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vs 은행… 336조 퇴직연금 쟁탈전
증권사로 고객이탈 러시 우려
은행권, 특화서비스 잇따라 선봬
지난해 도입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영제도)이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7월 본격 시행된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추산한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336조원. 새롭게 시장진입을 노리는 증권사와 지켜려는 은행권간의 한판 대결이 예고되고 있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따로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아도 금융사가 사전 결정한 운용 방법을 통해 투자 상품을 자동으로 선정해 운용하는 제도다. 그만큼 금융사의 운용능력의 중요성이 커지는 셈이다.
일각에선 디폴트옵션 시행 시 증권사로 퇴직연금 계좌를 옮기는 '머니 무브'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수익률 측면에서 은행은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한 반면, 증권사는 공격적 투자에 강점을 보이기 때문에 높은 수익을 원하는 가입자들의 움직임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은행들은 퇴직연금 특화 서비스 등을 잇따라 내놓으며 발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 1분기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퇴직연금 수익률 평균은 증권사에 비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리금 보장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확정급여형(DB)이 2.43%, 확정기여형(DC)이 2.45%, 개인형 IRP가 2.24%다. 금감원 퇴직연금 공시에 올라와있는 증권사 3곳(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증권)의 평균 수익률은 DB형이 2.81%, DC형이 2.86%, 개인형 IRP가 2.88%를 기록했다. 은행과 비교해 최대 0.64포인트(p) 높다.
증권사는 은행권 대비 높은 수익률로 퇴직연금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적립금 기준 지난 3월 말 증권사의 퇴직연금 시장 점유율은 22.7%다. 2020년 1분기 말(20%)과 비교해 2.7%p 늘었다. 같은 기간 보험사는 28.2%에서 25.6%로, 은행은 51.8%에서 51.7%로 줄었다.
여기에 오는 7월부터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제도가 시행되면서 은행권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은행권의 낮은 퇴직연금 수익률에 만족하지 않고 증권사로의 고객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퇴직연금 시장에서 은행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이 넘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비이자이익 확대가 시급한 은행 입장에서 퇴직연금 시장은 매우 중요한 시장 중 하나다.
이에 은행들은 수수료 면제 등을 통해 기존 퇴직연금 고객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신규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부터 AI가 진단하고 처방하는 'AI연금투자 솔루션'을 선보였다. 하나금융융합기술원과 포스텍의 알고리즘, 머신러닝 기반 상품 추천을 통해 연금자산 현황 진단 및 은퇴 시점에 필요한 연금자산을 달성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퇴직연금 특화 서비스인 '신한 연금케어'를 출시했다. 신한 연금케어는 퇴직연금에 특화된 목표기반 투자 엔진을 적용해 △개인별 수익률 목표 설정 △맞춤형 상품 포트폴리오 △자산건강도 및 투자 가이던스 제공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전문적인 사후관리를 통해 고객별 퇴직연금 운용 목표액과 목표 수익률이 달성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KB국민은행은 다양한 고객관리 채널 운영을 통해 퇴직연금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자산관리컨설팅센터, KB골든라이프센터 등의 대면 채널 운영은 물론 카카오톡 등 비대면 채널을 활용해 연금자산운용 관련 정보를 고객에게 상시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외에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은 각각 연금관리고객센터, 퇴직연금수익률관리센터 등을 운영하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퇴직연금 시장에서 경쟁력 끌어올리기에 노력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꾸준하게 파이가 커질 수 밖에 없는 시장이란 점에서 적립금 확보 경쟁이 심화될 수 밖에 없다"면서 "앞으로도 증권사와 선의의 경쟁을 펼쳐 퇴직연금 고객들에게 좋은 상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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