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숭숭’ 방탄복 품질 조작 알고도 5만벌 군에 납품···국기연·납품업체 “사실과 달라”

정대연 기자 2023. 5. 18.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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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급수원 2곳 우라늄 기준치 초과
방탄복. 연합뉴스 자료사진

방탄 성능이 부족한 방탄복 약 5만벌이 군에 납품된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국기연)와 납품업체 측은 사실과 다르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감사원이 18일 공개한 ‘장병 복무 여건 개선 추진 실태’ 감사보고서를 보면, 방위사업청은 2021년 12월 군수업체 A사와 방탄복 5만6280벌(107억7800만원)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품질 보증 업무를 하는 국기연은 A사가 방탄 성능 측정 부위 3곳만 방탄 소재를 6겹 덧댄 사실을 알고도 지난해 2월 방탄복을 제작하도록 승인했다. A사는 이 방탄복을 총 50겹의 방탄 소재로 제작했는데, 성능 측정 부위만 56겹으로 박음질한 ‘시험 통과용’ 방탄복을 별도로 제작한 것이다. 국기연이 이 같은 사실을 시험기관에 알리지 않아 같은 해 3월 이 방탄복은 성능 시험을 통과했다. 국기연은 지난해 5월 A사가 방탄복 성능을 조작한다는 민원을 접수하고도 취약한 중앙 부위는 제외하고 덧댄 부위 경계 등으로 사격 위치를 조정해 시험한 뒤 방탄 성능을 충족한다고 재판정했다.

감사원은 A사가 육군에 납품한 방탄복을 덧대지 않은 부분까지 시험한 결과 일부 방탄복이 중앙부위에서 후면변형량(총탄에 타격돼 방탄복 안 쪽에 발생하는 변형량) 허용기준(44㎜)을 초과했다고 밝혔다. 이 기준을 초과하면 방탄복을 입은 장병의 사망 확률이 증가한다. 이 방탄복은 이미 4만9622벌이 납품됐다.

감사원은 방위사업청장에게 대체 납품 등 조치를 하고, A사에 대해 입찰 참가 자격 제한 등 조치를 취하라고 통보했다. 국기연 소장에게는 방탄복 품질 보증 관련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관련자 2명을 문책하라고 요구했다.

국기연은 이날 저녁 장문의 입장자료를 내고 “감사원의 방탄성능시험은 구매요구서의 시험방법 및 기준과 다르게 수행한 것”이라며 “국기연은 계약서상에 정해진 기준과 시험절차에 따라 국내 공인시험기관 및 미군이 사용하는 미국 공인시험기관에 의뢰해 합격한 제품만 군에 납품했다”고 반박했다. 국기연은 “시험절차서에서 요구한 대로 덧댄 부위는 물론 덧대지 않은 부위와 그 경계까지도 모두 사격 시험해 후면변형량이 만족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A사는 경향신문에 보낸 입장문에서 “본사는 국방부가 방탄복 표준 규격으로 사용하는 미국 국립사법연구소(NIJ)의 기준에 따라 명확하게 성능 시험을 진행했다”며 “감사원은 NIJ 규정과 달리 시험한 결과를 가지고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A사는 “방탄 소재를 방탄복 가장자리에 추가로 덧댄 것은 오히려 방탄막이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부분에 방탄 성능을 추가로 확보한 것”이라며 “방탄복의 착용상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특허제품”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방부는 방탄복 전면의 30%를 차지하는 세폭직물에 대한 적외선 반사율 관련 성능 기준 없이 국방규격을 제정하고, 적외선 반사 기능이 없는 세폭직물로 구성된 방탄복을 보급해 야간 위장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2016년에는 국방부가북한군 철갑탄을 막을 방탄복 개발에 성공하고도 특정 업체와 유착해 보통탄만 막을 수 있는 방탄복을 보급한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된 적이 있다.

장병들이 먹는 물과 마시는 공기에도 문제가 있었다. 육군은 우라늄을 먹는 물 검사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감사원이 육군이 관리하는 33개 급수원에 대한 우라늄 검사를 실시한 결과 2곳에서 우라늄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이 실내 공기질 관리 대상 가운데 341개 지점을 선정해 공기질을 측정했더니 41개 지점에서 라돈 등 총 4개 오염물질 43건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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