발발은 눈앞에서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갑자기 대검으로 머리를 맞고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걸 본 데서 시작한 거잖아요. 그것이 가장 중요한 사건이었죠. 그래서 내 눈앞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가는 사람에 대한 너무나 슬픔과 그런 걸로 들고 일어선 거였잖아요. 생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앞에 가만히 있지 않았던 사람들의 마음.

◇주진우: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정상무 님께서 "책 제목이 뭔가요?" <전두환의 마지막 33년(그는 왜 무릎 꿇지 않았는가)>입니다.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의 작가 정아은 작가와 말씀 나눴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아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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