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유족 “윤 기념사 경제발전으로 마무리, 뜬금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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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 나훈아의 '엄니'가 울려 퍼졌다.
이 노래는 1987년 부산 출신 가수 나훈아가 5·18 희생자 유족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노래다.
양재혁 5·18유족회장도 "대통령이 2년 연속 기념식에 참석한 점은 고맙게 생각하지만 기념사에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언급하지 않아 아쉽다"며 "당 차원에서 논의할지는 모르겠으나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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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 나훈아의 ‘엄니’가 울려 퍼졌다. “엄니 엄니 워째서 울어쌌소, 나 여그 있는디 왜 운당가…… 들리지라우 엄니 들리지라우 엄니, 인자 그만 울지 마시오”. 소리꾼 이봉근이 절절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자 5·18민주화운동 희생자 유족들은 눈물을 훔쳤다.
이날 ‘오월 정신, 국민과 함께’라는 주제로 제43주년 5·18기념식이 열렸다. 코로나19 거리두기 제한이 해제되며 4년 만에 3천여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로 치러졌다. 국가보훈처는 5·18 때 가족을 잃어 고통으로 힘겨워하는 ‘오월의 어머니’들을 조명해 광주의 아픔을 위로하고 화합의 내일로 나아가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애국가는 지한초등학교 학생들이 제창했다. 지한초 학생들은 5·18 때 집단학살이 일어난 주남마을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매년 추모행사를 치르고 있다. 헌정공연은 나훈아의 곡 ‘엄니’를 무대에 올렸다. 이 노래는 1987년 부산 출신 가수 나훈아가 5·18 희생자 유족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노래다. 당시 카세트테이프 2천개를 제작해 광주문화방송(MBC)에 전달했지만 정보기관의 방해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훈아는 2020년 이 노래가 담긴 <아홉 이야기>라는 앨범을 발표하며 숨은 사연을 공개했다.
기념식은 광주·서울·부산·대구 시민 30명으로 구성한 연합합창단이 부르는 ‘바위섬’ 공연에 이어 참석자 전원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며 마무리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오월의 정신은 자유와 창의, 그리고 혁신을 통해 광주와 호남의 산업적 성취와 경제 발전에 의해 승화되고 완성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공자와 유족들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다수의 유공자가 참여한 카카오톡 단체방에서는 ‘맹탕 기념식’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유공자 정아무개씨는 “대통령은 5·18 정신을 계승하고 기념해야 할 책무가 있는데 이런 내용은 쏙 빠진 채 뜬금없이 경제 발전으로 기념사를 마무리해 우려스럽다”며 “대통령이 유공자들의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양재혁 5·18유족회장도 “대통령이 2년 연속 기념식에 참석한 점은 고맙게 생각하지만 기념사에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언급하지 않아 아쉽다”며 “당 차원에서 논의할지는 모르겠으나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기념식장 출입 때 과도한 검문검색으로 인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이날 기념식장은 사전에 초청장을 받아야 출입할 수 있었다. 대통령실 경호처는 초청자들의 가방을 엑스레이 검색대로 1차 확인한 뒤 일일이 열어 맨눈으로 검사하며 긴 대기줄이 생겼다. 기념식 시작을 10여분 앞두고서 엑스레이 검색 절차를 생략하면서 참석자들이 제 시각에 맞춰 입장할 수 있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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