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 라인서 8종 車 만드는 르노 부산공장… “그룹 내 경쟁력 최고”
지난 16일 부산 강서구 신호동 산업단지 내 르노코리아자동차 공장. 작은 로봇인 AGV(자동부품 공급장치·Auto Guided Vehicle)가 공장 안팎을 바삐 움직이며 각종 부품이 담긴 선반을 옮긴다. AGV가 가져다준 부품은 작업자가 태블릿PC로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작업한다.
조립 라인 위에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XM3와 중형 SUV QM6가 동시에 만들어지고 있다. 수많은 부품 중 어떤 것이 어느 차에 사용되는지 헷갈릴 법도 하지만 작업자는 대수롭지 않게 차를 조립했다.
이해진 르노코리아자동차 제조본부장은 “부산공장은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4개 플랫폼 8개 차종을 생산할 수 있고, 내연기관은 물론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모두 소화할 수 있다”며 “AGV를 활용해 각 부품이 섞이지 않게 해 여러 차종을 한 번에 생산하는 게 르노 부산공장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 공장에선 AGV를 220여대 운영 중이다.
어려 차종을 한 라인에서 만드는 혼류생산의 장점은 생산성 극대화다. 르노그룹 내 공장 중 부산공장의 경쟁력은 최상위권에 속한다. 르노그룹은 매년 공장별 품질 관리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PHC(Plant Health Check) 제도를 운영 중인데, 부산공장은 지난해 5.0점 만점에 품질은 4.7점, 공정관리는 4.4점을 받았다. 이는 스페인 팔렌시아, 바야돌리드 공장보다 높은 수준이다.
또 자동차 100대당 품질 부적합 건수를 뜻하는 DPHU(Defect Per Hundred Units) 지수는 2021년 56에서 지난해 39로 낮아졌고, 올해는 1월 35, 2월 34, 3월 33으로 하향 추세다. 그룹 공장 가운데 2위의 성적이다. 고객 관점에서 실시하는 품질검사인 SAVES(Short Alliance Vehicle Evaluation Standard) 지수는 0.67로, 르노그룹에서 가장 경쟁력이 높았다.
이런 생산성은 2245명의 근로자가 만든다. 이들은 주야 2교대 근무로 차를 생산하는데, 3교대로 근무할 경우 최대 생산능력은 연간 30만대 수준이다. 부산공장은 2010년 27만5268대로 정점을 찍은 후 부침을 겪다가 2017년에 26만4037대로 회복했다가 2020년에 다시 11만4721대로 줄었다.
회사 관계자는 “부산공장이 2교대 근무를 유지할 수 있는 연간 최소 물량은 UHP(시간당 생산량)에 따라 연간 15만~20만대”라며 “부산공장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수출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르노코리아차 부산공장은 2020년 6월부터 수출 전략 차종인 XM3(수출명 아르카나)를 생산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생산량이 16만대 이상으로 회복됐다. XM3는 2020년 7월 칠레를 시작으로, 현재 전 세계 54개국으로 수출된다. 유럽 도로에서 만날 수 있는 르노 아르카나는 모두 부산에서 만든 차다. 지난해 9만8861대가 수출됐다. 애초 목표했던 10만대에 다가선 것이다.
현재 르노코리아자동차는 중국 지리자동차와 볼보차가 협력해 만든 CMA 플랫폼을 활용한 신차를 개발 중이다. 중형(유럽 D세그먼트) 세단 또는 크로스오버 형태로 만들어질 이 차에는 회사의 앞날을 비춰줄 것이라는 의미에서 ‘오로라’라는 프로젝트명이 붙었다.
현재 부산공장 한편에는 오로라 생산 설비를 갖추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다. 곧 설비가 들어오고 내년 하반기쯤에는 모든 장비가 깔릴 것으로 보인다. 오로라 프로젝트의 첫 차는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가솔린)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시대도 준비한다. 이 본부장은 “전기차로 가는 대세를 막을 순 없고, 우리처럼 공장이 하나밖에 없는 회사가 전기차로 전환하기에는 아직 시기가 빨라 전환할 수 있는 라인업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로 보인다”며 “혼류 생산으로 전기차까지 담당하려고 한다. 르노그룹 내 상위 경쟁력을 바탕으로 오로라 프로젝트로 생산 우위를 가져가면서 전기차 전환, (공장) 디지털화 등 전반적인 업그레이드를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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