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업 승계를 바라볼때 가장 중요한 기준
승계 원칙은 기업 흥망성쇠에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그리고 승계는 단순히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깝게는 그 기업에 몸담은 임직원부터 거래선, 주주, 그리고 관련 산업까지 영향을 미친다. 기업의 규모에 따라서는 국가 경제도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승계를 바라보는 관점에도 몇 가지 기준이 필요하다.
가장 전제되어야 할 것은 기업 승계에는 정답이 없고, 글로벌 스탠더드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기업의 승계 원칙은 기업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기업 성장과 발전의 기본 전제는 경영권 안정이다. 경영권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기업은 어떠한 의사결정도 내릴 수 없다. 특히 지금처럼 산업의 구조가 복잡해지고, 오랜 기간의 연구개발과 막대한 자본 투입이 필요한 사업에서는 경영권 안정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하지만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법 즉, 승계 원칙은 기업마다 다르다. 여러 사람이 경영권을 나누고 그들 간의 경쟁을 유도하거나, 한 명을 후계로 낙점해 육성하는 등 다양한 승계 방법이 있다. 하지만 리더십, 의사결정 속도, 분쟁 가능성 등에서 장단이 있다.
실제 최고경영자가 교체될 때 기업의 경영 성과나 가치가 달라지는 것을 밝힌 많은 연구들이 있다. 보통은 최고경영자가 외부에서 오거나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교체된 경우보다 내부에서 잘 훈련된 경영자가 후계자가 될 때 기업이 안정적으로 경영되고 성과가 뛰어났다.
100년 이상을 꾸준히 성장해온 글로벌 기업들은 '경영권의 안정'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바탕으로, 각자만의 승계 원칙을 만들어 지켜오고 있다. 미국의 포드나 독일의 헨켈은 가족이나 가문 간의 협약을 바탕으로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고, BMW는 가족 중 소수에게만 지분을 승계해 경영권을 유지한다. 국내 4대 그룹인 삼성, SK, 현대차, LG는 한 명에게 경영권 지분이 집중된다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승계 과정과 원칙은 모두 달랐다. 이 원칙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건 의미가 없다. 기업들은 각 국가의 법률과 제도를 활용해 최적의 승계 원칙을 만들어 간다.
기업의 승계와 관련해 또 하나 생각해볼 것은 기업의 경영권과 일반 재산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이다. 경영권 승계와 재산 상속도 마찬가지로 다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경영권을 재산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상속받은 주식의 가치가 얼마이고 상속세를 계산하는 이야기가 흥미를 끈다.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의 승계는 재산의 상속에 국한되지 않고 기업을 올바로 이끌 책임과 의무가 이양된다는 측면이 강하다. 기업의 후계자는 권한과 함께 동시에 막중한 책임이 생긴다. 이 책임의 무게가 결국에는 경영권 지분인 셈이다. 기업을 계속적으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경영자는 이 지분 가운데 1주라도 일반 재산으로 바꾸기 위해 처분할 수 없다. 지난 몇십 년간 우리나라의 상장기업 중 상당수는 2세나 3세에게 지분이 증여 혹은 상속되었지만 아직까지 대주주의 지분율에는 큰 변화가 없다. 즉 2세나 3세가 부모의 지분을 물려받아도 이를 매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승계는 기업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작업이다. 경영권의 안정 없이는 기업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기업의 승계 원칙을 올바른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우리 기업을 응원하는 방법이다.
[신현한 연세대 교수(한국증권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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