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도지 서울신문 삭감한 강북구, 올해 삭감 부수 유지해
강북구 지난해 8월부터 서울신문 계도지 1150부서 385부로 삭감, 올해 387부로 유지
일부 구청 서울신문 몫 줄여 조선·동아 새로 구독하기도…강북구 계도지 예산 약 5억원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지난해 서울신문 계도지 예산을 삭감한 서울 강북구청이 올해 삭감한 예산을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지역 일부 구청에서 서울신문 몫을 일부 줄이고 해당 계도지 예산으로 조선·동아일보 등 타 매체에 배정한 것과 구분되는 행보다.
미디어오늘이 강북구에 정보공개청구로 받은 지난해와 올해 계도지(통반장이 볼 신문 구독료를 지자체가 세금으로 대납하는 관언유착 관행) 구독부수 현황을 보면 강북구는 지난해 2~7월 매달 서울신문을 1150부씩(지난해 1월 1405부) 구독했다. 이후 지난해 8월부터 서울신문을 385부로 삭감했다.
당시 곽태헌 서울신문 사장과 부장, 취재기자가 구청에 방문해 이순희 강북구청장에게 '구청장도 정치인인데 재선을 생각해야 한다'며 서울신문 계도지 예산 삭감 철회를 요구했다. 강북구 측에서 '구독자가 구독 부수를 줄일 수도 있는 일인데 신문사 사장이 찾아와 부적절한 압박을 가했다'는 입장이고 서울신문 측은 '압박이 아니라 덕담'이었다고 해명했다.
이후 서울신문은 지난해 여름 폭우로 수해가 벌어졌을 때 이 구청장이 현장에 다녀오지 않고 회식을 했다는 내용으로 비판기사를 보도했다. 강북구 측은 당시 자료 등을 공개하며 허위라고 반박하면서 계도지 예산 삭감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강북구는 그럼에도 삭감한 서울신문 계도지 예산을 다시 늘리지 않았다. 강북구는 올해에도 계도지로 서울신문을 387부 구독하고 있다.
통상 서울신문이 서울 지역 25개 자치구에 계도지 등 영업을 전방위로 하고 있어서 각 구청에선 계도지 예산을 줄이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구청장은 정치인으로서 성격이 있기 때문에 전국 단위 종합일간지면서 구정 홍보에 가장 유리한 서울신문과 불편한 관계가 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에 서울신문이 계도지를 통해 매년 25개 구청에서 6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일부 구청, 특히 구청장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다가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출신으로 바뀐 자치구에서는 서울신문이나 일부 지역신문의 계도지 예산을 줄이고 조선·동아일보나 경제지를 계도지로 새로 구독하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강북구가 서울신문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삭감한 계도지 예산을 유지한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미디어오늘 확인 결과, 지난해 8월 이후 서울신문은 다른 자치구와 달리 강북구정이나 이 구청장 관련 홍보 기사는 싣지 않고 있다.
강북구는 서울신문을 제외한 나머지 매체들도 계도지 부수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강북구는 종합일간지의 경우 문화일보 305부, 한겨레 180부, 내일신문 170부, 경향신문 130부를 구독하고 있다. 지역신문의 경우, 강북신문·동북일보·서울포스트 각 884부, 북부신문은 784부를 구독하고 있다. 이에 올해 강북구 계도지 예산은 전국단위 일간지 2억6700만원, 지역지 2억3227만3600원으로 총 4억9927만3600원이다.
강북구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현재로선 계도지 부수를 조정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은평구도 지난해보다 계도지 예산을 8000만원 삭감한 채로 유지하고 있다. 은평구의회는 지난해 12월, 2023년 은평구청 예산에서 서울신문 6000만원, 나머지 신문에서 2000만원 정도 삭감해 올해 계도지 예산은 5억5000만원 수준으로 정했다.
미디어오늘이 은평구에 정보공개청구로 받은 계도지 현황을 보면 서울신문은 지난해 1060부에서 올해 725부, 경향신문은 지난해 150부에서 올해 90부, 한겨레는 지난해 190부에서 올해 133부, 문화일보는 지난해 169부에서 올해 114부, 내일신문 지난해 310부에서 올해 250부로 각각 줄었다. 구독 매체의 변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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