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다큐는 두더지게임 같은 n차 가해…민주당은 이번에도 ‘모른척’”[경향시소]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및 사망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개봉을 앞두고 2차 가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법원 등에서 모두 사실이 인정됐음에도 성추행 사실을 부정하거나 2차 가해 비판을 비난하는 내용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도 “2차 피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사건 당시에도 박 전 시장을 두둔해온 더불어민주당은 이번에도 모른척으로 일관한다.
박원순 사건 피해자를 변호한 김재련 변호사는 15일 경향신문 유튜브 ‘경향시소’에 출연해 “철저히 진영 논리로 악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검사 미투 때는 바로 다음 날 민주당 의원들이 흰꽃을 들고 지지하더니 안희정, 박원순 사건 때는 태도가 바뀌었다. 심지어 ‘피해호소인’이라는 괴랄한 단어까지 등장시켰다”며 “정치가 해야 할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와 피해자는 박원순 사건 발생 이후 수많은 2차 가해에 시달렸다. 실명과 손편지가 공개됐고, ‘피해자다움’도 강요받았다. 가해자의 사망으로 수사가 중단된 가운데 피해 사실을 인정받을 권리도 훼손됐다. 3년 가까이 흘렀어도 다큐 제작 때문에 또 ‘2차 가해’가 우려된다. ‘n차 가해’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두더지게임 같다. 1열이 물러나면, 2열이 또 몰려온다”며 “이는 지금도 있을지 모르는 위력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입 닥치고 있어, 너도 이꼴 날 거야’라는 걸 보여주는 심각한 신호”라고 말했다.
성폭력 피해자로 하여금 2차 가해를 스스로 대응하라는 것은 국가, 공권력, 정치가 모두 제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핼러윈 참사 때는 2차 가해에 대해 경찰이 ‘구속 수사’를 언급했다”며 “비틀어놓은 성폭력 피해자의 자리를 제대로 돌려놓는 것이 정치인들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가 함께 한 이번 ‘경향시소’에는 ‘비동의 간음죄’ ‘성폭력을 막기 위한 교육’ 관련 내용도 담겼다.
‘경향시소’는 시소처럼 뉴스의 균형을 잡는 동시에 와인처럼 잘 익은 뉴스를 딱 맞게 골라드리는 ‘시사 소믈리에’를 뜻한다. 경향신문 유튜브 채널 ‘이런 경향’에서 볼 수 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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