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민주노총 1박2일 집회를 보고
집회는 본래 소음과 교통 체증을 동반한다. 지난 16일 서울 시청역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2일 집회를 지켜보면서 문제가 된 건 큰 스피커 소리와 교통 혼란이 아니었다. 집회에 임하는 노조원들의 태도였다.
집회 첫날, 오후 6시가 좀 넘은 저녁 시간이 되자 이들은 배달 음식과 함께 소주 혹은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회사원과 관광객 등 사람들로 북적이는 세종대로 주변 보도에서였다. 얼굴이 벌게진 채로 누워서 잠을 청하는 이들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어떤 이들은 시민들이 앉는 벤치에 누워 담배를 피워댔다.
저녁 8시가 넘어가자 술판은 더 활기를 띠었다. 청계천 일대에서, 시청역 광장에서, 정동 돌담길에서… 집회의 밤은 그렇게 소란스럽고 무절제하게 깊어갔다.
다음 날 다시 찾은 시청역 집회 현장에 남은 것은 쓰레기 더미였다. 노조에서 배부한 은박 돗자리들이 엉켜 있었고 전날 노조원들이 먹다 남긴 배달 음식, 도시락들, 음식물 찌꺼기, 맥주 캔들은 분리수거가 되지 않은 채 널브러져 있었다. 이날 낮 기온이 30도까지 올라갔다. 쓰레기를 조금 더 방치하면 벌레가 꼬일 것 같았다. 18일 경찰은 건설노조 집행부 2명을 비롯해 민주노총 관계자 3명을 불법 집회로 수사한다고 밝혔다.
이번 집회는 지난 1일 분신 사망한 고(故) 양회동 건설노조 지회장을 추모하는 자리였다. 정부를 향해 건설 노조 탄압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성토의 장이기도 했다. 집회 취지에 공감하는지는 개인의 평가 영역이다. 그러나 집회를 하는 노조원들의 행위 규범에는 객관적 평가 기준이라는 게 있다. 노조 집행부가 음주를 금지할 수도 있었고, 쓰레기 수거를 당부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천명관의 소설 '고래'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행동에 의해 우리가 된다. 이것은 인간의 부조리한 행동에 관한 귀납적 설명이다." 건설노조원들이 어떤 마음으로 집회에 참여했는지는 모른다. 외부인은 그들의 행동으로 평가할 뿐이다. 그날 건설노조원들이 보인 행동은 무척 부조리해 보였다.
[이지안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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