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뤼도와 진필식 가문의 2대 걸친 인연

한예경 기자(yeaky@mk.co.kr) 2023. 5. 1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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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총리 따라 방한한
벤 진 총리실 선임보좌관
제4대 캐나다 대사 지낸
故 진필식 외무부차관 아들
부친 재임중 加총리 설득해
서울에 상주대사관 설치
그때 총리가 트뤼도의 부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지난 17일 국회 연설에서 한국계 캐나다인 벤 진 선임보좌관(화살표)을 소개하자 주변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국회영상 캡처

방한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그를 보필하는 한국계 캐나다인 벤 진 캐나다 총리실 선임보좌관(59)의 부자(父子) 2대에 걸친 인연이 외교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트뤼도 총리는 지난 17일 국회 연설에서 "한국과 캐나다 간에는 역동적인 인적 교류를 하고 있고 이 같은 관계는 저에게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제 아버지가 총리 시절 주한 캐나다대사관을 개설했고, 당시 주캐나다대사의 아들이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다"며 의원석에 앉아있던 벤 진 선임보좌관을 소개했다. 벤 진 선임보좌관의 본명은 벤저민 병규 진으로, 그의 부친이 4대 주캐나다 한국대사를 지낸 고(故) 진필식 전 외무부 차관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보필했던 대한민국 최고위 외교관의 아들이 이제는 캐나다 국적자로 캐나다 총리를 보좌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필식 전 차관은 1969년 차관직을 마치고 그해 12월 주캐나다대사로 부임했다. 한국과 캐나다는 1962년 외교관계를 수립해, 우리나라는 1965년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 상주 대사관을 설치했으나 캐나다는 그때까지도 일본에 상주하고 있는 대사가 1년에 한두 번 한국을 내방하는 관계에 머물렀다. 특히 당시 캐나다 정부는 10% 예산 절감 정책을 실시하면서 기존에 운영 중이던 재외공관조차 폐쇄하는 등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하지만 진 전 차관은 경제 규모가 크게 떨어지는 한국도 오타와에 상주 대사관을 운영 중인데, 캐나다가 한국에 상주 대사관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당시 캐나다 외교장관과 총리를 끊임없이 설득했다. 결국 대사로 부임한 지 3년 만인 1973년 서울에 처음으로 상주 캐나다대사관을 개설하게 됐다.

당시 서울에 주한 캐나다대사관 설치를 승낙한 캐나다 총리가 현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부친인 고 피에르 트뤼도 전 총리였다.

진 전 차관은 주캐나다대사를 무사히 마친 후 1975년 주독일대사로 부임했으나 이후 석연치 않은 이유로 경질됐다. 후에 국립외교원에 남긴 회고록에 따르면 그는 "청천벽력식으로 하루아침에 외무부를 사임하게 된 것은 왜곡된 정보에 의해 내가 마치 그(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반대한 것으로 오인된 탓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진 전 차관은 이후 미국을 거쳐 캐나다로 이민을 갔고, 그의 차남 벤 진이 현지 언론에서 뉴스 앵커로 일하다가 정치권에 발탁돼 현재 트뤼도 총리를 보좌하고 있다.

트뤼도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여러분들이 만약 (벤 진 선임보좌관의) 이야기에 놀라셨다면 사실은 그렇게 놀랄 일이 아니다"며 "이런 일들은 캐나다에서 늘 일어나는 일이며 한국계 캐나다인들이 캐나다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조희용 전 주캐나다대사(2012~2015년)는 "캐나다는 이웃 국가 미국에 비해 이민정책이 훨씬 오픈된 나라이기 때문에 아시아계, 특히 중국계 이민자들이 주류 사회로 진입한 사례가 많다"며 "한국에서는 IMF 위기 이후 캐나다 이민이 급증해 이민사가 상대적으로 짧지만 앞으로 현지 사회에서 한국계 이민자들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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