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업용 부동산 가격 12년만에 꺾였다…뇌관 째깍째깍

진영태 기자(zin@mk.co.kr) 2023. 5. 1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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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60% 떠안은 은행 비상
1분기 무디스지수 0.8% 하락
오피스·다세대주택 하락 주도

미국 은행위기의 새 뇌관으로 꼽히는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2011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 가운데 60%를 담당하는 은행권에 연쇄 손실을 안길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더 큰 하락이 올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무디스애널리틱스 집계를 인용해 2011년 2분기부터 연속 상승했던 상업용 부동산 가격지수가 올해 1분기 12년 만에 꺾였다고 보도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올해 1분기 286.4를 기록해 작년 4분기(288.6) 대비 0.76% 하락했다.

무디스지수는 2002년 4분기 가격을 기준점인 100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 지표는 2011년 2분기 127.4를 저점으로 12년간 매 분기 성장했다. 특히 약 10년간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며 2020년 4분기에는 219.4까지 올랐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양적완화가 본격적으로 실시된 2021년부터 급격한 상승 곡선을 그리며 작년 말에는 최고점(288.6)까지 찍었다.

블룸버그는 1분기 지수 하락세는 다세대 주택과 오피스 빌딩이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앞으로 더 큰 폭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마크 잔디 무디스애널리틱스 수석경제학자는 "더 큰 가격 하락이 다가오고 있다"며 "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를 가볍게 겪는다고 가정하면 10%가량 떨어지겠지만, 경기가 더 악화된다면 훨씬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상업용 부동산 기업 코스타그룹에 따르면 고가 상업용 부동산일수록 가격 하락폭이 더 컸다. 고가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8개월 연속 떨어졌고, 지난 3월에는 1년 전보다 5.2% 하락했다.

최근 필라델피아 소재 상업용 건물 소유·관리 기업인 포스트브러더스는 2019년 가을 9250만달러에 매매된 워싱턴DC 오피스 빌딩을 6700만달러에 구입했고, 클라리온파트너스는 샌프란시스코 오피스 타워를 10년 전 지불한 금액의 약 절반 가격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늘면서 도심 오피스 공실률이 높아졌고, 이에 따른 유동인구 감소로 소매점과 식당들 수익률이 떨어진 점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임대료가 낮아지고 매물로 나오는 상업용 부동산이 많아지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이 유발하는 더 큰 문제는 은행권 대규모 부실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발표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상업용 부동산 대출 잔액 3조6000억달러(약 4800조원) 중 60% 이상을 미국 소규모 은행이 담당하고 있다.

보고서는 "부동산 가치의 수정 규모가 상당해질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은행의 신용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부실을 막기 위해 은행들이 대출 기준을 강화하면서 신용 위축까지 우려되고 있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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