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들이 시켜서 합의했어요"…성범죄 지적장애 조카 합의 강요한 친척들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저는 합의하고 싶지 않아요. 고모들이 합의하라고 시켰어요."

친척들의 강요에 의해 성범죄 합의서를 제출한 지정장애 여성이 법정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18일 제주지방법원에서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장애인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71) 씨에 대한 첫 번째 공판을 진행됐다.

공소사실에 의하면 지난해 10월 A씨는 제주시의 한 창고 안에서 지적장애 B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이날 공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 재판부에 B 씨의 처벌불원 의사가 담긴 합의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B씨의 변호인은 이는 피해자의 의사와 대치된다며, 즉각 반발했다.

재판부는 이날 방청석에 앉아있던 B씨에게 사실 여부를 물었고 B씨는 "고모들이 합의하라고 시켰다. 합의금 1300만 원도 고모들이 받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저는 합의하고 싶지 않다. 그 돈도 다 돌려주고 싶다. A 씨가 꼭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가족들의 태도를 지적하고 나섰다.

재판부는 "해당 사건으로 아프다는 피해자 입장을 더 대변해 줘야지 가족까지 그렇게 해버리면 피해자는 어디로 가느냐"며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A 씨의 변호인에게도 "피해자가 또다시 가족에 의해 압박받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고 거듭 주의를 줬다.

제2차 공판은 다음 달 중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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