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건물을 '제조'하는 스마트건설

노해철 기자 2023. 5. 1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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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은 건설 현장에서만 지어야 할까.

모두 스마트 건설이 바꿔놓은 건설 현장의 모습들이다.

아울러 정부는 미래 스마트 건설 선도 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향후 5년간 우수한 기술을 보유해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을 대상으로 '스마트 건설 강소기업 100곳'을 선정해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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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재 국토교통부 제1차관
이원재 국토교통부 제1차관
[서울경제]

건물은 건설 현장에서만 지어야 할까. 공장에서 건물을 ‘제조’할 수는 없을까. 건설 현장에서도 로봇이 위험하고 어려운 작업을 대신할 수는 없을까. 종이 책을 전자책(e북)으로 읽듯 두꺼운 종이 도면을 디지털 데이터로 대신할 수는 없을까. 이러한 창의적인 상상들이 오늘날 건설 현장에서 현실화하고 있다. 바로 스마트 건설을 통해서다.

현재 공장에서 생산한 뒤 현장에서 조립해 지어진 건물이 750여 채에 달하며 안전 관리, 타공, 미장, 도색 등 다양한 건설 공정에 로봇이 활용되고 있다. 3차원(3D) 건물정보모델링(BIM)을 적용하면 디지털 데이터로 여러 공사 현장이 서로 소통할 수 있다. 모두 스마트 건설이 바꿔놓은 건설 현장의 모습들이다.

건설 산업은 실물경제의 물리적 기반을 제공하는 국가 중추 산업이다. 전쟁 직후 폐허가 된 국토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삶과 일상을 회복으로 이끈 주역이었고 경제성장의 큰 축으로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오일쇼크가 한창이던 1976년부터 1981년까지 중동 건설 수주액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절반에 육박했다. 현대건설은 1976년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주바일 산업항 공사를 수주했는데 이 공사 규모는 9억 4000만 달러로 당시 정부 1년 예산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오늘날에도 건설 산업은 ‘해외 건설 수주 500억 달러’를 목표로 정부·기관·민간이 원팀코리아로 힘을 모아 달리는 중이다.

다만 그간 규모의 성장에 비해 건설 산업 자체의 혁신을 위한 노력은 더딘 감이 있다. 현재 건설 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신기술 활용 저조로 인한 생산성 저하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적으로 지난 20년간 건설 산업의 생산성 증가율은 1.0%로 제조업 3.6%, 전체 산업 평균 2.7%에 비해 턱없이 낮다. 세계 각국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디지털화와 자동화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건설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관련된 세계시장도 연평균 26%씩 성장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1조 6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도 건설 산업의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 스마트 건설 활성화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다. 국내에서도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건설 로봇 공동 연구개발(R&D)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스마트 건설 혁신을 위한 민간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에 발맞춰 국토교통부도 지난해 7월 ‘디지털 기반 전환을 통한 글로벌 건설 시장 선도’를 비전으로 한 스마트 건설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건설 전 과정의 디지털화·자동화를 목표로 건설 산업 디지털화, 생산 시스템 선진화, 스마트 건설 산업 육성이라는 3대 중점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 산학연관 모두가 동참하고 협력해야 한다. 현재 정부와 민간이 함께 주도하는 ‘스마트 건설 얼라이언스’가 상반기 출범을 앞두고 있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벤처기업이 고루 참여하는 얼라이언스는 스마트 건설 확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정부는 미래 스마트 건설 선도 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향후 5년간 우수한 기술을 보유해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을 대상으로 ‘스마트 건설 강소기업 100곳’을 선정해 지원할 계획이다.

스마트 건설은 우리 건설 산업의 내일이자 미래다.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진 시장에서 혁신 기술로 경쟁력을 확보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주역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노해철 기자 s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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