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으로 만나는 '베니스의 상인들'…"장애물·벽 뚫는 서사로 희망 전해"

조재현 기자 2023. 5. 1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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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중 하나인 '베니스의 상인'을 지금의 관객들이 더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과감하게 바꿨습니다."

'베니스의 상인'이 창극으로 재탄생했다.

국립창극단은 6월8일부터 11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베니스의 상인들'을 올린다.

원작의 베니스 무역업자 안토니오는 젊은 소상인 조합의 리더로,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은 선박회사를 운영하는 노회한 대자본가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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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감각에 맞는 각색…"자본가와 민중들 가치관 대립 구도"
6월8~11일 국립극장서 공연…김준수·유태평양·민은경 등 출연
국립창극단 '베니스의 상인들' 간담회. (국립창극단 제공)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중 하나인 '베니스의 상인'을 지금의 관객들이 더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과감하게 바꿨습니다."

'베니스의 상인'이 창극으로 재탄생했다. 국립창극단은 6월8일부터 11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베니스의 상인들'을 올린다.

이성열 연출은 18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원작 중 인종·종교적 편견 등 현대적인 감수성에 어울리지 않는 지점은 과감하게 빼고 새로운 서사로 변형해 이 시대에 맞도록 만들었다"며 "젊은이들의 사랑과 패기, 연대와 협업으로 장애물을 뚫고 지나가는 서사를 통해 희망을 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베니스의 상인들'은 독점적 대자본에 대항하는 젊은 소상인들의 이야기다. 원작의 베니스 무역업자 안토니오는 젊은 소상인 조합의 리더로,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은 선박회사를 운영하는 노회한 대자본가로 등장한다. 이 연출은 젊은 상인들이 진취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부각하기 위해 원작 제목에 '들'을 붙였다.

국립창극단 '베니스의 상인들' 간담회. (국립창극단 제공)

극은 베니스 상인조합 리더 안토니오의 의형제 바사니오가 벨몬트 섬의 상속자 포샤를 보고 첫눈에 반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안토니오는 바사니오를 위해 자신의 가슴살 1파운드를 담보로 대자본가 샤일록에게 돈을 빌리려 한다. 샤일록은 이를 기회로 눈엣가시였던 상인조합을 해체할 계략을 꾸민다.

극본은 고전을 지금의 이야기로 치환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김은성 작가가 썼다. 김 작가는 "대규모 무역상사 회장인 샤일록과 소규모 상인 조합 간의 대결 구도가 원작과 가장 크게 바뀐 각색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이 연출은 기득권을 확장하려 애쓰는 자본가 샤일록과 흙수저 출신으로 민중들을 대변하는 안토니오의 세계관이 부딪치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세대 간, 계층 간 대립 구도를 통해 우리 사회의 단면을 비추려 했다.

이 연출은 "샤일록의 대사 중에 '돈이면 다 되는 세상에 다시 태어나겠다'고 하는 부분이 있는데 지금이 그가 다시 태어나고 싶어 했던 세상이 실현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며 "반면 '끝끝내 굴하지 않고 일어나겠다'고 말하는 안토니오는 오뚝이처럼 계속 시련을 이겨낸다"고 했다.

국립창극단 '베니스의 상인들' 간담회. (국립창극단 제공)

국립창극단의 역대 작품 중 가장 많은 62개의 곡이 들어간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창극 '귀토', '리어'의 작창가 한승석이 작창을 맡고,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예술감독 원일이 작창 사이의 공간을 음악으로 채웠다. 한승석과 함께 지난해 국립창극단의 '작창가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예비 작창가 2명도 힘을 보탰다.

원일 작곡가는 여느 창극 작품보다 작창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승석 작창가의 힘은 전통 판소리의 원형을 그대로 노래로 가져가는 데 있다"며 "나는 작곡가로서 작창의 힘을 어떤 대중음악의 프레임으로 관객에게 전달할 것인지 고민했다"라고 설명했다.

록, 팝, 헤비메탈 등 다양한 장르를 캐릭터에 맞게 녹였고, 창극에서는 이례적으로 전자 음악적인 요소도 많이 쓰였다.

안토니오와 샤일록 역은 국립창극단 간판 스타 유태평양과 김준수가 맡았다. 벨몬트의 주인이자 지혜로운 여인 포샤 역은 민은경, 사랑에 빠진 젊은 청년 바사니오 역은 김수인이 연기한다.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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