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폐집회 방관한 경찰, 뒤늦게 "단호히 수사"
건설노조 집행부5人 출석요구
"불응하면 영장 발부받아 검거"
지난 두차례 집회도 병합수사
"야간집회 시위기준 강화 위해
집시법 개정안 신속통과 노력"
"건설노조 위원장 등 집행부 5명에 대해 25일까지 출석을 요구했습니다. 불응 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하겠습니다. "
윤희근 경찰청장이 18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상의 평온을 심대하게 해친 이번 불법 집회에 대해 신속하고 단호하게 수사하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건설노조가 16일부터 서울 도심에서 1박2일 '노숙집회'를 진행한 지 하루 만이다.
윤 청장은 이번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지난 2월에 열린 민주노총 결의대회와 이달 1일 열린 노동자 대회의 불법 행위도 병합해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과 건설노조 지도부가 첫 수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을 비롯해 민주노총 집행부 3명·건설노조 집행부 1명 등 총 5명에게 출석 요구가 이뤄졌다고 경찰 측은 전했다. 경찰이 요구한 25일 출석에 불응할 경우 강제수사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남대문경찰서가 건설노조 집행부를 수사하고, 민주노총 지도부는 서울 중부경찰서가 수사를 전담한다. 윤 청장은 "대상자들은 경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집회 하루 만에 윤 청장이 '강경 대응'을 선언하고 나선 건 민주노총과 건설노조 집회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 여론이 커졌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16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최근 분신해 숨진 건설노조 간부 양회동 씨를 추모하고 정부의 노조 탄압을 규탄하기 위해 1박2일 동안 도심 노숙집회를 열었다. 집회가 열린 이틀 동안 도심 교통이 사실상 마비됐을 뿐만 아니라, 노조원들이 노숙한 자리가 쓰레기로 가득해 악취를 풍겼다. 일부 노조원은 노숙하면서 술자리를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불법도 수차례 이뤄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서울경찰청 112 상황실에는 소음 관련 112 신고가 80여 건 접수됐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과 형법상 일반교통 방해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면서 "신고 범위 일탈·해산명령 위반 등의 행위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16일 건설노조 집회가 합법적인 시위에서 벗어났다고 보고 3차례 해산을 명령했지만 이들은 불응했다. 이튿날에도 중부서가 3차례 해산명령을 내렸지만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경찰은 건설노조처럼 불법 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의 유사 집회도 금지·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경찰 관계자는 "집시법 규정에 금지·제한 규정들이 있다. 불법 폭력 행위를 여러 번 했는데 또 유사한 집회 신고를 내면 금지·제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집시법에 따르면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건설노조 시위가 '집회 금지'까지 가능한 극단적인 성격을 보였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야간문화제를 빙자해 사실상 집회를 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현장 해산 등 강력 조치를 취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해산명령 이후 해산 조치를 언제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시간까지 규정되진 않았다"면서 "변호사들과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특히 소음으로 시민들의 큰 피해가 예상되는 야간 집회시위와 관련해 집시법 개정안이 신속하게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현행 집시법상 야간집회를 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윤 청장은 "극심한 시민 불편을 초래한 이번 집회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면서 "불법 행위에 대해 헌법과 법률에 의거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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