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임종’ 없게 … 일상 속 위험군 발굴·맞춤 지원 주력

이정한 2023. 5. 18.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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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독사 예방계획’ 주요 내용
1인 가구 5명 중 1명 ‘위험군’에 속해
50대 33%로 가장 많고 60대 30% 순
은퇴 후 생활고·부적응 등 원인 꼽혀
미용실·세탁소 등 ‘지킴이 상점’ 지정
청년 정신건강검진 주기 ‘10년 → 2년’
조기퇴직 중장년 재취업 지원도 강화

보건복지부가 18일 발표한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2023∼2027)’에는 고독사만이 아니라 사회적 고립까지 정책 대상이 확대된 범정부 차원의 대응 계획이 담겼다. 사회적 고립이 장기화하면 고독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고립에 빠진 위험군을 빠르게 사회와 재연결하는 게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복지부 등에 따르면 저출생·고령화로 인구 구조가 변하고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고립·단절 문제는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영국과 일본의 경우 각각 2018년, 2021년 고독·고립 담당 부처를 만들고 국가 차원에서 사회적 고립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국내 대응 체계는 미흡한 수준이다.
정부가 혼자 살다 쓸쓸히 생을 마무리하는 ‘고독사’를 2027년까지 20% 줄이는 것을 목표로 고독사 위험군 발굴과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관계 부처와 함께 고독사 예방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첫 기본계획인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2023∼2027년)’을 수립해 18일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에서 두 마리의 강아지와 지내는 한 어르신의 모습. 연합뉴스
2050년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4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면서 사회적 고립에 처하는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해 처음 실시한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21년 기준 3378명이 고독사했다. 고독사 수는 2017년에서 2021년까지 2412명, 3048명, 2949명, 3279명, 3378명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8.8% 증가하고 있었다. 한 해 전체 사망자 30만∼32만명의 1% 수준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11∼12월 1인 가구 947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고독사 위험군 통계 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조사 결과 대상자의 21.3%가 고독사 위험군으로 나타났는데, 이를 전체 1인 가구 717만명에 그대로 대입하면 약 152만5000명이 고독사 위험군으로 추정된다. 인구의 3% 수준이다. 연령별로 보면 50대가 33.9%, 60대가 30.2%로 가장 많았다. 중장년층의 경우 직장을 은퇴한 뒤 경제적 문제와 지역사회 적응 문제 등이 고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세계일보 2023년 3월21일 1·8면 참조>

정부는 실태조사를 매년 시행해 고독사 위험군과 취약 지역을 파악하기로 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사회적 고립·고독의 요인이 연령별로 다르고, 고립 특성상 위험군 발굴이 쉽지 않기 때문에 실태조사는 고립 예방 계획의 근간이 된다. 이해우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 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1인 가구는 계속 늘어날 테고 건강한 1인 가구도 많기 때문에 이들을 모두 사회적 고립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도 적절치 않다”며 “위험군 실태를 명확히 파악하고 이에 맞는 대책을 계속 만들어가는 게 예방 대책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일상에서 고독사 위험군을 발굴하는 체계를 강화해 복지 사각지대를 줄일 계획이다. 공동주택 입주자대표회의, 이·통·반장, 지역 부녀회나 노인회, 종교 모임 등 이웃 주민을 고독사 위험군 게이트키퍼로 양성한다. 위험군이 지방자치단체 등을 방문하지 않고도 주변에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부동산중개업소나 미용실 세탁소, 식당 등을 우리마을지킴이 상점으로 지정한다. 고독사 위험군 발굴 모형을 개발하고 위험 정도를 판단할 체크리스트도 개발할 예정이다.
고독사 위험군을 찾아내면 사회와의 연결을 강화할 수 있게 지원한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심리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청년과 중장년, 노인 등 생애주기별로 고립 요인이 다른 만큼 특성에 맞는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청년을 대상으로는 정신건강검진 주기를 10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고, 취업지원을 강화한다.
고독사 위험군 비중이 가장 크지만 다른 연령층에 비해 복지 서비스가 부족한 중장년을 대상으로는 지원 서비스를 새로 마련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돌봄과 병원 동행, 정서 지원 등 생활지원 서비스를 다음 달 초쯤 발표할 예정이다. 조기 퇴직한 중장년의 재취업 지원도 강화한다. 노인에게는 방문 의료 서비스와 맞춤돌봄 서비스를 확대하고 지역 내 노인 간 상호 돌봄을 위한 ‘노노(老老)케어’ 등을 확대한다.

사후 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혼자 죽음을 맞는 사례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사전 장례 대비 등 미리 존엄한 죽음을 준비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연고자가 없어 시신을 인수할 사람이 없는 고독사 사망자를 대상으론 공영장례를 확대한다. 배우자·직계존비속 등 혈연 중심의 장례 주관자 범위를 친구나 이웃, 시민단체 등으로 확대하는 법 개정도 추진한다. 정부는 중앙과 지역에 ‘사회적 고립 예방·지원센터’를 지정해 정책 시행과 실태조사를 수행토록 할 계획이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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