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폭 참상 그린 ‘맨발의 겐’…히로시마 평화교재에서 삭제된 이후 판매량 10배 증가
일본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참상을 그린 만화 <맨발의 겐>이 공립학교 평화교육 교재에서 돌연 삭제된 이후 판매량이 10배 증가했다고 아사히신문이 18일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히로시마의 공립 초중고교 평화교육 프로그램 교재에서 만화 <맨발의 겐>이 삭제된다는 방침이 보도된 이후 지난 2~3월 전국 서점에서 책의 월간 판매량이 평소의 10배가 됐다고 출판사 주오고론신샤를 인용해 보도했다. 주오고론신샤는 <맨발의 겐> 증쇄를 결정했다. 출판사 관계자는 “보도를 보고 옛날에 책을 읽었던 사람이 ‘다시 한번 읽고 싶다’고 생각하거나 아이나 손자에게 전하고 싶어서 구입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전했다.
<맨발의 겐> 판권을 가진 또 다른 출판사인 쵸분사 역시 지난 2월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트위터에서 밝혔다. 이 출판사는 주로 공공도서관과 거래하지만 <맨발의 겐>은 일반인 고객들의 전자책 주문이 늘었다며 “작품을 직접 읽고 전쟁과 평화를 생각할 기회로 해달라”고 말했다.
<맨발의 겐>은 2012년 사망한 나카자와 게이지가 피폭 체험을 토대로 그린 작품으로 1973년~1987년 연재됐다. 항상 맨발에 게다를 신고 다니는 평범한 소년의 눈으로 전쟁과 제국주의, 일본의 차별의식 등을 비판한 명작으로 꼽힌다. 일본에서 1000만부 이상 팔렸으며 24개 언어로 번역됐다. 2007년 핵확산방지조약(NPT) 평가회의에서 참고 자료로 소개되기도 했다.
히로시마 교육위원회는 지난 2월 초·중·고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평화교육 프로그램 교재에서 <맨발의 겐>의 삭제 방침을 밝혔다. 교육위는 현재 초등학교 3학년용 평화교육 교재에 실린 <맨발의 겐> 일부 내용이 “오늘날의 아동 현실과 맞지 않는다” “단편적인 장면들이 실려 있어 시간 내에 배경 설명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교재에는 주인공 겐이 거리에서 료코쿠(일본의 옛 창가)를 부르며 생활비를 버는 장면, 영양실조에 걸린 어머니를 위해 잉어를 훔치는 장면, 무너진 집에 깔린 아버지가 겐에게 도망가라고 소리치는 장면 등이 실려 있다.
일각에서는 교육위의 결정을 두고 일본군이나 일왕을 비판하는 내용까지 담은 <맨발의 겐>이 우익 눈 밖에 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내놓았다.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을 비롯한 단체들은 그간 이 작품을 교육 현장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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