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영욕의 '부산공장' 이제는 수출 심장…"르노 자동화 놀랄 수준"

금준혁 기자 2023. 5. 1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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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자동차 시절 완공 후 수차례 위기 겪어…지난해 'XM3' 10만대 생산해 유럽 수출
용접·도장 등 자동화 100%·물류 95% 수준…"혼류생산에도 생산성 수준급"
조립 공장(르노코리아자동차 제공)

(부산=뉴스1) 금준혁 기자 = "띠리리리 띠리리리리."

자동차 후진음으로 더 잘 알려진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가 공장 곳곳에서 울렸다. 엔진 공장의 조립라인을 한 바퀴 다 돌며 만난 직원은 불과 20명 남짓이었다. 그 큰 공장을 채운 것은 엘리제 선율과 로봇이었다.

17일 찾은 르노코리아자동차 부산공장은 국내 유일의 르노그룹 공장이자 지난해에만 10만대의 XM3(수출명 아르카나)를 생산해 유럽으로 보낸 핵심 공장이다.

1997년 전신인 삼성자동차 시절 완공돼 르노코리아의 영욕의 역사를 함께 한 곳이다. 2011년과 2012년 5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내며 위기에 처했고 2014년 닛산의 위탁생산 물량을 받으며 회생했다. 이후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XM3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지난해 3월에는 사명에서 '삼성'을 떼고 르노코리아로 새 출발에 나섰다. 이 모든 역사가 이 부산공장에 새겨져 있다.

현재 부산공장에는 2245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중 생산라인에는 1993명의 현장직이 투입됐고 2교대를 기준으로 시간당 45대, 연간 20만대를 생산할 능력이 있다. 최대는 3교대, 연간 30만대 수준이다.

엔진공장 AGV 운반 모습(르노코리아자동차 제공)

눈에 띄는 것은 사람이 아닌 로봇이다. 차체공장의 용접부분과 도장공장은 100% 자동화 시스템이 구축됐다. 물류공급 자동화율도 95% 수준인데, 주역은 바닥의 검은 선을 따라 공장 곳곳을 누비는 AGV(무인 운반차)다.

단순히 자동화가 잘된 공장이 아닌 관리가 잘 되는 공장이라고 강조한다. 이해진 제조본부장은 "품질, 가동률, 원가적인 부분까지 맞추는 공장이 가장 훌륭한 공장"이라며 "자동화는 돈을 투자하면 되는데 잘 관리되는 공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이를 증명하는 것이 부산공장의 혼류생산이다.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조립하는 생산방식이다.

현재 XM3, SM6, QM6을 생산하고 있으며 최대 4개 플랫폼에서 가솔린, 디젤, 하이브리드 등 구분 없이 8개 차종을 만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혼류생산을 하게 되면 효율이 떨어지게 되는데 부산공장은 세계 21곳의 르노그룹 공장 중 매월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생산성을 보인다. 생존을 위해 자사 모델뿐 아니라 르노, 닛산 등 다양한 차종을 생산해본 경험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현시점에서 가장 집중하는 모델은 XM3 아르카나다. 2020년 7월 처음으로 수출에 성공해 지난해 수출된 차량 11만2604대 중 9만9166대를 차지한 핵심 모델이다.

XM3 차체 공정 모습(르노코리아자동차 제공)

철판을 눌러 차체의 틀을 만드는 스탬핑공장, 만들어진 여러가지 틀을 용접하는 차체공장 그리고 부품들을 한데 모으는 조립공장도 로봇이 주인공이다.

특히 100% 자동화된 차체공장에는 직원 194명과 로봇 679대가 있다. 성인 남성 두 명을 이어 붙인 길이와 높이의 로봇팔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철창 안에 있는 로봇팔 9대 중 한대가 철판을 받아와 자리에 세우자 나머지 팔이 용접에 나섰다. 불꽃은 2층 높이까지 튀었고 무언가 타는 냄새가 났다. 금세 보닛, 트렁크, 창문 등이 없는 초기 형태의 틀이 뚝딱 만들어졌다.

각 공장에서 만든 부품의 최종 목적지는 자동차 공장의 꽃이라 불리는 조립공장이다. 조립공장에도 로봇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한대의 AVG에는 차량에 들어가는 사이드미러 등 각종 부품이 모두 실려 있다. AVG가 부품 키트를 작업자에 배달하면 작업자는 업무 위치에서 받는다. 혼류생산 중 다른 차종의 부품이 장착되는 걸 방지하고 작업 중 동선 낭비를 줄이는 것이다.

조립이 다 됐다고 끝이 아니다. 머리 끝부분에 카메라가 달린 비전로봇이 플래시를 번쩍거리며 트렁크부터 보닛까지 샅샅이 살펴 오류를 검증한다. 이후 테스트 검사에 앞서 시동을 거는 조립검사가 공장에서 시행된다. 이때가 바로 타의에 의해 컨베이어벨트와 각종 로봇에 실려 다니던 자동차에 혼을 불어넣는 시기다. 시동을 걸고 짧게 운전자가 클랙슨을 '빵' 울리면 움직일 준비가 됐다는 것이다. 백라이트에 불빛이 들어오고 앞으로 나아갈 때 비로소 차가 온전히 조립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출 차량 컨테이너 적입 모습(르노코리아자동차 제공)

최종 완성된 차는 국내에서 인도되거나 부산신항에서 해외로 수출된다. 이날 선적을 앞둔 XM3 아르카나를 볼 수 있었다. 최근 중견 완성차 업체들은 자동차 전용선 부족으로 차를 만들고도 해외에 제때 실어보내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부산공장은 자동차 전용선 대신 구하기 쉬운 컨테이너선을 활용하고 있다.

차를 먼저 후진해서 넣고 그 위에 레일을 설치해 차를 비스듬히 고정한 후 한대를 더 넣는 식으로 3대를 컨테이너 1대에 넣어 배에 싣게 된다. 각각의 차는 나무로 먼저 바퀴를 고정하고 끈을 통해 바퀴를 벽에 묶는다. 전체 물량의 10%가 컨테이너선을 통해 수출되고 있으며 앞으로의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올해 신차를 선보이지 않은 르노코리아는 하반기 수출모델의 부분변경을 계획하고 있다. 주력인 XM3 아르카나가 유력하다. 내년에는 오로라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외 시장을 공략할 하이브리드 차량을 선보일 예정이다. 부산공장은 더욱 바쁘게 돌아갈 것이라는 의미다.

rma1921k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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