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하늘·바다 입체작전’ 적 잠수함 딱 잡아낸다

유새슬 기자 2023. 5. 1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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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 3축 체계 핵심…식별하자마자 홍상어 발사
세종대왕함·도산안창호함 대잠전훈련 참관기
이지스구축함인 세종대왕함 수직발사대에서 대잠미사일 홍상어가 발사되고 있다. 해군 제공

“대잠 전투상황 제1설정. 무장운용태세 제1설정”

부산 인근 바다에서 항해하던 세종대왕함(DDG) 내 전투지휘소(CCC)에 전투 태세 전환을 알리는 방송이 울려퍼졌다. 바닷속 미식별 물체가 탐지되자 적군의 잠수함일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다.

지난 16일 국내 최초 이지스구축함(destroyer)인 세종대왕함에서 대잠전 훈련을 참관했다.

세종대왕함은 미식별 물체의 정확한 위치부터 파악하기 위해 가까이 있던 P-3 해상 초계기와 교신했다. 함미 쪽에서 날아온 초계기는 고도를 100m까지 낮추고, 물체가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에 ‘능동 소노부이(Sonobuoy)’ 4발을 투하했다. 소노부이는 일종의 해상 부표로 수중에 음파를 쏴서 물체를 탐지한다.

이내 링스(Lynx) 해상작전헬기가 긴급 출격했다. 링스 헬기는 초계기가 찾아낸 수중 물체의 위치를 전달받고 근처 해상 공중에 멈춰섰다. 마치 사진처럼 한 곳에 가만히 떠있던 링스 헬기는 줄에 매달린 음파탐지기 ‘디핑 소나’를 바닷 속에 내렸다. 수중 물체의 정확한 위치가 파악됐다.

링스 헬기가 디핑 소나를 수중에 투하하고 있다. 해군 제공

세종대왕함은 근처 해역에 아군과 우군의 잠수함은 활동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상급부대로부터 전달받았다. 수중 물체가 적군의 잠수함일 가능성이 높아진 순간이다. 수중 물체는 즉각 수면 위로 부상하라는 세종대왕함의 권고에 어뢰 발사로 맞대응했다.

세종대왕함은 음향대항체계(TACM)를 발사하며 어뢰를 피한 뒤 적군을 향해 대잠 어뢰인 홍상어를 모의 발사했다. 세종대왕함 수직발사대에서 홍상어가 발사되고 수중정보실에서 수중 폭발음을 포착했다. 그렇게 적군의 잠수함이 격침됐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으로 훈련이 마무리됐다.

링스 헬기가 디핑 소나를 수중에 투하했다가 올리고 있다. 해군 제공

수직발사대 128개와 스파이(SPY-1D) 레이더를 갖춘 7600톤급 세종대왕함은 해상 기반 한국형 3축 체계의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 최대 1000㎞ 밖에서 최대 1000개의 공중표적을 동시에 탐지·추적할 수 있고 20여개의 표적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 김성필 세종대왕함장은 “적의 다양한 위협에 대비해 실전과 같은 강도 높은 교육·훈련으로 최상의 전투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언제, 어디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적이 도발하면 단호하고 강력하게 응징하겠다”고 말했다.

해군은 율곡이이함과 서애류성룡함 등 세종대왕급 이지스구축함을 총 3척을 보유하고 있다. 차세대 이지스구축함인 정조대왕함은 2024년말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세종대왕함이 적군의 잠수함을 탐지·공격한다면 반대로 스텔스 성능을 갖춘 3000톤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으로 적군을 타격하는 킬체인 핵심 자산이다. 최첨단 소음저감 기술을 적용해 은밀성을 높인 도산안창호함은 1800톤급 손원일함보다 선체가 훨씬 크지만 잠항 시 소음은 적다. 물 속에서 도산안창호함은 손원일함을 탐지했지만 반대는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고성능 연료 전지를 탑재해 잠항 기간을 늘렸다.

도산안창호함 내부는 밸브와 버튼이 빼곡하게 붙어있는 미로 같았다. 복도는 사람 한 명이 겨우 걸어갈 수 있을 정도의 폭이다. 6.6㎡(2평) 남짓한 3인용 사관 침실에는 3층 침대와 옷장, 서랍장이 오밀조밀 붙어있다. “도산안창호함은 잠수함계의 5성급 호텔 수준”이라며 “다른 잠수함은 승조원들이 근무하기에 훨씬 좁고 열악하다. 노고를 알아달라”던 군 관계자의 말이 뒤늦게 놀라웠다.

3000톤급에 달하는 도산안창호함 승조원 정원은 50여명이다. 1200톤급 장보고함과 1800톤급 손원일함은 40여명이 승선한다. 도산안창호함 장비의 국산화 비율은 76%로 기존 장보고급 잠수함(33.7%)과 손원일급 잠수함(38.6%)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 장비 국산화 비율이 높아지면 긴급상황 발생 시 적시에 정비지원이 가능하며 부품 단종에 대한 부담이 줄어 장기간 안정적으로 잠수함 운용이 가능해진다.

도산안창호함은 최초로 여군 승조원을 내년부터 태울 예정이다. 이달 말까지 여성 장교를, 오는 6월 말까지 여성 부사관을 선발할 예정이며 교육과 훈련을 거쳐 최종 승조원이 가려진다. 객실은 여군에 따로 배치하되 화장실은 기내처럼 남녀 공용으로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도산안창호함 사관 침실. 해군 제공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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