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범죄인가 정의인가"‥'고은 시집' 출판사 황당 설문
성추행 논란으로 집필 활동을 중단한 고은 시인의 신작을 출판했다가 비판 여론에 공급을 중단했던 실천문학사.
그런데 이 업체가 갑자기 "출판의 자유를 억압당한 원인을 분석하겠다"며 설문조사에 나섰습니다.
실천문학사는 지난 4일부터 19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출판의 자유 권리 억압 사태에 대한 원인 분석'이라는 제목의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조사 첫 페이지에서 출판사는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기본 권리"라며 "이런 권리가 범죄시되고 억압받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물질적, 명예적으로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사 문항은 모두 15개.
그런데 5번 문항부터 갑자기 농부 얘기를 꺼내며 "평생 농사만 짓던 농부가 범죄를 저질러 5년간 복역하고 나왔는데 다시 농사를 짓지 못하게 하는 건 범죄냐 정의냐"고 물어봅니다.
다음 문항에서는 그 농부를 도와준 정미소를 압박하는 것이 범죄인지 정의인지 묻습니다.
성추문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고은 시인과 출판사를 농부와 정미소의 관계로 비유한 것으로 보입니다.
7번째 문항은 더 노골적입니다.
"평생 시만 쓰던 시인이 추문에 휩싸여 5년간 자택 감금당하듯 살았고 모든 명예를 잃은 상태에서 다시 시를 쓰고 시집을 내겠다면 평생 못쓰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라고 물은 겁니다.
이어 "한 번 죄인이면 이전의 생활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추문에 휩싸인 시인이 쓴 시를 출간한 출판사를 압박하는 것은 월권인가"라고 물었습니다.
또 "이런 폭력행위가 왜 일어난다고 생각하냐"고 묻고, 그 이유로 정치, 부화뇌동, 무지, 내로남불, 사촌이 논 사면 배아프다 등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실천문학사는 지난 1월 고은 시집의 신작을 출간했다가 비판 여론이 일자 공급을 중단했습니다.
당시 윤한룡 출판사 대표는 "이번 사태로 심려를 끼친 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시집 공급을 중단하고 계간지 '실천문학'도 2023년 봄호까지 발간한 뒤 휴간하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랬던 실천문학사가 돌연 이 같은 설문조사에 나서자 일부 문학인들을 중심으로 '뻔뻔하다', '고은이 독립운동이라도 했냐', '실천문학이 어쩌다 이렇게 망가졌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고은 시인은 지난 2018년 최영미 시인이 성추행 피해를 폭로하자 활동을 중단했고, 이후 10억 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패소가 확정됐습니다.
이지수F 기자(jisu@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3/society/article/6485073_3612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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