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개 주요국 절반, 연금개혁 없인 정크등급 전락"
고령인구 늘어 재정 부담 쑥
韓·中·대만 정책 개선 시급
2050년 최악 3개국으로 꼽혀
佛·스페인엔 추가 개혁 촉구
전 세계 주요국에서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가운데, 연금개혁을 제때 하지 않으면 상당 국가의 신용등급이 투자 부적격인 '정크 본드'로 떨어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특히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연금개혁에 드라이브조차 걸지 못하고 있는 한국이 2050년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도 동시에 울렸다.
1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를 비롯한 세계 3대 신용평가사는 현재 주요국에서 진행 중인 고령화가 각국 국가신용등급 하락으로 귀결된다고 분석했다. 각국이 연금 등 고령화 관련 정책을 전면적으로 개혁하지 않을 경우를 전제로 한다. 대대적인 정책 수정이 없으면 고령인구가 증가하면서 재정 부담과 차입 비용이 계속 늘어나 투기등급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S&P는 세계 주요 국가가 고령화 관련 정책을 개편하지 않으면 2060년에는 이들 중 절반에 가까운 국가가 '정크 등급(투자 부적격)'의 국가신용등급으로 전락한다고 전망했다. 2025년 기준 81개국 가운데 정크 등급으로 책정되는 나라는 27개국(33.3%)이지만, 2060년에는 40개국(49.38%)으로 증가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역시 관련 정책 개혁이 없으면 2025년 2.4%에서 2060년 9.1%로 늘어난다고 내다봤다.
아시아 국가 중에선 한국·대만·중국이 고령화 관련 정책 개선이 가장 시급한 국가로 꼽혔다. 에드워드 파커 피치 국가신용리서치 글로벌 대표는 "한국·대만·중국은 2050년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밝혔다. 한국도 고령화 정책 개선이 없다면 2060년까지 국가신용등급이 정크 등급으로 강등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현재 한국 국가신용등급은 AA-(피치 기준)다.
유럽 국가는 한두 차례 연금개혁을 실시했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다. 독일은 2001년 고령화에 따라 미래 세대가 내야 하는 보험료율이 지나치게 높아지자 사적연금을 활성화했지만 여전히 고령화에 취약한 국가로 지적됐다. 무디스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독일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언급하고 "시장 부담이 이미 가시화됐다"며 "고령화 정책 개선이 없다면 내년엔 잠재적 성장이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과 프랑스 등에는 추가적인 개혁을 요구했다. FT는 "신용평가사들이 최근 연금 지급과 인플레이션 간 직접 연계를 재설정한 스페인 연금제도의 구조적 결함과 프랑스의 재정 운용에 대해서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 3월 고소득자의 연금 기금 부담을 늘리고 근로자의 연금 기여금 납부 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의 개혁안을 의회에 제출한 바 있다. 프랑스 역시 오는 9월부터 정년을 연장하는 연금개혁을 실시했다.
무디스는 "고령화가 과거에는 단순히 중장기 전망을 결정하는 일부 변수였지만 이제는 재정에 단기적이고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면 정부의 부채 상환 비용이 급증한다는 점에서 큰 악재가 아닐 수 없다. FT는 "지난해 전 세계적인 기준금리의 급격한 상승은 정부 재정에 더 큰 부담을 줬다"고 분석했다. S&P글로벌레이팅스의 스트레스 테스트에 따르면 차입 비용이 1%포인트 증가하면 2060년까지 일본·이탈리아·영국·미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이 40~60%포인트 상승한다. 마르코 므르스닉 S&P 수석 국채애널리스트는 "이는 매우 큰 폭의 증가"라며 "정부 부채를 지속가능하게 유지하려면 고령화 압력을 해결하거나 기타 재정개혁이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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