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송승헌 “비혼주의? 전혀 아냐…운명적 ♥ 믿는다” (종합)[DA:인터뷰]
송승헌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 인터뷰를 진행해 기자들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송승헌은 ‘택배기사’ 이야기의 시작과 관련해 “처음에 기획단계에서 감독님이 이야기한 전사가 있었다. 행성 충돌 이후의 상황이 시작이 아니라, 그 전 이야기가 사실 있었다. 아버지와 만물상 할배가 친구고, 학창시절부터 이야기가 있었다. 젊은 아버지 역할을 내가 하는 거였다. 1인 2역인 설정이 있었다. 그런 설명이 조금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라며 “시리즈다보니 한정된 회차가 있고, 그걸 다 담기엔 물리적, 시간적 (한계가 있었다). OTT 장르는 또 다를 수 있다. 그런 점들이 조금은 너무 설명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 점을 아쉬워했다. 다음에는 과거 이야기도 해보자고 했었다”라고 비하인드를 언급했다.
이어 “국내 팬들이나 국내 원작을 본 분들은 아쉬운 말씀은 하시는데, 해외는 가볍게 오락물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 한국에서 나왔다는 온도차가 있는 것 같다”라고 국내와 해외의 반응을 설명했다.
송승헌은 ‘택배기사’에서 자신이 맡은 류석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아버지가 만든 세계를 이어가야한다는 책임감, 하지만 한정된 자원과 산소 생산량이 모두를 다 데리고 갈 수 없다고 말한다. 그 점이 안타깝기도 하고, 악인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게 나는 류석의 행동이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류석 입장에서는 최선이었던 것 같다. 또 류석이 병이 있기 때문에 안쓰러워 보이기도 했다. 겉으로 봤을 땐 나쁜놈 같지만 연민도 느껴졌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5-8이나 사월이 입장에서는 류석이 나쁜놈이다. 현실세계에서도 입장에 따라 다르다. 한 현안에 따라 보는 시각차가 다르다. 입장차가 다 있는 것 같아서,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과도 비슷하다. 산소가 없는 세상에 살면 어떨까라는 막연한 걱정도 있다. 환경전문가들은 지구가 병들고 있고, 지구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정작 이런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없다. 이 작품을 하면서 자연다큐를 찾아보게도 됐다. 환경 문제를 운동가가 된 건 아니지만 걱정스럽기도 했다. 또 작품 촬영할 때 코로나가 제일 심할 때라 매일 PCR 검사를 했었기 때문에, 비슷한 팬데믹 세상이라 더 와닿았다. 지금 이렇게 마스크를 안 쓰고 있지 않나”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송승헌은 후배 김우빈에 대해 “우빈이는 아팠었고, 촬영장에서도 너무나 위험한 지경까지 갔었다고 하더라. 하루하루가 행복하다고 했다. 너무나 감사하다고. 이 친구가 아픔을 겪었던 걸 이야기 하는 게 뭔지 알겠더라. 우빈은 그래서 그런 행복을 더 느끼는 것 같다. 그런 이야기를 가끔 하곤 했다. 그래서 우빈이를 보면 어른스럽고, 나는 그 나이 때 못 그랬던 것 같다. 쟤가 왜 저러지 할 정도였다. ‘마스터’를 할 때도 조의석 감독이 괜찮다고 하더라. 막상 같이 촬영하니 어린데도 어른스럽다는걸 많이 느꼈다. 아픔을 극복한 걸 들었을 때 성숙하구나 생각했다. 후배지만 배울 점이 많았다”라고 극찬했다.
