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꽃·나무 면적 2배 이상 늘려야 꿀벌 집단 폐사 막을 수 있어"
꿀벌 집단 폐사를 막기 위해서는 최소 밀원면적 30만ha(헥타르)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 국내 분포 밀원 면적 15만ha의 두 배 규모다.
18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5월 20일 '세계 벌의 날'을 맞아 안동대학교 산업협력단과 함께 발간한 '벌의 위기와 보호 정책 제안'에 따르면 벌은 아까시나무, 밤나무, 유채 등 다양한 밀원식물의 꽃 꿀과 꽃가루를 섭취해 면역력을 강화한다. 국내 주요 밀원수인 아까시나무의 노령화 등으로 인해 한국의 밀원면적은 지난 50여 년간 약 32만5000ha가 사라졌다. 밀원식물의 급감은 꿀벌의 영양 부족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로 이어졌다. 꿀벌은 기생충인 응애, 농약 및 살충제, 말벌 등 피해에 더욱 취약해진다. 그 결과 최근 141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지는 등 꿀벌군집붕괴현상(CCD)이 촉발된 것으로 분석된다.
보고서는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밀원면적이 최소한 30만ha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유림·공유림 내 다양한 밀원 조성 △사유림 내 생태계 서비스 제공 조림의 직접 지불 확대 △생활권 화분매개 서식지 확대 △국무총리 산하 위원회 설립을 제안했다.
국내 밀원면적을 30만ha로 늘려야 한다고 구체적인 수치가 제시된 것은 이번 보고서가 처음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벌통 하나에 살고 있는 꿀벌의 천연 꿀 요구량은 최소 30kg다. 1ha의 밀원수에서 약 300kg의 꿀이 생산될 수 있다. 국내 250만군 이상의 양봉꿀벌과 재래꿀벌, 야생벌 등을 감안하면 최소 30만ha의 밀원면적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세계적인 벌 생태학 권위자인 데이브 굴슨 영국 서식스대 생물학 교수는 "밀원면적 목표량이 타당한 것으로 보이나, 정확한 개체수가 확인되지 않은 한국 야생벌까지 고려한다면 그보다도 더 필요할 수도 있다”며 “이 목표가 실제로 달성된다면 벌을 비롯한 많은 화분매개체의 생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밀원식물 중에서도 최대한 많은 토종 식물을 심어야 생물다양성이 강화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린피스가 최근 산림청이 임상도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대한민국의 밀원면적은 약 15만ha에 그친다. 산림청은 매년 약 3800ha씩 밀원면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속도대로라면 필요 밀원면적을 확보하는 데 약 40년 과거 밀원면적을 확보하는 데 약 100년이 걸린다는 지적이다.
정철의 안동대학교 식물의학과 교수는 “밀원식물은 벌 뿐 아니라 천적 곤충들에게 먹이와 서식처를 제공한다"며 "단순히 벌을 위한 활동이라기보다는 식량안보는 물론 지속가능한 생태계 유지의 필수적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린피스는 밀원면적 확대를 위해 국유림·공유림 내 국토 이용 계획과 조림, 산림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지역 특화형 밀원수를 심고 보급한다면 현 상황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밀원식물의 종류를 다채롭게 구성해, 다양한 벌이 연중 내내 꿀을 구할 수 있도록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범정부적 노력을 펼칠 ‘꿀벌 살리기 위원회’ 설립도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꿀벌은 ‘기타 가축’으로 분류돼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리한다. 농업 생태계뿐만 아니라 생태 보호구역, 도심 등 다양한 장소에 밀원수를 공급하는 등 다방면의 활동을 펼치기 위해서는 산림청,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다른 부처와의 연합이 필수적이다.
최태영 그린피스 생물다양성 캠페이너는 “벌을 가축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화분 매개체 친화적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며 “꿀벌의 집단 폐사는 기후 위기가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 증거로, 기후 위기 대응에도 더욱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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