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예술로의 동행
동행(同行)이라는 말은 언제 어디서 들어도 기분 좋은 말이다. 누군가와 함께 같은 마음을 가지고 같은 길을 걷는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느끼는 큰 기쁨 중에 하나일 것이다.
개인주의 성향이 짙어지면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혼자만의 시간을 더 즐기며, 함께하는 것을 꺼리는 성향의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결혼하는 남녀의 비율도 적어지고 또 출산율도 낮아지고 있다. 점점 적어지고 있는 아이들조차 어우러지는 법을 잘 모른다. 친구들과 함께 놀이터에서 놀거나, 친구와 함께 공놀이를 하거나, 피부로 타인과 스치며 노는 놀이 문화보다, 학원이나 집 안에서 움직이지 않고 게임에 빠져 온라인상에서 친구를 만나는 놀이 문화로 바뀌고 있다. 어쩌면 팬데믹이 가져다준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오페라'라는 예술의 장르는 결코 혼자서는 할 수 없다. 음악, 미술, 무용 등 예술인들이 모여 그 작품을 향해 함께 동행하는 예술 장르라고 말할 수 있다. 누구 한 명만이 그 작품에서 성공했다고 성공한 작품이라 말할 수 없는 장르이기에 오페라는 어쩌면 동행예술의 가장 대표가 되는 예술이 아닌가 싶다. 지휘자의 지휘봉에 따라 하나의 아름다운 음악을 만드는 오케스트라와 하나의 아름다운 화성을 보여주는 합창단, 그리고 오페라 이야기 속에서 중요한 스토리 전개를 보여주는 성악가들의 중창, 오케스트라와 화음을 이루어 더욱 아름다운 소리를 보여주는 독창, 무대의 화려함을 보여주는 무용단, 멋진 무대를 그리고 설치하며 무대 위에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 주는 감독님들, 그리고 이러한 오페라의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세심하게 살피고 만들어 내는 제작진 등등. 많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동행하는 종합예술이다. 그래서인지 어느 장르의 예술보다 보는 관객들에게 더 다양한, 더 큰 감동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서울시오페라단은 이러한 예술로의 동행을 실천하고자 시민들과 함께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 한다. 공연장을 손바닥으로 옮겨 극장이 아닌 시민들의 공간인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과 함께하는 시민합창단, 시민무용단을 만들어 다가오는 9월 가을밤에 무료로 즐기는 야외 오페라 '카르멘'을 공연하여 시민들에게도 함께 무대에 오르는 예술로의 동행의 매력에 빠지게 하고자 한다. 이날 밤의 주인공은 동행하는 시민들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예술로써 거기에 '아름다움'을 한 스푼 더 추가할 수 있다. 예술로 함께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한 걸음은 대중의 시선을 모으고, 점점 더 많은 사람을 동행으로 이끌 수 있다. 그렇기에 '예술로의 동행'은 어쩌면 어느 동행의 힘보다 더 강하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작은 동행의 실천이 모이고 모이면 국가의 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개인주의 위주의 삶으로부터 한 걸음 벗어날 수 있는 기회, 함께하는 행복이 얼마나 큰 것인지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점점 차가워지는 현실의 세계에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따뜻한 동행의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한다.
[박혜진 서울시오페라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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