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격차 고작 몇달"… 美도 中도 '자국 빅테크 지키기' 총력전

고민서 기자(esms46@mk.co.kr), 이재철 기자(humming@mk.co.kr) 2023. 5. 18. 17: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위협받는 AI주권 ◆

지난 3월 16일 베이징에서 열린 행사에서 리옌훙 바이두 최고경영자가 인공지능 챗봇 '어니봇' 기능을 소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생성형 인공지능(AI) 주도권 경쟁에서 미국과 중국 간 기술격차는 연(年) 단위가 아닌 월(月) 단위에 불과하다."(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 부회장)

AI 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경쟁이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 간 패권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미국 하원의원들과 만나 미·중 간 생성형 AI 기술 경쟁 상황을 진단한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MS) 부회장의 분석처럼 미·중 양국은 보다 뛰어난 AI 기업 확보를 최우선 국가 이익으로 평가하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단적으로 올해 초 중국 빅테크 기업이 내놓은 키워드는 '진격'이었다.

소위 '마윈 사태'를 계기로 자국 빅테크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움직임이 2년여 만에 사실상 막을 내리면서 상황이 180도 바뀌어, 지금 중국 빅테크는 정부 지원을 받으며 생성형 AI 시대의 주도권을 잡겠다고 혈안이 돼 있다. 바이두는 지난 3월 자체 개발한 AI 대화 생성 엔진 '플라토3(PLATO-3)'를 기반으로 한 AI 챗봇 '어니봇(Ernie Bot)'을 내놓았다. 최근에는 중국 대표 빅테크 알리바바뿐만 아니라 AI 전문기업 센스타임까지 나서 오픈AI의 챗GPT에 대항하는 자체 AI 챗봇을 앞다퉈 공개하기도 했다. 텐센트, 화웨이, 바이트댄스, 징둥 등도 일제히 AI 챗봇 시장 참전을 선언하며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중국의 움직임은 독과점에 대한 피해 우려로 자국 빅테크를 규제하려던 미국 정부의 기조를 바꿔놓고 있다. 지난달 마이크 갤러거 하원의원 등 미국 하원 대중국특별위원회 소속 의원 10명은 애플, 구글, MS 등 미국 대표 빅테크를 찾아다니는 정치 투어를 진행했다. 중국의 AI 기술 추격이 거센 가운데 과연 미국 기업과 국가가 직면한 위협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초당적으로 뭉쳐 기업 대표들을 찾아 소통한 것이다.

이처럼 생성형 AI가 촉발한 미·중 간 패권 경쟁은 미국 정치권과 조 바이든 행정부에 중대한 각성과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막대한 시장 영향력으로 늘 규제의 대상이었던 빅테크를 상대로 '채찍'만 휘두르다가는 AI 기술 패권 전쟁에서 중국에 허를 찔리게 된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지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초대 경쟁당국 수장으로 배치된 리나 칸 연방무역위원회(FTC) 위원장은 학자 시절 '빅테크 킬러'라 불리며 늘 고강도 규제를 역설했지만 최근 생성형 AI 규제와 관련해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그는 뉴욕타임스(NYT) 기고 등을 통해 AI 테크사 규제 원칙을 천명하면서도 중요한 사항으로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규제 △새 법령이 아닌 현행 규제법에서의 개입 등을 제시했다.

AI 기술 발전에 대한 대중의 공포 및 빅테크 플랫폼 반발 정서에 편승해 무리한 신설 규제를 쏟아냈다간 오히려 시장 혁신을 제한하게 됨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들어 미국에선 하원 및 상원의 빅테크 반독점 관련 주요 법안(플랫폼 독점 종식 법률·Ending Platform Monopolies Act 등)이 모두 폐기됐다. 미국 정부 정책 기조는 자국 빅테크 규제에서 중국 기업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급격히 선회했다. AI처럼 고도화된 디지털 기술일수록 산업을 넘어 경제부터 정치, 안보에 이르기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 점차 확인되면서 미국 등 세계 주요국은 빅테크 규제를 시장경제 관념에 국한하지 않고 국가 기반산업의 측면에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달 낸 보고서에서 AI 기술에는 미국 국가 안보에 민간과 군사용으로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이중 용도'로 중요한 역할이 있다는 점을 명시했다.

지난달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은 아마존웹서비스(AWS) 등과 손잡고 육·해·공·우주 부대의 정보를 통합해 AI로 전략을 수립하는 '전 영역 통합지휘통제(JADC2)' 구상을 추진 중이다. 중국 역시 AI와 같은 첨단 기술을 군에 적용해 미군을 추월한다는 국가적 안보 목표를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미국은 빅테크 길들이기 법안을 모두 접고, 자국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AI 정책을 수립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규제라고 논의되는 사안들도 AI 생태계가 빠르게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할 오남용을 막을 가이드라인, 즉 정제된 플레이그라운드를 어떤 식으로 만들어야 할지를 점차 논의 주제로 끌어올리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최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공식 석상에서 AI가 야기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규제 및 법령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하면서도, 오픈AI의 로드맵과 사업 개진 방향성이 '미국의 AI 주권'을 공고히 하고, 그 이익이 가능한 한 많은 미국인에게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밝힐 정도였다. 이에 비해 한국으로 시선을 돌리면 토종 빅테크 지원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민서 기자 / 이재철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