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조국 유죄면 나는 무죄"…자리 잃은 날 조국 언급한 김태우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 3명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동시에 나왔습니다. 두 명은 자리를 잃었고 박형준 부산시장만 자리를 유지하게 됐습니다. 한때 조국 전 법무장관 저격수였던 김태우 서울 강서구청장은 직을 잃었는데요, "조국이 유죄면 김태우는 무죄"라면서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조국이 유죄면 김태우는 무죄입니다"

대법원 판결로 구청장직을 상실한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은 "조국이 유죄면 김태우는 무죄입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입장문을 냈습니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유죄를 언급하면서 자신의 유죄 선고가 억울하다고 항변하는 겁니다.

2018년 말로 잠시 돌아가 볼까요. 김태우 전 구청장이 폭로한 의혹 가운데 가장 주목받은 것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리 의혹과 이에 대한 민정수석실의 감찰 무마 의혹이었습니다.
폭로에 따라 수사가 진행됐는데요, 유 전 부시장은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됐습니다. 또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해당 비위 감찰을 중단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올해 2월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김태우 전 구청장이 "조국이 유죄면 김태우는 무죄입니다"라고 말한 건 조국 전 장관 1심 선고를 가리키는 겁니다.

김 전 구청장의 입장문을 조금 더 살펴볼까요. <자신은 공익신고자였고, 문재인 검찰이 정치적 기소를 했고, 김명수 대법원이 정치적 재판을 했다>는 게 김 전 구청장 주장의 골자입니다. 당시 검찰의 기소가 조국 전 장관의 범죄 행위를 감추기 위한 정치적 탄압이었다는 주장도 폈습니다.

문재인 검찰은 2019년 갑자기 '공익신고자' 김태우를 '공무상 비밀누설혐의'로 기소했고, 김명수 대법원장의 어용법원은 검찰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하였습니다.
도대체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익신고자를 처벌하는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공익신고자를 처벌하려면 왜 '공익신고자 보호법'을 만들었습니까.
저에 대한 문재인 검찰의 정치적 기소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등의 범죄행위를 감추기 위한 정치적 탄압이었습니다.
(중략)
조국이 유죄면, 김태우는 무죄입니다. 이게 상식이고 정의고 법치입니다.

유재수 전 부시장 관련 의혹 외에도 김 전 구청장의 여러 폭로 내용이 당시 조국 수석과 관련될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래서 김 전 구청장은 '조국 전 장관 저격수'로도 불렸습니다. 구청장 직에서 물러나면서 낸 입장문도 조국 전 장관 저격의 연장선에 있는 듯합니다.

민주당 "1심 유죄인데도 공천, 국민의힘 책임"

민주당에서는 강선우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냈는데요, 강 대변인의 지역구가 '강서 갑'이어서 지역적으로 겹치기도 합니다.

강 대변인의 브리핑 제목은 <공무상 비밀누설 범죄자 공천한 국민의힘, 강서구민과 국민께 석고대죄하십시오>였는데요,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고 구정 공백과 혼란을 초래한 책임이 국민의힘에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강 대변인은 특히 지난 지방선거 이전에 김 전 구청장이 1심에서 유죄를 받은 상태였다며, 국민의힘의 김 전 구청장 공천을 '공천 농단'이라고 했습니다.

김태우 구청장은 이미 작년 지방선거 이전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공무상 비밀누설 범죄자를 버젓이 단수공천했습니다. 오늘의 사태를 초래한 가장 큰 책임은 주권자를 우습게 안 국민의힘에 있습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 서면 브리핑)

김 전 구청장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 후보로 나와 당선됐는데요, 이보다 1년 5개월 전인 2021년 1월에 1심 선고가 나왔습니다.

유죄가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상태였는데요, 그래도 국민의힘이 공천을 줬습니다. 강선우 대변인은 이 점을 지적하면서 국민의힘을 비판한 겁니다.
 

대법원 "원심이 옳다"…구청장직 상실

김 전 구청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에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으로 근무했는데요, 특감반과 관련한 의혹을 폭로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김 전 구청장이 각종 의혹을 폭로하는 과정에서 공무상 알게 된 비밀을 언론 등을 통해 누설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습니다.

1·2심 재판부는 김 전 구청장이 폭로한 16건 중 ▲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금품수수 의혹 등 비위 첩보 ▲ 특감반 첩보 보고서 ▲ 김상균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비위 첩보 ▲ 공항철도 직원 비리 첩보 등 4건이 공무상 비밀이라고 봤습니다. 유죄로 판단한 거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김 전 구청장은 '첩보보고서 등은 비밀에 해당하지 않고 그렇더라도 공익 목적이 인정돼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김 전 구청장이 비밀엄수 의무를 어겨 국가 기능에 지장을 초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오늘(18일) 대법원은 상고 기각 판결로 원심을 확정했는데요,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무상 비밀누설죄의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의 해석 및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된 건데요, 공직선거법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피선거권을 잃는다고 규정하고 있고 지방자치법은 단체장이 피선거권을 박탈당하면 당연퇴직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니까 구청장 자리를 바로 잃게 된 겁니다.
 

김선교 의원직 상실…박형준 '무죄'

김태우 전 구청장 외에도 국민의힘에서 오늘 운명이 갈린 정치인이 더 있는데요, 김선교 의원(여주·양평)이 대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잃었습니다.

김 의원은 지난 21대 총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불법 후원금을 모금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는데요, 1·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그래도 의원직을 잃은 건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회계책임자가 벌금 1천만 원을 확정받았기 때문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minpyo@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