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마을공동체’ 비판한 오세훈 서울시…법원 “허위는 아니야”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21년 9월13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시민사회 분야 민간보조와 민간위탁 사업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서울시 바로 세우기’라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지난 10여년간 시민사회 분야 민간보조와 민간위탁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뿌리박힌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모든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추진했던 마을공동체 사업(마을 사업)과 관련해 서울시가 낸 ‘비판 보도자료’에 대해 법원이 ‘대부분 허위사실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일부 허위사실이라는 판단도 했지만, ‘위탁 운영 기관이 약 600억원을 10년간 독점 수주했다’는 등의 핵심 내용들은 허위가 아니라고 봤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재판장 송승우)는 지난 12일 사단법인 마을과 유창복 전 서울시 협치자문관이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서울시는 각각 1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서울시 홈페이지에 정정보도문을 3일(72시간)간 게시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매일 30만원을 원고들에게 지급하라”고도 덧붙였다.

마을 사업이란 주민들의 생활과 직접 연결된 공동의 문제를 주민이 직접 계획을 수립해 해결하자는 취지로 출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취임 초기인 2012년 서울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를 설립했고, 마을 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사단법인 마을에 위탁했다. 하지만 2021년 4월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당선된 뒤 서울시는 민간단체 보조·위탁사업의 잘못된 관행을 지적하는 ‘바로세우기’ 작업의 일환으로 이 사업을 종료했다.

지난해 7월 사단법인 마을과 유씨 등은 서울시가 2021년 10월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에 허위사실이 기재됐다며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보도자료엔 “사단법인 마을은 지난 10년간 서울시로부터 약 600여억원의 사업을 독점적으로 위탁받아 그들만의 마을 생태계를 확장시켰다. 마을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공정과 특혜, 비효율이 있었다”는 비판 내용이 담겼다. 또 유씨가 사업을 관리·감독하는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된 뒤 사단법인 마을 출신 인사들에게 자치구 마을 자치센터 9곳을 위탁 운영하도록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재판부는 마을 사업을 위탁한 자치센터가 7곳인데도 9곳으로 적혔다며 보도자료에 허위사실이 적시된 점을 인정했다. 다만 운영 기간(10년)과 사업 예산(600억)과 관련해서는 “원고들이 주장한 운영 기간 9년 3개월과 10년간 차이가 9개월에 불과하고 마을 사업 예산으로 받은 약 400억원과 청년사업의 예산으로 받은 약 140억원을 합하면 대략 600억원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허위사실로 판단하지 않았다. 그외 유씨가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한 내용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씨는 △마을사업 위탁기간(10년)과 예산규모(600억원) △편성예산을 전부 집행한 것처럼 기재한 점 △마을사업 수주가 경쟁 입찰임에도 ‘독점’이라고 표현한 점 △불공정·특혜지원이 ‘있었다’고 표현한 점 △유씨가 마을사업 확대에 핵심적 역할을 한 점 △연구용역 5건을 사단법인 마을 관련자가 담당했다는 점 등이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원고 법인(마을)은 장기간 서울시의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함으로써 공적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고, 유씨 역시 일정한 정도의 공적 지위에 있었음으로 상당한 정도의 사회적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항소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사단법인 마을은 “항소 여부를 포함해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