휩쓸릴 것인가, 헤쳐갈 것인가…‘영꼰’ 박윤조의 홍보업계 분투기 ‘레이스’[스경연예연구소]
기자 일을 하면서 주변에서 대학생들이나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이 ‘홍보’ 관련 일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면, 보통 “다시 한번 찬찬히 생각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말해오곤 했다.
물론 그들의 열정이나 꿈을 낮잡아 보는 것은 아니지만 기자로서 바로 곁에서 지켜보는 그들의 삶이 결코 녹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낮과 밤이 없는 것은 기본이고, 자신의 회사에 이슈가 터지면 주중이고 주말이고, 근무일이고 휴가일이 없었다. 그래서 좀 더 그 일의 밝은 면만큼 힘겨운 면도 살펴보고 꿈을 품어주길 바랐다.
그런 이유에서 좋은 교보재 같은 작품이 등장했다. 지난 10일부터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되기 시작한 드라마 ‘레이스’다. ‘레이스’는 홍보 업계를 배경으로 대기업 내부의 홍보팀 이른바 ‘인하우스’ 홍보팀으로 적을 옮겨 생활하는 홍보대행사 출신 박윤조(이연희)의 분투기를 다루고 있다.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많이 본 ‘오피스 드라마’의 틀을 갖고 있다. 2014년 히트한 tvN 드라마 ‘미생’ 이후부터 안착하기 시작한 형식인데 아직 성장을 완벽하게 하지 못한 주인공이 큰 조직의 일원으로 들어가 처음에는 시련을 겪다가 멘토를 만나 성장하는 이야기다.
‘미생’의 장그래 역 임시완으로 박윤조 역 이연희를 치환하고, 오상식 역 이성민의 역할을 구이정 역 문소리가 한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박윤조는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홍보를 대행하는 대행사에 있다가 친구 류재민(홍종현)이 다니는 그룹 세용의 채용에 합격해 회사를 다닌다.
하지만 그 방식이 파격적이라 사내의 텃세에 시달린다. 현재까지 공개된 4회에서는 앞으로 멘토가 될 구이정의 등장과 함께 박윤조의 시련이 주로 다뤄지고 있다.
그런데 이 박윤조의 입지가 다른 작품과는 조금 다른 결을 만들어낸다. 1회에서 박윤조는 나름 다니는 회사의 팀장으로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한다. MZ세대인 후배들은 다급한 업무지원 지시에도 전화기를 꺼놓기 일쑤고, 자초지종을 묻는 자리에서는 회사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으며 퇴사를 자연스럽게 말한다.
이 부분에 화가 난 윤조에게 친구는 “영꼰?”이라고 되묻는다. 요즘 말로 ‘영(Young)한 꼰대’ 즉 ‘젊은 꼰대’를 이르는 말이다. 이 드라마의 많은 시련은 윤조가 ‘영꼰’이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는 자신의 업체가 참여하는 경쟁 PT가 이미 경쟁업체가 참여하는, 내정된 행사임을 알면서도 대표가 “경험이나 쌓아보자”고 하는 말에 수긍한다. 그리고 홍보대행사보다는 대기업이 더욱 좋은 처우나 환경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큰 시스템으로의 편입을 원한다.
이는 자신이 원하는 바에 당당하고, 조직의 규모를 개의치 않는 요즘 젊은 세대의 생각보다는 조금 더 수구적이다. 박윤조는 1990년생이 자신이 ‘90년대 생도 아닌 30대의 애매함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바로 박윤조의 이 마음이 기존 시스템의 부조리를 초반에는 느끼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결국 박윤조에게는 기존 시스템에 휩쓸릴 것인가, 아니면 이 역류를 헤쳐가 무언가를 성취할 것인가의 딜레마가 남는다. 외부의 적은 헤쳐갈 수 있지만 마음속 큰 조직을 원하는 마음은 박윤조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다. 그 스스로 ‘꼰대’에서 벗어나야만 성취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레이스’는 ‘미생’에 비해서 주인공에게 훨씬 복잡한 가치관과 내면을 심어놨다. 단순히 일을 배워가기만 하면 되는 장그래와 달리 박윤조는 ‘영꼰’으로서의 자신과도 이별해야 한다. 여기서 조그마한 차이가 생기기 시작한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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