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평당 분양가 3000만원 아래는 `완판 행진`

신사1구역 경쟁률 78.9대 1
고분양가 논란 청약률 낮아
기존 분양가 낮추지 않을듯

연합뉴스

연초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에 힘입어 서울 분양 시장 분위기가 전환된 듯 보였지만, 일부 현장에서는 주인을 찾지 못한 '미분양 물량'이 여전히 골칫거리로 남아있다. 시장에서는 입지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최근에는 분양가격이 분양성적을 판가름짓는 중요 잣대일 수 밖에 없다는 평가다.

18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은평구에서 '착한 분양가'로 청약에 나선 물량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새절역 두산위브 트레지움'(신사1구역) 1순위 청약 접수 결과, 특별공급을 제외한 121세대 모집에 9550명이 몰려 평균 78.9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주택형은 전용면적 59㎡T 타입으로 1세대 모집에 494명이 청약해 494대 1을 기록했다.

전날인 지난 15일 진행한 특별공급 청약에서도 114세대 모집에 3133명이 청약해 평균 27.5대 1의 경쟁률을 보인 바 있다. 총 1만2000여명이 모인 셈이다.

이런 성적에는 서울이라는 강점도 있지만, 분양가격이 경쟁력 있었다는 평가가 많다. 3.3㎡ 당 평균 2610만원, 전용 84㎡ 기준 7억6060만~8억8500만원 선으로 책정된 착한 분양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3월 분양했던 은평구 역촌동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시그니처'(역촌1구역) 역시 3.3㎡ 당 평균 2550만원, 전용 84㎡ 기준 7억5077만~8억5315만원 대로 나와 정당계약 2주가 채 되기 전에 완판을 선언하기도 했다.

반면 '고분양가' 논란이 나왔던 현장들은 서울이어도 청약은 물론 계약성적도 좋지 못했다. 4월 말 청약일정에 돌입했던 강북구 '엘리프 미아역'은 1단지와 2단지의 1순위 평균경쟁률이 각각 3.41대1, 1.97대1에 그쳤다. 2단지의 경우 전용 74㎡ 일부 타입에서는 미달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단지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3100만원 선이라 전용 84㎡의 분양가격은 10억8716만원~11억4263만원까지 올라갔다. 현재 정당계약이 진행 중인 이 단지는 중도금 초기 부담을 2%대로 낮추는 묘안을 내놓긴 했지만 완판은 쉽지 않아보인다.

인근의 강북구 '포레나미아'는 10세대는 지난 16일 아예 무순위 청약 공고가 다시 나왔다. 미계약분 잔여세대의 선착순 예약을 진행했지만 전용 80㎡(3세대)과 전용 84㎡(7세대)가 계속 주인을 찾지 못했기 때문. 전용 84㎡의 분양가격은 기존 공급 가격과 같은 10억 892만~11억1114만원 선이다. 3.3㎡당 평균 3180만원선이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엘리프 미아역과 포레나미아의 경우 분양가격이 최근 청약을 진행 중인 새절역 등의 물량 대비 높은 편이라 쉽지 않아 보인다"며 "엘리프 미아역의 초기 정당계약은 30% 정도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미분양이 대량으로 발생한 현장이 아니라면 기존 분양가를 낮추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10여채 정도의 미계약분은 분양이 늦어진다고 하더라고 이미 전체 단지의 손익분기점은 넘긴 수준이라 큰 부담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존 계약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분양사업도 손익분기점이 있는데, 그리 많지 않은 미분양 물량이라면 시행사가 안고 간다고 하더라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며 "집값 하락과 형평성 등을 우려한 기존 계약자들과의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어서 분양가를 쉽게 낮추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