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 인사이드] CFD 수수료 경쟁 열 올린 증권사들…사고 터지자 좌불안석

조슬기 기자 2023. 5. 18. 17:00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근 증시를 뜨겁게 달군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의 원인으로 증권사의 차액결제거래(CFD) 상품이 꼽히고 있죠. 

증거금을 내고 증권사가 대신 주식을 매매해 차익은 투자자에게 주고 증권사는 수수료를 가져가는 장외파생상품인 CFD는 40%의 증거금만으로 대량의 주식을 매매한 것과 같은 높은 레버리지(차입) 효과를 볼 수 있는 고수익 고위험 금융투자 상품인데요.

돈이 없어도 증권사에 자금(전체 60%)을 빌려 투자가 가능한 이 같은 '외상 거래'는 소위 돈 좀 있는 고객들에게 인기가 많았습니다. 

누가 매수하고 매도하는지 잘 드러나지 않을 뿐더러 매매 창구도 CFD 계약을 맺은 국내 증권사가 아닌 외국계 증권사로 잡히다 보니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CFD가 대주주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투자 상품으로 입소문이 퍼지며 자산가들의 투자를 부추기는 역할도 톡톡히 했는데요. 

증권사들은 소위 돈 좀 있는 전문 자격을 갖춘 개인 투자자들에게 이 같은 장점(?)을 적극 어필하며 CFD 판매에 열을 올렸습니다.

특히, 신용공여 한도(자기자본 100% 이내)를 준수해야 하는 다른 상품과 달리 CFD는 이와 같은 규정이 없어 자기자본이 크지 않은 중소형사들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는데요.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실이 공개한 금융감독원발 CFD 거래 잔액 주요 증권사 목록에 중소형사들의 이름을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때마침 금융당국으로부터 들려 온 개인 전문투자자 금융투자상품 잔고 기준 완화 소식은 증권사들에게 단비 같은 소식이었는데요.

2019년 금융위원회가 모험자본 육성 명목으로 종전 필수 잔고 기준 5억원을 5천만원으로 90%나 내려 잡자, CFD 판매에 뛰어들었던 증권사들은 저마다 업계 최저 수수료율을 내세우며 CFD 판매에 더욱 박차를 가했습니다.  

고위험 금융투자 상품을 최저 수수료를 앞세워 적극 홍보한 덕분에 CFD 개인 전문 투자자 수는 2019년말 3천331명에서 2023년 3월말 기준 2만7천584명으로 급증했는데요.  

증권사들의 이러한 CFD 판촉 경쟁은 SG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터지기 직전까지 계속됐습니다.

금융투자협회 집계를 통해 확인된 증권사별 온라인 비대면 고객 대상 CFD 상품 서비스 수수료 현황을 보면 증권사들은 0.1% 안팎의 수수료율을 제시하며 치열한 CFD 가입자 유치 경쟁을 펼쳐왔는데요.

메리츠증권과 삼성증권이 0.015%, KB증권이 0.7%, 키움증권·하나증권·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 0.15%, 신한투자증권 0.195%, 유진투자증권 0.225%, 교보증권 0.225%(매수)·0.425%(매도) 순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러나 CFD가 촉발한 대규모 하한가 사태로 수십억원을 날린 투자자들이 속출했고 CFD 반대매매 물량이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아 손실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 투자자들의 인증 글이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CFD 투자자들의 계좌가 주가폭락 사태로 순식간에 시퍼렇게 멍들었다는 소식에 증권사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CFD 상품 판매 경쟁을 접고 신규계좌 개설 중단 조치에 나섰는데요. 

지금은 온라인 비대면 CFD 계좌 개설 고객 기간 한정 최저 혹은 무료 수수료 이벤트 같은 문구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증권사들은 되려 CFD 투자자들이 손실 정산을 하지 못한 데 따른 미수 채권을 떠안아야 할 처지에 놓여 있는데요. 

CFD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증권사들의 피해 규모가 많게는 수천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는 상황입니다.

일부 자산가들의 유망 투자처로 불리다가 어느새 대규모 하한가 주범으로 몰린 CFD 상품의 민낯이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를 계기로 실체를 드러낸 이상 증권사들은 이번 논란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습니다. 

CFD 마케팅에 지나치게 목을 멘 나머지 정작 상품이 가진 위험성은 간과했기 때문인데요. 
 
만약 손실 정산을 못 한 CFD 투자자가 개인 파산 절차를 밟게 되면 최종 손실은 자신들이 떠안을 수 있다는 일말의 우려가 진짜 현실이 될 줄은 증권사들도 몰랐을 겁니다. 

돌이켜보면 CFD 상품을 경쟁적으로 판매해 온 데 반해 리스크 관리와 대처에 소홀했던 대가를 증권사들이 뒤늦게 톡톡히 치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당신의 제보가 뉴스로 만들어집니다.SBS Biz는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홈페이지 = https://url.kr/9pghjn

짧고 유익한 Biz 숏폼 바로가기

SBS Biz에 제보하기

저작권자 SBS미디어넷 & SBS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SBS Bi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