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정신 '원포인트 개헌' 정면충돌한 대통령실 vs 이재명

박소현 2023. 5. 1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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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05.18. yesphoto@newsis.com /사진=뉴시스

[광주=뉴시스] 홍효식 기자 = 김기현(왼쪽) 국민의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05.18. yes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사진=뉴시스화상

【파이낸셜뉴스 광주=김해솔·서울 박소현기자】여야가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총집결하면서 호남 민심 구애에 나섰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놓고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이 정면충돌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내년 총선에서 '원 포인트 개헌'으로 하자고 선제적으로 제안하자 대통령실에서 이를 '비리 정치인의 국면전환용'이라고 불쾌감을 여지없이 드러내면서다. 이에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도 보수 정권의 DNA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윤 대통령을 몰아세웠고, 기념식장에 나란히 선 여야 당 대표는 기념식 내내 굳은 얼굴로 딴 곳을 바라보며 상대당에 가진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여야 호남 구애 속에‥ 여실히 드러난 대립 정국

18일 광주광역시 국립 5·18 민주 묘지에서 열린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주요 인사는 물론 국민의힘 의원 95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민주화 운동 뿐만 아니라 진보 진영의 상징곡인 '님을 위한 행진곡'을 손을 잡고 제창하면서 호남 민심에 구애 의지를 보였다. 민주당 의원 88명, 정의당 3명, 진보당 1명, 무소속 4명 등 야권에서는 96명이 기념식에 참여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기념사에서 "오월의 정신은 우리를 하나로 묶는 구심체"라고 강조했지만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놓고 정면충돌하면서 윤 대통령과 야당 간의 깊은 불신과 대립 정국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기념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5·18 정신 헌법 수록은 대선 당시 여야할 것 없이 약속한 대국민 공약이었다"면서 "다음 총선에서 원포인트 개헌으로 광주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자고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다시한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오월 정신의 계승, 자유민주주의를 말하지만 약속했던 원포인트 개헌이나 국가 폭력에 의한 국민들의 삶, 생명을 해치는 일에 반성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하지 않는 한 그건 모두 공염불"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에서 이 대표와 민주당의 원포인트 개헌 제안을 "5·18 정신 모독"이자 "비리 정치인의 국면전환용 꼼수"라고 날서게 반응하자 이 대표 역시 맞받아치면서 충돌 양상을 빚은 것이다.

앞서 대통령실은 민주당의 원포인트 개헌 제안을 "비리에 얼룩진 정치인의 국면 전환용 꼼수에 불과하다"면서 "5·18 정신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여당인 국민의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고 한 것은 대통령 공약이고 우리당도 가지고 있는 입장"이라면서도 "(시기와 방식은) 저희들이 할 수 있는 실천적 방안을 찾아가겠다"고 원포인트 개헌 제안엔 분명한 선을 그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불리한 정치 상황을 덮고 모든 이슈를 개헌에 돌리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면서 "개헌을 논함에 있어 정파적 이익이나 정치적 계산을 앞세운다면 그 자체가 헌법정신을 폄훼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광주 민심 尹 '경계'‥野도 예전같지 않아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호남 민심 구애에도 광주 민심은 쉽게 열리지 않는 모양새다. 이날 기념식이 국립 5.18 민주 묘지로 모여든 광주 시민들은 윤 대통령과 여당을 환영하기보다 경계하는 분위기였다. 윤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여하면서 민주 묘지 주변을 경호상의 이유로 철저하게 통제하자 일부 시민들은 "대통령이면 다냐", "우리 지역에 오는데 왜 우리가 들어가는 것을 막느냐"는 등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택시기사 A씨는 "이렇게까지 대통령 경호가 삼엄한 기념식은 처음"이라면서 "지난해 윤 대통령의 취임 직후 기념식때와 비교하면 광주에 대해 적대적으로까지 느껴지고 그만큼 시민들 반응도 훨씬 안 좋다"고 전했다. A씨는 "정부·여당이 말로는 광주를 위한다고 하지만 진심은 0.01%도 안 될 것"이라고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와 일부 여당 인사의 5·18 폄훼 발언이 광주 민심을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전날부터 민주당의 정치적 심장이자 텃밭 광주를 찾은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는 일정을 소화할 때마다 시민들의 응원, 격려, 지지를 받으면서 지지세를 규합했다. 다만 전날 광주 청년 정치인들은 이 대표에게 당의 위기 대응 능력에 쓴소리를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 대표를 바라보는 광주 민심은 예전같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전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 광주 청년층 민심을 청취했는데 여기서 "지금 민주당은 위기 관리에 미숙하다", "당내에 '레드 팀'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직언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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