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허가제로 퇴행하나…경찰청장 “불법 전력 땐 집회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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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근 경찰청장이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의 1박2일 서울 도심 상경집회를 계기로, 불법 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의 유사 집회를 제한·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윤희근 청장은 18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번 건설노조처럼 불법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의 유사 집회는 금지·제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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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노조탄압]
윤희근 경찰청장이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의 1박2일 서울 도심 상경 집회를 계기로, 불법 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의 집회를 제한·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기본권 침해 소지가 커 집회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희근 청장은 18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이번 건설노조처럼 불법 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의 유사 집회는 금지·제한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의 ‘불법 집회 엄정 대응’은 일관된 기조지만, 청장이 직접 나서 향후 집회 개최까지 제한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건 이례적이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5조는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경찰은 이 조항에 근거해 주최 쪽에 집회 금지 통고를 할 수 있다. 윤 청장의 이날 발언은 이 조항을 지나치게 넓게 해석해, ‘신고제’인 집회를 경찰이 ‘허가제’처럼 운용하겠다는 뜻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 ‘불법 집회 전력을 이유로 집회를 금지해선 안 된다’는 건 법원의 일관된 판단이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09년 경찰이 불법 시위 전력을 이유로 집회를 금지하자 주의 조처를 내리라고 권고한 바 있다.
박한희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는 “집시법 위반 전력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법을 어길 것이라고 예상해 집회를 금한다는 건 법적 근거도 없는 문제적 발언”이라며 “집시법 5조를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해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찰이 과거 집회 전력을 근거로 집회 금지를 강행할 경우, 소송 등의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선휴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경찰이 이런 이유로 집회 금지 통고를 늘릴 경우, 각종 소송으로 이어져 법률 비용 등이 높아질 뿐 아니라 기본권 후퇴 등 사회적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건설노조 집회에 해당 조항을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건설노조 집회에서는 폭력 행위 등이 없었다. 집시법 5조를 적용해 추가 집회를 제한할 근거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1박2일 노숙 집회에서 기물을 파손하거나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등의 법 위반 사항은 한건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윤 청장은 “야간문화제 등을 빙자한 불법 집회에 대해 현장에서 해산 조치하겠다”고도 엄포했다. 지난 16일 밤 진행된 이태원 참사 추모문화제를 민주노총이 사실상 집회로 활용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경우 집회로 간주하는 판례를 근거로 해산 조처를 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판례를 봐도, 개별 상황에 따라 집회로 간주할 수 있는지 여부가 다르기 때문에 현장에서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건설노조 1박2일 집회와 관련해 건설노조 위원장 등 집행부에 대한 수사에도 착수했다. 서울경찰청은 민주노총과 건설노조 집행부 5명에 대해 집시법 위반과 일반교통방해 등의 혐의로 25일 출석을 요구했다. 윤 청장은 “출석 불응 시 체포영장을 받아 검거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청장은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분신과 관련한 억측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엔 “나중에 따로 말씀드리겠다”며 답을 피했다. 전날 강릉경찰서 관계자는 ‘분신을 말리지 않았다는 보도는 오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내어 “윤 청장의 브리핑은 윤석열 정부의 반노조 정책에 돌격대가 되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라며 “지금 청장과 경찰이 할 일은 양회동 열사를 죽음으로 내몬 당사자로서 이에 대해 사죄하고 책임을 지는 것이지 노동자 탄압의 선봉대를 자임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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