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자금세탁 성행 … 거래거절 조항 시급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2023. 5. 1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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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자산정책포럼 발족
가상자산 자금세탁 온상지 돼
4조원대 해커 美서 작년 검거
北, 해킹 통해 코인 확보하고
자금세탁 통해 핵 자금 조달
국제공조 강화·제도정비 필요
18일 고려대 SK미래관에서 '디지털자산정책포럼 발족 기념 세미나'가 열린 가운데 임종인 디지털자산정책포럼 대표(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석좌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미국 법무부가 지난해 가상화폐 해킹을 통해 비트코인 5만개(압수 당시 4조원대 가치)를 탈취한 제임스 중을 체포했다. 그는 마약을 거래하는 다크웹(일반 검색엔진에 노출되지 않는 특수한 웹사이트) '실크로드'의 출금시스템 취약점을 악용해 10년 전 비트코인 5만개를 해킹한 후 이러한 사실을 철저히 숨기고 살았다. 심지어 9개 사기계좌에서 140건의 불법 거래를 하면서 자금을 세탁했다. 하지만 수년간의 이상거래 추적에 나선 미국 당국에 결국 덜미가 잡혔다.

다국적 가상자산 분석업체인 체이널리시스의 에런 바이스 수사부문 총괄은 18일 고려대 SK미래관 최종현홀에서 열린 디지털자산정책포럼 발족식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 같은 사례를 소개했다. 자금세탁방지를 위해서 미국 당국과 체이널리시스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예를 들어 생생하게 들려준 것이다.

이 같은 사연은 단순히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은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국제 거래수단'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에겐 안보 차원의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북한이 가상자산을 탈취한 후 자금세탁을 통해 핵·미사일 개발에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익명으로 축사를 한 국가사이버안보센터장은 "지난해에만 북한이 8000억원에 달하는 가상자산을 탈취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저희 국가사이버안보센터는 금년에 미국 정부 기관은 물론 세계적인 보안업체와 협업해 북한의 가상자산 일부를 동결한 바 있는데, 북한의 탈취 금액 전부를 환수하는 데까지 노력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자금세탁은 보통 △북한의 군수자금 확보 △상속재산 일부를 가상자산으로 돌려 상속세 미납 △해외 불법송금을 통한 탈세 등을 목적으로 이뤄진다. 이를 위해서 자금세탁을 행하는 쪽에선 업비트, 빗썸 등 공식 가상자산거래소가 아니라 당국의 감시망을 피할 수 있는 디파이·대체불가토큰(NFT) 등을 주로 활용한다. 혹은 가상자산을 해외로 송금한 후 국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이를 수취해 무역자금으로 위장하는 방식도 사용된다. 특히 북한은 해킹을 통해 가상자산을 취득한 후 가상화폐 거래 내용을 뒤섞는 '믹싱' 방식을 통해 자금을 세탁하고 있다. 이날 발표를 맡은 안창국 금융정보분석원 국장은 "북한은 주로 사용하던 믹서 서비스 업체가 미국 당국의 제재를 받게 되면 또 다른 믹서 서비스를 이용해 자금을 세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는 이 같은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해 국제기준에 따라 2021년 특금법(특정금융거래정보법)을 바꿔 가상자산거래소에 고액 현금 거래 보고의무·의심 거래 보고의무·정보 보존 의무 등을 부여했다. 다만 아직 해외 거래소와의 협력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국제공조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고철수 김앤장법률사무소 전문위원은 "전 세계 자금세탁의 80%는 무역에서 나타난다"며 "지급 결제 외국환 등 무역 기반 거래시스템과 관련된 자금세탁 방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자금세탁을 보다 잘 방지하기 위해 조금 더 강력한 제도정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광훈 두나무 실장은 "자금세탁방지 효과를 제고하기 위해선 자금세탁 행위자에 대한 거래 거절의 근거 조항을 특금법에 추가로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포럼 대표를 맡고 있는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석좌교수는 "디지털 자산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며 포럼 설립 취지를 밝혔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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