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억 '우주' 화가 '김환기 회고전' 들고 온 '호암미술관' 가볼까
오늘(18일)부터 경기 용인 에버랜드 옆에 있는 호암미술관에서 '한 점 하늘_김환기'전이 열렸다. 1년 반 동안의 리노베이션을 거친 호암미술관은 재개관 첫 전시로 국내 대표 추상화가 김환기를 택했다.
초중고 과정을 통해 미술 교과서에서 누구나 한 점 이상은 기억하고 있는 김환기 작품들을 미공개작을 포함해 총 120점 선보인다. 새롭게 발굴된 김환기의 스케치와 일기, 스크랩북 등도 유족 협조로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된다. 리움·호암미술관 소장품과 이건희 컬렉션으로 정부에 기증된 국립현대미술관 및 개인 소장품들까지 협조를 받아 김환기 작품을 총망라하는 전시다.
이번 전시에선 그 규모에 어울리게 김환기의 대표작으로 유명한 두 작품 '여인들과 항아리'와 '우주'(Universe 5-IV-71 #200)를 볼 수 있다.
이건희 컬렉션으로 정부에 기증돼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으로 나온 '여인들과 항아리'는 미술교과서에 김환기의 대표작으로 소개되고 있어 누구나 한번 쯤은 봤을만한 작품이다. 5m가 넘는 1000호(281.5x567cm) 대형 작품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청주관의 이건희 컬렉션 순회 전시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선보인 바 있다.
2019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당시 환율로 약 132억원에 낙찰돼 한국 미술품 경매 중 최고가 낙찰 기록을 세운 '우주'는 1971년작이다. 1974년에 사망한 김환기 화가가 말년에 천착한 추상화의 궁극을 보여주고 있다. '점'과 '선'으로 그리는 추상화에 빠졌던 미국 뉴욕 생활 중에 남긴 작품으로 독립된 그림 두 폭이 합쳐진 김환기 작품 중 가장 큰 추상화이면서 유일한 두폭짜리 그림으로 알려져 있다. 132억원 낙찰 당시 해외 컬렉터라는 추측이 있었지만 지난해 김웅기 글로벌세아그룹 회장이 소장자라는 점이 뒤늦게 밝혀져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환기가 그렸던 달과 달항아리, 자연과 정물을 모아놓은 1부는 작가의 은은하면서도 동양적인 색채가 가미된 독특한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일반 관람객이 기억하는 풍경이나 인물을 그린 김환기 스타일의 작품들은 대부분 1부에 모여 있다. 한국의 전통과 자연을 추상화하려는 그의 변화 과정을 살펴 볼 수 있다. 추상사조를 향하면서도 한국의 전통 미를 놓치지 않던 시기의 그림들이다.
특히 달을 파란색으로 즐겨 그린 그의 작품 변화과정을 보는 것도 관람 포인트다. 젊은 시절 다양한 시도를 하던 고민과 번민도 작품 변화과정에 담겨 있다. 꽃이 있는 정물을 보이는 그대로 그려서 김환기 스타일이 아닌 것처럼 보여 그의 작품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도 있다. 그만큼 작가의 다채로운 작업 스타일 변화 과정을 살펴볼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작품이 전시돼 있다.
아울러 '달'을 닮은 형상이라 작가가 좋아했다는 조선 백자인 '달항아리' 연작과 그가 직접 소장했다는 백자 '달항아리' 실물도 볼 수 있다.
'달항아리'를 자신의 대표적인 소재로 삼았던 그의 취향을 엿볼 수 있다.
김환기가 미국 뉴욕으로 이주한 뒤에 나타나는 추상화들을 모은 2부는 1부와 전혀 다른 느낌을 주고 있어 마치 두 명의 작가가 전시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점'과 '선'만으로 작품을 만들면서 작가가 번호로만 작품명을 정한 것에서도 그의 예술관 변화를 살펴 볼 수 있다. 뉴욕에서 작업한 작품들은 대부분 간단한 단어와 순서를 뜻하는 번호로만 작품명이 정해졌다.
국내 화가 작품 중 최고가 수준에 경매되거나 팔리고 있는 김환기의 뉴욕시절 추상화는 관람객 입장에선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그림 속 사물이나 인물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설명을 듣지 않으면 어려운 그림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도슨트 프로그램이나 작품해설 오디오 가이드 등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평일과 주말 14시, 16시에 전시 도슨트를 운영하고 있고 전용 앱을 휴대폰에 다운받으면 작품설명을 들을 수 있다.
2층 아카이브실에는 김환기의 유품 등 관련 자료가 100여건 전시돼 있다. 유족이 직접 보관하다가 이번 전시에 처음 내놓은 것들이다. 김환기가 직접 자신이 보도된 신문기사를 오려 붙인 스크랩 북도 여러 권이다.
태현선 리움미술관 소장품연구실장은 "그간 점화로 쏠리거나 구상이나 추상으로 나눠 소개되는 등 전체적인 그의 예술세계를 조망할 기회가 없었다"며 "이번 김환기 전시는 점화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전체적으로 살필 수 있는 전시"라며 대규모 회고전의 미술사적 의의를 설명했다.
'희원'에 대해서도 평일, 주말 13시, 15시에 도슨트 설명이 진행된다. 전시 마감은 매일 오후 6시까지, 김환기전 관람료는 1만4000원, 9월10일까지 열린다. 홈페이지에서 예약도 가능하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고명환, 10년간 100억↑ 매출 사장님 됐다…"서울에만 집 두채" - 머니투데이
- [영상] 뷔·제니, 파리서 당당한 데이트?…얼굴 드러내고 손 잡았다 - 머니투데이
- [영상]무대 뒤 손가락 쓰담쓰담…이미주·이이경, 열애설 부른 장면 - 머니투데이
- '임창정♥' 서하얀, 손절 아니다?…이름 다시 등장한 이유 - 머니투데이
- 유아인 "대마, 지인이 건네 피웠다"…코카인 혐의는 부인한 듯 - 머니투데이
- "자꾸 피곤하네" 코로나 앓고 난 후 무기력…'이 한약' 찾아보세요 - 머니투데이
- '여성 BJ에 8억' 사생활 터진 김준수…"뮤지컬은 매진" 타격 NO - 머니투데이
- '이혼' 이동건, 공개연애만 5번 한 이유…"상대방 존중하려고" - 머니투데이
- 머스크 또 웃는다…"트럼프 2기, 'FSD 규제 완화' 최우선 과제로" - 머니투데이
- 추경호 "코인 세금 2년 미뤄야…투자자 납득할 과세제도 마련"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