데뷔 28년차가 된 송승헌은 과거를 회상하며 “엊그제 같은데 다들 기자들이 누나, 형들이었다. 주변을 보면 내가 이렇게 나이가 많다. 시간 참 빠르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부족한 것도 많고, 아직까지 배우로서도 만족하며 연기를 하지 못하지만, 찾아주시고 작품을 봐주시는 게 감사하다. 이런 생각을 어릴 땐 못했다. 어릴 때부터 연기자가 꿈도 아니었고, 운이 좋게 배우의 길을 가게 됐다”라며 “‘인간중독’을 하면서 편해졌다. 나에게 대해 가지고 있던 캐릭터나, 사람들이 보는 송승헌에게 바라는 걸 내려놓을 수 있는 캐릭터였다. 그 다음부터는 편해졌다. 정의롭고 착하고 멋진 역할만 하면 평가가 호의적이지 않았다. ‘미쓰 와이프’에서 했던 역할처럼 빈틈 있는 남편 같은 내려놓는 모습을 좋아해주시더라. 그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거짓말 같지만 요즘이 더 재밌다. 20대 때 재밌게 연기를 했으면 더 좋은 배우라는 소리를 듣지 않았을까 싶다. 그때는 일이라 재미가 없었다”라고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2002년 영화 ‘일단 뛰어’ 이후 약 20년 만에 재회한 조의석 감독과 송승헌의 친분은 유명하다. 송승헌은 조의석 감독과의 호흡과 관련해 “그때는 감독님도 데뷔작품이었고, 그때 굉장히 예민했다. 그 작품 때의 감독님은 예민했다. 촬영할 때는 친하게 못 지냈다. 후반작업을 하면서 친해졌다. 그땐 감독님도 여유가 없어서 부담감도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감독님도 잘나가는 감독님이 되면서, 첫 촬영 전날 감독과 배우로서 오랜만에 만나니 묘하고 설렜다. 현장에서 20년 만에 보는데 묘했고, 마지막 촬영 끝나고 나서 ‘수고했다’고 하는데 찡했다. 20대 때 만난 친구들이 시간이 이렇게 흘러서 40대에 만나 작품을 한 게 좋았다”라고 남다른 소회를 설명했다.
송승헌은 자신을 향한 오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송승헌은 “편한 사람과 있을 때와 아닐 때가 다르다. 예전에는 내성적이고 소심했고, 불편한 걸 싫어했다. 싸가지 없게 보이는 오해를 받은 것 같다. 어렸을 때는 철이 없기도 했지만, 먼저 다가가는 성격도 아니었다. 나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런 걸 바꿔볼까, 이왕이면 누군가가 나에 대해 욕을 하기보다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게 좋으니까. 누군가와 새로운 만남을 할 때 조금 더 다가가야겠구나, 그게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걸 느꼈다”라고 말했다.
송승헌은 대중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기억되고 싶을까. 송승헌은 “풋풋한 20대 사랑을 할 순 없잖나. 그렇지만 멜로의 감성을 놓치고 싶진 않다. 멋지게 늙어가고 싶다”라며 “훌륭한 연기자가 아니라, 그걸 떠나서 ‘괜찮은 놈이야’라는 듣고 싶다. 그렇게 나이 들어가고 싶다. 그런 이야기 듣기 쉽지 않다.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송승헌은 예능 출연에 대해 “‘출장 십오야’나 ‘SNL’을 보고 너무 재밌게 보고 좋았다고 하더라. 대중들은 처음 보는 모습이고 꾸미지 않은 자연인 모습을 본 게 새로운 것 같다. 그런 거 때문에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신기했다. 어린 친구들 보고 박수친 것뿐이었다. 가서는 경험하지 못한 MT에 놀러간 듯 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송승헌은 ‘비혼주의’냐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 전혀 아닌데, 올해 들어서 어머님이 갑자기 결혼 안 하냐고 하시더라. 그런 이야기를 잘 안 하셨다. 소지섭도 가버리고, 진짜 비혼주의는 동엽이 형이었는데 너무 좋으니까 빨리하라고 했다. 결혼한 사람들이 아이랑 같이 있는 거 보면 부럽더라. 운명적인 사랑을 아직도 믿는 순진한 청년이다”라고 답했다.
한편 지난 12일 공개된 ‘택배기사’는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 수 없는 미래의 한반도, 전설의 택배기사 ‘5-8’과 난민 ‘사월’이 새로운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그룹에 맞서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송승헌은 황사로 가득한 바깥과는 상관없는 삶을 사는 듯한 천명그룹의 대표 류석 역할을 맡았다.
동아닷컴 최윤나 기자 yyynn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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