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계엄령 문건 은폐’ 기우진 전 처장 항소심서 유죄

국군기무부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계엄령 문건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가운데)이 지난 3월29일 오전 마포구 서울서부지검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계엄령 검토 사실을 숨기려고 허위 공문서를 작성한 혐의를 받는 기우진 전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현 국군방첩사령부) 5처장(57)이 2심에서 일부 유죄를 선고받았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 1-3부(소병석 부장판사)는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기 전 처장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기 전 처장은 2017년 ‘박근혜 탄핵 정국’ 당시 계엄령 검토 문건을 숨기려고 ‘방첩 수사 연구 계획’이라는 허위 문건을 만들고, 계엄령 검토 문건의 제목을 수정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1심 재판을 맡은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계엄 문건 은폐를 시도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기 전 처장이 허위 공문서를 작성하고 행사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기 전 처장이 구체적인 지침을 주고 (연구 계획) 문서를 작성해 담당 공무원에게 발송하게 했다”며 “인가되지 않은 USB를 쓰고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등을 보면 계엄 검토에 대한 위법성도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또 “계엄의 전반적 사항을 검토하는 것은 기무사 직무 범위에 포함되지 않지만, 당시 기무사령관(조현천)의 지시에 따라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공전자기록 등 위작교사 혐의는 1심의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로 함께 기소된 소강원 전 기무사 부대장도 무죄였다가 지난 2월 서울서부지법 항소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전 모 중령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벌금 300만원의 선고유예가 확정됐다.

계엄령 검토 문건 작성을 지시한 것으로 지목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은 2017년 12월 미국으로 도피해 기소중지됐다가 지난 3월 귀국해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조 전 사령관이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은 계속 수사 중이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실무자들이 다 유죄를 받았는데 검찰은 위법한 계엄 계획을 세우기로 하고 지시한 사람을 기소하는 것조차 망설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