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진구보건소, 무면허자 약 조제한 약국 ‘철퇴’… “행정처분·고발 조치”

시민 “내가 무면허자가 조제한 약 먹었다고?” ‘분통’
“일벌백계로 건강 위협하는 양심불량 뿌리 뽑아야”
시민단체 “약국-보건소, 담합 의심 철저히 조사해야”

부산 부산진구보건소가 관할지역 한 약국이 약사면허가 없는 사람을 고용해 약을 조제하게 한 것에 대해 영업정지와 함께 고발 조치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부산진구 당감동 대형병원 앞에 자리한 이 약국은 면허가 없는 가족, 지인 등을 고용해 수년간 환자들의 처방전 약을 조제하게 하고 환자에게 약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며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보자는 “12년을 지켜보았지만 약사가 조제실에 들어가 검수하거나 지도하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다”며 “조제실에는 가족이거나 직원 1명이 들어가 처방전대로 약을 조제했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부산진구보건소 의약관리 담당 관계자는 “제보된 영상과 언론보도를 토대로 최근 해당 약국을 상대로 조제실 환경과 여러 가지 상황을 확인해 본 결과 무자격자 조제 확인을 했다”며 “약사법 위반으로 행정처분과 함께 경찰서에 고발 조치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조사를 통해 약국 1인 75건 이상 조제 건에 대해 밝혀지면 환수 조치는 어떻게 되나?라는 질문에는 “과태료 처분과 고발 조치에 대해 우리가 심평원에 통보를 하면 수급이나 청구에 대한 결함은 심평원에서 조사를 해서 가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1인 약사가 있는 약국에 대해 제보와는 별개로 무면허 조제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수시 점검이 필요하지 않나?라는 질문에 부산진구보건소장은 “앞으로라도 병원 주변의 환자 접근과 상황을 고려해 합리적인 의심을 가지고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무면허 직원을 고용해 약을 조제해 약사법 위반 의혹을 받는 부산 부산진구 당감동에 위치한 A약국

부산진구보건소 의약관리 담당 관계자는 “이 같은 위법 사실에 대한 점검과 관리도 필요하지만, 정확한 업무 지침 라인이 없다 보니 지도·감독에 조금은 모호한 입장인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 계기를 토대로 부산시와 보건복지부를 통해 자동 조제기 운영에 대한 점검 가이드라인을 요청한 상태다. 시가 보건복지부에서 질의응답을 받아 내려오면 보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무면허자가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조제한 행위는 상당한 주의와 감독이 필요함에도 이를 게을리하거나 법령을 위반한 경우 약국의 대표자는 5년 이하의 징역 5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약국의 한 종사자는 “약사법상 의약품 조제 행위는 국민의 건강과 직접적으로 직결되어 있다”면서 “의약품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약사의 조제·복약지도에 따라 알맞은 용량·용법을 지켜 복용해야 하기에 약사 이외에 의약품 조제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부산바로세우기연대와 부산경제살리기운동본부는 지난 15일 해당 약국과 보건소 의약 계장을 상대로 구청 등에 고발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바로세우기연대 등은 고발장에서 “약사면허가 없는 사람이 약을 조제하고 있어 논란이 된 부산진구 당감동에 있는 A약국은 수년째 무면허 직원을 통해 약을 조제하고 있는 것을 고발하고, 엄벌에 처해 줄 것을 요청한다”며 “A약국 약사는 ‘대한약사협회 임원을 했고 부산시약사회 고위 간부를 한 것’으로 스스로가 이야기하는 입장에서 보건소 직원과 담합의 합리적인 의심도 드는 만큼 철저히 조사를 해주길 바란다”고 적시했다.

이 소식을 들은 한 시민은 “수십 년 동안 인근에 살면서 약국을 이용했는데 그동안 무면허자가 지어준 약을 먹었다는 사실에 충격과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면서 “그동안의 모든 불법을 낱낱이 밝히고 ‘일벌백계’해 더 이상 구민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스포츠동아(부산) | 김태현 기자 localb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