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까지 열리는 '이상 외화송금' 제재심… 길어지는 이유는

이달까지 두 차례 열렸으나 결론 못 내
이달엔 존리 제재심…제재 대상만 8곳
16조 원 달하는 규모에 과거 사례도 없어

게티이미지뱅크

16조 원에 달하는 금융권 이상 외화송금에 대한 금융감독원 제재 절차가 장기화되고 있다. 제재 대상에 오른 회사가 워낙 많은 데다가 가상자산 매매대금이 무역대금 명목으로 해외로 반출돼 징계가 내려진 사례 자체가 드문 탓에 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상 외화송금과 관련한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 결론이 이달을 넘길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20일 첫 제재심을 개최했고, 이달 10일에도 열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통상 제재심은 한 달에 2회 열리는데 이달 마지막 제재심이 열리는 25일엔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제재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다. 별도의 임시회의를 열지 않는 이상 결론은 다음 달 이후로 미뤄질 공산이 크다.

제재가 의결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해당 행위에 따른 심의 대상이 많기 때문이다. 이상 외화송금 사건으로 제재심에 오른 회사는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을 포함해 총 8곳에 달한다. 제재심은 제재 대상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금감원 검사국과 제재 대상자가 동시에 참석해 진술하는 대심제 방식으로 진행된다. 산술적으로 한 금융회사가 한 번씩 변론 기회를 갖더라도 상당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이에 첫 제재심은 금융회사의 변론을 듣는 데 대부분의 시간이 할애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중징계를 받은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도 장기화의 요인이다. 금감원은 앞서 이상 외환송금 제재 대상 금융회사들에 중징계에 해당하는 '업무 일부정지' 조치를 통보한 상황인데, 그간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해당 수준의 제재를 받은 사례는 지난해 5월 A은행이 유일하다. 더욱이 이번 이상 외환 거래 규모는 122억6,000만 달러에 달해 A은행의 사건 규모(2억5,000만 달러)보다 훨씬 큰 데다, 일부 직원들이 공범으로 연루돼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 전례가 없는 사건인 데다가 기관별, 사례별 징계 수위를 따로 정해야 하는 등 복잡하다는 얘기다.

금융회사들의 반발도 만만찮다. 금융회사들은 두 차례에 걸친 제재심에서 억울함을 적극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외화송금 거래를 일일이 조사해 이상 거래를 찾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고, 법에 적시된 은행의 지급 증빙서류 확인 의무에 따랐다는 주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의 반론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제재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3차 제재심에서는 어느 정도 결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