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고통 기억하는 계기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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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원하고 기다렸습니다. 고마운 마음밖에 없습니다."
주요7개국(G7) 히로시마(廣島)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18일 히로시마평화기념공원에서 만난 권준오 히로시마본부 원폭피해자대책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은 감개무량한 듯 고맙다는 말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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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상 위령비 참배 기대감
“오랫동안 원하고 기다렸습니다. 고마운 마음밖에 없습니다.”
한국에서 이날 히로시마를 찾아 기자회견을 연 정원술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회장 등은 “전쟁은 중단돼야 하고 핵무기는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한국인 원폭 피해자는 10만명, 생존자는 5만명이다. 피해자 2, 3세의 아픔도 기억해 달라”고 호소했다.
1995년 5월 공원 내 현재의 위치에 자리 잡은 위령비 비문에는 “히로시마엔 약 10만명의 한국인이 살고 있었다. 원폭 투하로 약 2만여명의 한국인이 순식간에 소중한 목숨을 빼앗겼다”고 적혀 있다.
1945년 8월 6일, 미군이 히로시마에 떨어뜨린 원자폭탄으로 인한 참상은 19일 G7 정상들이 방문 예정인 공원 내 히로시마평화기념자료관이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자료관은 원폭의 참상을 가감 없이 전하겠다는 듯 피폭자 시신이나 끔찍한 부상을 입은 피해자 사진을 전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원폭 투하라는 결과를 초래한 원인과 과정은 최소화해 ‘피해자 일본’이란 이미지를 한껏 부각했다. 미국의 원폭 투하 결정을 설명하면서 “소련의 참전 전 전쟁을 종결해 영향력이 확대되는 걸 피하고, 많은 경비를 사용한 원폭 개발을 국내에서 정당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해 일본을 국제정치, 미국의 국내사정에 따른 희생양처럼 묘사한 것이다.
곽귀훈(1924~2022) 한국원폭피해자협회 명예회장 등 당시 히로시마에 거주하다 피해를 본 외국인 피해를 언급해 진일보한 측면을 보이기도 했지만, 일본의 아시아 침략 등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사죄 표현이 없다면 이런 노력의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어 아쉬운 대목이다.
공원에서 만난 40대 교포여성은 한·일 정상의 위령비 참배를 “모든 피해자들의 고통을 기억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반기면서도 “자료관이 일본의 피해를 강조한 인상이 강해 불편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히로시마=글·사진 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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