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이어 파운드리도 바닥…"기술로 미래 대비할 시점"

김응열 2023. 5. 1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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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1위 TSMC 성장세 둔화…中 SMIC도 실적 추락
메모리는 적자행렬…삼성·SK 반도체 영업손실 8조 육박
불황에도 포기 없는 R&D…”수익성 높이고 호황기 준비”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까지 올해 1분기 실적이 하락하는 등 반도체 업계 전반적으로 불황이 닥쳤다. 글로벌 불경기로 인해 IT 수요가 바닥을 친 결과다. 메모리 중심의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호황기에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매진하며 불황을 견디고 있다.

반도체. (사진=AFP)
中이 키우는 파운드리 SMIC, 성장 제동…TSMC도 상승세 둔화

17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는 올해 1분기 매출 5086억3297만대만달러(약 21조9627억원), 순이익 2069억8700만대만달러(약 8조9294억원)를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3.58%, 순이익은 2.1% 증가했다. 시장에선 분기 순이익을 1900억대만달러로 예상했는데, 실적은 전망치를 소폭 웃돌았다.

실적 자체는 성장세를 이어갔으나 상승폭은 확연히 줄었다. 작년 1분기에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35.5%, 순이익은 45.1% 뛰었다.

TSMC 본사. (사진=TSMC)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고속성장하던 중국 최대 파운드리 SMIC도 제동이 걸렸다. SMIC의 1분기 매출액은 14억6230만달러(1조9463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0.6% 꺾였다. 순이익은 48.3% 추락한 2억3110만달러(약 3075억9400만원)다.

메모리는 ‘녹다운’…삼성·SK, 수조원 적자

메모리 중심의 국내 반도체 기업은 상황이 더 나쁘다. 삼성전자(005930) 반도체사업 담당 DS부문은 1분기 4조580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작년 동기에는 8조4500억원의 흑자를 냈다. SK하이닉스(000660)도 올해 1분기 3조402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1조8984억원보다 2배 가까이 적자가 늘었다.

삼성전자 평택반도체공장과 SK하이닉스 경기 이천 본사. (사진=각 사)
올해 2분기까지도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선 오는 3분기부터 점진적인 회복이 찾아올 것을 예상하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테크인사이츠와 발행한 보고서에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위축된 분위기는 2분기에 다소 완회되고 3분기부터 점진적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클락 청 SEMI 시니어 디렉터는 “올해 중반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고 하반기부터 수요가 회복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반기 업턴 온다”…미래 시장 장악할 기술 개발 집중

반도체 기업들은 다가올 호황기에 시장 점유율을 유지·확대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1분기 연구개발비용으로 6조5790억원을 썼는데 전년 동기 대비 11% 늘었다. 매출 중 연구개발비 비중은 10.3%로 작년 1분기보다 2.7%포인트 상승했다. SK하이닉스의 연구개발비는 1조8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 줄었다. 다만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약 58% 줄어드는데도 연구개발비 삭감이 크지 않아 연구개발비 비중은 11.5%포인트 뛴 21.4%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개발한 CXL(Compute Express Link·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 2.0 기반 128GB CXL D램. (사진=삼성전자)
불황에도 적극적으로 연구개발에 나선 결과 우리 기업들은 실제 성과도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CXL(Compute Express Link·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 2.0을 지원하는 128GB CXL D램을 개발했다. 이 신제품은 메모리의 전 용량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메모리 풀링’ 기능을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을 연내 양산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12단을 적층한 24GB HBM3 개발을 완료하고 다음 세대인 ‘HBM3E’ 양산도 준비하고 있다. HBM은 다수의 D램 칩을 수직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현재 HBM은 1세대(HBM), 2세대(HBM2), 3세대(HBM2E)를 거쳐 4세대(HBM3)까지 개발된 상태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HBM3 24GB 제품. (사진=SK하이닉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선단공정을 개발하는 건 원가경쟁력과 연결된다”며 “불황기에 수익성을 보전하고 다가올 업턴에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을 게을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반도체는 기술 개발 속도가 워낙 빠른 탓에 잠깐만 방심하면 경쟁사에 뒤처진다”며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선제적인 연구개발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범진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메모리는 사이클을 타는 특성상 업턴이 머지않아 올 것”이라며 “메모리 경쟁이 다시 치열해질 때를 대비해 기술 개발을 잘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응열 (keynew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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