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불끄고 일하는 르노코리아…"파업해도 품질은 으뜸"

정한결 기자 2023. 5. 18. 1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제공=르노코리아.

"밝고 깔끔한 공장이면 좋겠지만…"

지난 16일 오후 부산 강서구 르노코리아자동차 차체공장. 로봇팔들이 스탬핑 공장에서 나온 강판을 용접하면서 불꽃이 튀었다. 르노코리아는 사람이 배치되지 않은 공장 내 구역을 자체 소등한다. 차체공장에 배치된 로봇은 총 679대. 백색 조명이 사라지면서 공장 전체가 어두웠고, 붉은 불똥이 더욱 눈에 띄었다.

이른바 '불 꺼진 공장'은 완전 자동화를 이룩한 최신식 공장들의 운영 방식이다. 사람이 없기에 조명도 없는 기술 혁신의 상징이다. 올해 완공 26년을 맞는 부산공장은 최신식은 아니지만 비용절감을 위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있다. 용접의 경우 자동화 비율이 100%라 소등이 가능하다. 지난 몇 년간 본사인 르노그룹으로부터 신차 배정이 끊기자 내놓은 자구책이다.

2021년 같은 공장을 찾을 당시만 해도 밝았던 곳들이 이번에는 전반적으로 어둑했다. 덕분에 지난해 에너지 소모량은 2021년보다 18.2% 줄었다. 이해진 르노코리아 제조본부장은 "에너지값 폭등으로 로봇존은 불을 다 꺼놓는 등 절감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밝고 깔끔한 공장이면 좋겠지만, 이보다는 직원들의 작업 충실도가 좋은 공장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르노코리아.

면적 53만여평의 부산공장은 프레스·차체·도장·조립·엔진 등의 공장을 갖췄다. 1분에 1대를 뽑을 정도의 생산 능력을 갖췄지만 현재는 1시간당 45대에 그친다. 라인 하나에서 4개 플랫폼·8개 모델의 혼류 생산이 가능하지만 3개 모델만 만든다. 르노코리아가 2020년 XM3(수출명 아르카나) 출시 이후 신차가 없어 국내에서 부진을 겪으면서다.

르노코리아는 신차 배정을 위해 품질 상향과 원가 절감을 목표로 세웠다. 품질의 경우 르노그룹 자체 평가 결과 부산공장이 1~2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고객이 평가한 품질 지표도 그룹 내 2위다. 르노코리아가 중국 지리자동차와의 합작차 프로젝트인 '오로라'를 유치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 본부장은 "힘든 노사분규 시기를 겪었지만 아무리 파업했어도 품질 지표는 똑같았다"며 "직원 개개인이 (파업과 별개로) 품질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르노코리아 직원들은 생산 라인·차종 변경에도 능숙한 평균 나이 40대 초반, 20여년 경력의 베테랑들이다.

르노코리아는 품질 유지를 위해 공정마다 인공지능(AI) 등을 이용해 최소 3번의 검사를 진행한다. 조립공장에서는 잘못된 부품을 장착하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 무인운반로봇(AGV)과 '블록&키트' 시스템을 운영한다. 이번에 생산하는 차량이 QM6면 QM6 전용 부품을, 다음 차량인 XM3에는 XM3 전용 부품을 별개의 상자에 담아 로봇이 해당 작업자에 배달하는 식이다.

이날 로봇들이 공장 바닥에 그려진 마그네틱테이프를 따라 이동하면서 공장투어 중간중간 길을 비켜줘야 했다. 직원들이 일하는 곳곳에는 태블릿이 배치됐다. 혹여나 차량에서 결함이 발생할 경우 피드백을 하기 위함이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불량은 작업자가 내는게 아닐 수 있다"며 "품질이 안 좋을 경우 라인을 작업자가 직접 중단시킬 수 있는 '헬프콜' 시스템도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르노코리아.

르노코리아는 공장 밖에서도 원가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자동차 전용선 물류비가 2배 가까이 치솟자 컨테이너 선박(컨선) 활용에 나섰다. 컨선은 당초 고급 스포츠카나 모터쇼용 차량을 모시다시피 운반하던 수단으로, 전용선보다 비쌌다. 최근 컨선 운임이 전용선보다 빠르게 정상화되자 활용을 검토하게 됐다.

실제로 이날 부산공장 부지 내 서쪽 도로에서는 컨테이너 트럭이 줄을 서서 수출용 XM3 탑재를 기다리고 있었다. 첫 차량이 컨테이너에 후진해 들어가면 차체를 고정한 뒤 20㎝ 간격을 두고 사다리를 설치한다. 두 번째 차량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첫 차와 접촉 없이 고정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차량이 들어오면서 적재가 끝나는 식이다.

40피트 컨테이너에는 일반적으로 차량 두 대를 싣는다. 그러나 두 대로는 전용선보다 비싸다는 결론이 나자, 협력업체와 세 대를 적재하는 법을 찾아냈다. 주력 수출 차종인 XM3가 소형 SUV이기에 가능한 조치다. 소요된 시간은 약 20분. 번거로워 보이지만 전용선보다 비용이 10% 적게 든다.

지난 3월 시범 운영을 시작한 뒤 현재 전체 수출 물량의 10%를 컨선으로 전환했다. 이미 해당 협력업체와 1년 계약을 맺은 상태다. 이선희 르노코리아 수출·물류 담당은 "물류난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프랑스 르아르브항으로만 컨선을 보내고 있지만 동유럽·이탈리아·영국·호주·멕시코 등으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