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POINT] 의료현장 대혼란 자초한 복지부
지난 17일 보건복지부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안을 발표했다. 골자는 재진 중심으로 가되 일부 환자에 한해 초진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약 배달은 원천 금지된다. 여기까지는 명쾌했다. 하지만 그다음부터 이어진 복지부 설명은 매우 애매했다. '아직 확정된 안은 아니지만 시범사업은 6월 1일 시작한다'는 것이다. 확정되지 않았는데 시행은 하겠다니 하루빨리 시스템을 새로 구축해야 하는 산업계는 조금도 이해할 수 없는 설명이었다.
이번 시범사업안은 내용 측면에서도 모호한 것 투성이다. 가장 핵심이 초·재진을 가르는 것인데, 환자가 재진을 어떻게 증명해야 하는지 담겨 있지 않았다. 또 소아 환자는 아예 비대면 진료를 못 받는 건지, 거동이 불편한 환자는 약을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등에 대한 질문에도 복지부 답변은 "협의가 더 필요하다"는 것뿐이었다. 사업 시행까지 불과 열흘밖에 안 남은 시점인데 말이다.
복지부는 시범사업 연착륙을 위해 3개월간 계도기간을 두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계도기간 내 비대면 진료가 어떻게 되는지, 현 제도와 시범사업안이 어떻게 병행되는지에 대해서도 명쾌한 답변이 없었다. 복지부의 어이없는 태도로 언론 보도가 뒤죽박죽이 됐다. 계도기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일부 언론은 '다음달부터 재진만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다'는 소식을 내보냈다. 해당 기사가 나가자 다음날인 18일 플랫폼 업체들은 의·약사와 환자에게 걸려온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다음달부터 초진인 감기 환자는 비대면 진료를 하면 안 되나요?" "약 배달도 당장 2주 뒤부터 안되는 게 맞나요?" "그럼 계도기간 3개월은 뭔가요?" 복지부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헷갈린다는 성토들이 이어졌다. 복지부의 우왕좌왕으로 일부 언론 보도에 혼선이 빚어졌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다음달에는 초진 환자도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수 있고 약도 집으로 받아볼 수 있다. 즉 6월 1일부터 재진만 되고 약 배달도 안 된다는 건 틀렸다는 얘기다. 복지부 관계자 역시 "계도기간 내에는 기존 제도와 시범사업안이 공존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복지부의 안일한 준비와 애매한 설명이 환자와 의료계, 산업계에 불필요한 혼란만 안겨준 셈이다.
코로나19 위기 단계 하향과 함께 5~6월쯤 비대면 진료가 불법이 된다는 건 업계 관계자라면 모두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시행 주체인 복지부는 지난 2월 '재진 중심'이라는 키워드만 던져놓은 채 관련 업계와 충분히 논의를 거치지도 않았다. 그 결과가 지금의 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실상 올해 3~5월이 계도기간이나 다름없었음에도 사업 종료가 임박할 때까지 손놓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 복지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환자가 재진을 어떻게 증명하면 되는지, 병원에서는 재진인 줄 알고 진료했는데 막상 병명 코드가 다를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민감한 의료 정보는 어떤 식으로 관리할지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마추어 같은 행태에서 벗어나 주무부처의 책임감 있는 모습을 이젠 보여주길 바란다.
[심희진 벤처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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