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수요 맞게 탄력적으로 차량 만든다…르노코리아 부산공장
기사내용 요약
지난해 흑자전환 성공, 판매 견인한 효자 'XM3'
품질평가 21개 르노그룹 공장 중 상위권
다차종 생산할 수 있는 라인, AGV 등 자동화율↑
자동차 운반선 공급난에 컨테이너선으로 돌파
내수 시장은 부진하지만…내년 하반기 신차 출시
[부산=뉴시스]강주희 기자 = 지난 16일 찾은 르노코리아자동차 부산공장은 자동차 공장이라기보다 연구소처럼 조용했다. 하지만 150만㎡에 달하는 공장 안은 맹렬한 열기로 생산라인이 끊임없이 돌아갔다. 지난해 르노코리아의 흑자 전환을 이끈 소형 스포츠유틸리티(SUV) XM3가 바로 이곳에서 탄생한다.
1997년 지어진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은 현재 XM3를 비롯해 QM6, SM6, 트위지 등 4개 차종을 양산하고 있다. 최대 생산능력은 연간 30만대로 부산시 소재 기업 중 매출이 가장 크다. 지난해에는 매출 4조8620억원, 영업이익 1848억원, 순이익 1225억원을 달성하며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긴 적자 터널을 벗어났기 때문일까. 이날 공장을 안내한 이해진 제조본부장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이 본부장은 "우리는 반드시 회생해야 한다는 지상 과제를 갖고 있었다"며 "모든 직원들이 그런 마인드로 셋팅을 했고, 한번 예술적인 차를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도전을 했다"고 말했다.
다차종이 가능한 생산라인…품질평가 1위
실제 르노코리아는 지난 2016~2019년 SM3, SM5 등 7개 차종을 동시 생산했는데 현재 3개 차종 (XM3·SM6·QM6)과 트위지를 OEM 방식으로 양산하고 있다. 2024년 하반기에는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 제조사 길리그룹의 CMA 플랫폼이 적용된 중형 하이브리드 SUV 신차도 생산할 예정이다.
철저한 품질관리는 부산공장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공장 곳곳에 노란색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데 품질에 대한 자부심이 고스란히 드러나있다. 이 플래카드에는 '불량을 받지도 말고 만들지도 말고 내보내지도 말자', '품질은 스탬핑이 책임진다', '르노의 성공은 완벽한 판넬생산부터' 같은 문구들이 박혀 있었다.
스탬핑 공장에서는 직원이 불량 강판을 찾기 위해 일일히 빛에 비춰보고, 손으로 쓸어보는 등 검수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부산공장은 전 세계 21개 르노 공장 중 품질 평가에서 상위권이다. 지난해 공장 품질관리를 평가하는 PHC(Plant HealthCheck)에서 4.7점(5점 만점)에서 받아 최우수 그룹에 등극하기도 했다.
"완벽한 차량만 나간다" 자동화율 100% 육박
조립 공장에선 라인 위에 설치된 65대 외관품질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정을 모니터링한다. 부품이 제대로 들어갔는지, 정확하게 조립됐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이후 4대의 비전 로봇과 포터블 시스템이 차 내외부와 샤시, 엔진룸을 연속으로 찍으며 불량 여부를 점검한다. 이 과정을 통해 완성 차량의 중요 부품 추적 관리와 품질·생산성이 향상된다는 게 르노코리아 측 설명이다.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통한 자동화도 부산공장의 경쟁력이다. 부산공장은 혼류생산을 위해 자동 부품 공급 장치(AGV)를 도입해 현재 220기를 운영 중이다. 트램을 닮은 AGV는 공장 바닥에 그려진 마그네틱선을 따라 작업에 필요한 부품와 도구를 실어나른다. 이동할 때는 안전을 위해 귀여운 벨소리도 나온다. 작업 효율성은 물론 조립라인 옆에 쌓여있던 많은 부품이 정리된 덕에 공간 효율성도 좋아졌다는 게 자체 평가다.
자동화율이 가장 높은 곳은 차체공장과 도장공장이다. 안전모와 고글을 착용하고 들어간 차체 공장에서는 몇몇 작업자들을 빼면 모두 작업을 로봇이 했다. 이송 로봇이 스탬핑 공정을 거친 강판을 전달하면 용접로봇 474대가 불꽃을 튀기며 자동차 뼈대를 빠르게 이어붙였다. 로봇 투입으로 용접 자동화율은 100%에 달한다. 차체에 색깔을 입히는 도장공장의 자동화율도 100%에 달했다.
그룹 최상위 엔진 만드는 유일한 공장
김태경 파워트레인 부문 오퍼레이션장은 "그룹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차종에 이 엔진이 공급된다는 것은 부산공장의 품질관리 능력이라든지 생산 능력 부분에서 그룹이 인정하고 있는 것"이라며 "저희들이 소싱을 맡아 시트에 들어간 것도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막힌 수출길은 '컨테이터 선'으로 뚫어
논의 끝에 컨테이너선 수출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떠올랐다. 중고차 등 일부 특수 목적 차량을 제외하고 신차를 컨테이너로 선적해 수출하는 건 전례를 찾기 어려웠지만 막힌 수출길을 뚫기 위한 최선의 결정이었다.
2개월간 검증 끝에 컨테이너 내부에 3대의 차량을 고정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5월부터 컨테이너선을 통한 수출을 시작했다. 전체 수출량의 10%를 컨테이터선이 맡는다.
컨테이너 작업은 부산공장 내 그린센터에서 진행된다. 컨테이너와 연결된 경사로를 통해 작업자가 첫번째 차량을 컨테이너 안으로 이동 시키면 다른 작업자들이 벨트로 차량을 고정시킨다. 이어 두번째 차량이 들어 가는데 사다리를 통해 비스듬히 들어간다. 첫번째 차량과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고정작업을 마치면 마지막으로 세번째 차량이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간다.
컨테이너 한 대에 차량 3대를 싣는 작업은 20분 정도 소요된다. 부산신항에서 10km 떨어진 부산공장에서 직접 차량 적재가 이뤄지기 때문에 물류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현재 프랑스로 수출되는 물량의 10%를 컨테이너선을 통해 내보내고 있는데 향후 영국·호주·멕시코 지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선희 오퍼레이션장은 "컨테이너를 이용한 선적을 하나의 기회,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르노코리아는 중형 하이브리드 SUV(프로젝트명 오로라1)도 내년 하반기 부산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부산공장 가동을 일시 멈추고 생산라인을 정비하기도 했다. 차체·조립 공장에는 신차 생산을 위한 기계가 들어올 자리에 노란색이 그어져 있었다. 이해진 본부장은 "프로젝트 오로라1을 반드시 성공시킨다는 게 우리의 각오"라며 "탑 퍼포먼스로 전 세계에서 통할 차량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zooe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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