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김우빈의 변화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위기 앞에 놓인 사람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천차만별이다. 굴복하거나, 딛고 일어서거나. 위기를 딛고, 긍정적인 변화와 함께 더 단단해진 배우 김우빈이다.
지난 12일 공개된 ‘택배기사’(감독 조의석)는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 수 없는 미래의 한반도, 전설의 택배기사 5-8(김우빈)과 난민 사월(강유석)이 새로운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그룹에 맞서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김우빈은 극 중 막강한 전투 실력을 가진 인물이자 낮에는 생존을 위한 산소와 생필품을 전달하고, 밤에는 세상의 질서를 바꾸려는 기사(Knight)로 변해 천명그룹의 비밀을 파고드는 인물 5-8을 연기했다.
김우빈은 ‘택배기사’ 출연 이유에 대해 영화 ‘마스터’를 함께 한 조의석 감독의 제안에 반가웠고, 그다음엔 디스토피아 세계관에 매료됐다고 했다. 그는 “그 당시 우리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흥미로웠다”면서 “대본을 보면서 각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 났다. 5-8이라는 사람이 궁금해서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김우빈도 출연 제안을 받고 원작을 읽어봤다고. 김우빈은 “너무 재밌더라. 근데 드라마는 감독님이 각색을 해서 캐릭터들도 새롭게 만들었다. 5-8이라는 인물이 원작에도 있지만 드라마에서는 전혀 다른 색깔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대본에 집중해서 인물을 만들어 가려고 했다”라고 했다. 단 원작 팬들을 고려해 외형적인 느낌은 원작과 최대한 비슷하게 표현하려고 했다고.
김우빈이 이번 작품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5-8의 마음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난민 학살을 눈앞에서 목격한 난민 출신의 5-8은 택배기사가 돼 천명그룹에 대항하는 블랙 나이트의 수장이 된다. 난민이었기에 난민의 아픔을 지나치지 못하고 그들을 도우며 정의를 구현하려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김우빈은 “5-8은 난민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버림받고 아파했던 인물이었다. 그 아픔을 알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까 생각하고 움직이는 인물이다. 그의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우빈은 “이 캐릭터를 통해서 뭘 보여줘야겠다는 생각보다 캐릭터를 이해하고 그의 마음이 관객분들에게 전달됐으면 하는 마음이었다”면서 “그런 생각들을 촬영하는 내내 놓지 않으려고 했다”라고 했다.
이번 작품에서 김우빈은 총기액션을 비롯해 다양한 액션신을 소화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우빈은 “액션신을 준비할 때에는 마음 가짐이 중요하다. ‘할 수 있을까?’ 보다는 ‘난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몸을 움직이면 도움이 된다. 이번에도 무술팀이 합을 보여주시면 ‘난 할 수 있다’라는 마음으로 연습했다. 액션신은 연습만이 답인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우빈은 “액션은 제가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리액션도 중요하다. 무술팀이 워낙 베테랑이라 제 액션을 잘 받아주셔서 좋은 장면이 많이 나왔다”라고 했다.
5-8의 과거와 현재의 액션에서 차이점을 두려 했다고. 김우빈은 “과거 5-8의 액션은 날 것의 느낌을 내고 싶었다. 그런 상태에서 세상과 난민 학살을 벌인 이들에 대한 분노를 담고 싶었다. 현재 시점의 5-8 액션은 기술적, 체력적으로 절제돼 있다. 극 중에서 5-8을 이용해 게임과 책이 만들어질 정도니까 얼마나 경험이 많겠나. 그런 느낌을 내려면 절제돼 있는 움직임이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우빈은 이번 작품에서 CG 연기도 소화해야 했다. 이에 대해 김우빈은 “일단 제가 ‘택배기사’ 촬영 전에 13개월 동안 ‘외계+인’ 촬영을 했다. ‘외계+인’ 끝난 다음에 나는 블루스크린 앞에서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어렵더라. 눈으로 보고 느끼면서 연기하는 거랑 상상하면서 연기하는 건 차이가 있더라”라고 했다.
“5-8은 모두가 행복하길 원하는 사람이에요. 저도 우리 모두는 사랑받기 위해서 태어났고, 행복해야 될 의무가 있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이 드라마를 보시고 많은 분들께서 스스로가 소중하고,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더 많이 사랑하고, 행복하게 지내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요.”
‘택배기사’는 공개 후 단 3일 만에 3122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비영어) 부문 1위에 올라섰다. 같은 부문에서 대한민국을 비롯해 오스트리아, 프랑스, 독일, 이집트, 홍콩, 필리핀, 브라질 등 65개 나라의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에 대해 김우빈은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봐주시고 계셔서 너무 놀랐고 감사하다. 잘 믿기지 않는다. 그런 상황이. 팬분들이 같이 작품을 즐겨주시는 느낌이어서 행복한 마음이다”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우빈은 비인두암 투병으로 활동을 중단한 뒤, 치료에 전념해야 했다. 이후 건강을 회복하고 영화 ‘외계+인’부터 드라마 ‘우리 안의 블루스’, ‘택배기사’까지 열일을 이어오고 있다. 연이은 작품 활동에 피로할 수도 있지만 김우빈은 되려 감사하다며 웃어 보였다. 뜻하지 않게 해야 했던 휴식은 김우빈에게 생각의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해 놓칠 뻔한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작은 것이라도 감사와 행복을 느끼며 긍정적으로 삶을 이끌어가고 있었다.
“바쁘면 감사한 일이다. 행복하게 하려고 하고 있다”는 김우빈은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날 찾아주기를 바랐는데 일이 많아지니까 몸이 힘들어서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가 원했던 일이지만 막상 현실로 다가오니까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 돼 놀랍더라. 그때부터는 감사한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다”라고 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
택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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