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위식도역류약 시장, 쟁탈전 후끈
환자수 인구대비 20%까지 쑥
치료약 200개, 약효·용량 경쟁
HK이노엔 '케이캡' 1등이지만
시장 점유율 17%에 불과
한미·대웅·일양 빠르게 추격
국내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서구형 식습관 탓에 환자가 급증하면서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시장 규모 1조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특별한 강자 없이 200여 개 제품이 난립한 가운데 시장 쟁탈전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18일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유비스트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위식도 역류질환제 시장 규모는 약 1조1640억원이다. 2021년 7497억원에서 55% 늘었다. 서구형 식습관이 보편화돼 복부 내장 비만 환자들이 늘어난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내장 비만이 생기면 복부 내 압력이 커지면서 위산이 쉽게 역류한다. 약 20년 전만 해도 국내 인구의 4~5%였던 위식도 역류질환자는 최근 20% 안팎까지 증가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제품은 HK이노엔의 케이캡이다. 케이캡은 이전 제품과 달리 식사 전후 언제든 복용 가능하고 다른 약물과 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워 지난해 1320억원대 매출을 달성했다. 국산 신약 가운데 연매출 1000억원을 가장 빨리 돌파한 사례다. 2위는 한미약품의 에소메졸, 3위는 대웅제약의 펙수클루다. 약 15년 전 일찌감치 개발된 에소메졸은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약효의 우수성을 인정받으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펙수클루는 모든 제제를 통틀어 가장 긴 반감기(9시간)를 확보해 야간에 위산 분비를 효과적으로 조절해준다는 특징 덕분에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국내 치료제 시장에는 PPI(위산 분비 억제제)밖에 없었다. 에소메졸이 대표적이다. 2019년 케이캡과 2022년 펙수클루가 차례로 등장하면서 현재는 PPI와 P-CAB(경쟁적 위산 분비 억제제)가 시장을 양분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P-CAB는 후발주자인 만큼 PPI의 단점을 보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약효 발현 시간이다. 약을 먹은 후 몇 시간이 지나야 효과가 발현되는 PPI와 달리 P-CAB는 10~30분 만에 증상을 완화시킨다.
유비스트에 따르면 HK이노엔이 점유율 17%로 선두를 지키고 있다. 이어 한미약품 6.9%, 대웅제약 5.5%, 일양약품(놀텍) 4.6%, 아스트라제네카(넥시움) 3.8%로 2위권 싸움이 치열하다.
향후 성장성이 큰 시장인 만큼 업체들은 차별화를 통해 시장 선점에 주력할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HK이노엔은 약을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환자들을 위해 올해 초 저용량(25㎎) 제품을 출시했다. 알약이 아닌 주사제로도 치료가 가능하도록 제형 다각화도 추진하고 있다. HK이노엔 관계자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와 병용해 투여하는 등 케이캡을 다른 질환에도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병용 요법이 현재 임상 3상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PPI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현재 에소메졸은 3개 제품과 7개 용량으로 세분화돼 있다. PPI지만 시간에 상관없이 복용할 수 있고 약효 발현도 몇십 분 내 가능하도록 만들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확대한 것이다. 대웅제약은 처방기관을 확대하기 위해 주요 상급종합병원과 벌이는 협상을 다음달 내 마무리할 방침이다. 또 펙수클루를 연매출 1000억원 규모 품목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후속 적응증 연구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해외 시장 진출 역시 속도를 낸다.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글로벌 위식도 역류질환제 시장 규모는 2021년 16조원에서 2022년 21조원으로 해마다 커지고 있다. 앞서 칠레 등 3개국에서 품목허가 승인을 받은 펙수클루는 올해 필리핀을 시작으로 제품 출시를 본격화한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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