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이 다녀간 스쿨존 ‘노란 횡단보도’는 아이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을까
보행자 안전 지키고 운전자에겐 어린이보호구역임을 알리는 차원
여전히 부족한 안전의식…제때 감속 못해 횡단보도 침범하기도
30초간 파란불이 들어와 있던 차량 신호등이 주황불로 바뀌고 잠시 후 빨간불이 켜졌다. 5초 정도 간격을 두고 횡단보도의 보행자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자 책가방을 멘 채 기다리던 아이들이 왕복 4차로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길 건너던 아이들의 시선이 횡단보도를 다소 침범한 차량으로 향했다. 이 차는 조금 전 차량 신호등이 주황불로 바뀔 때 제때 감속하지 못한 듯 정지선을 넘어 범퍼에서 앞바퀴까지가 횡단보도에 걸쳤다. 보행자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고 차량 신호등에 파란불이 들어오자 조금 전 상황이 무안했던 듯 차는 속도를 높여 이곳을 빠져나갔다.
앞서 지난 17일 윤희근 경찰청장 등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주요 안전시설물을 점검하고 학부모·학교 관계자 등과 간담회를 열었던 서울 구로구 덕의초등학교 정문과 맞닿은 횡단보도의 18일 오후 풍경이다.
학교 정문을 등진 채 좌우로 약 15·30m 떨어진 곳에 설치된 길이 약 20m 횡단보도는 서울 시내에서 최초로 ‘노란색’으로 그려졌다. 이 학교의 어린이보호구역은 과거 ‘도로 위의 암살자’로 불렸던 화물차 판스프링을 업사이클(upcycle·재활용품에 활용도 등을 더해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한 안전 울타리가 2021년 8월 총 14개 설치된 곳이기도 하다.(세계일보 2021년 12월11일자 기사 참조)
안전한 등하굣길 환경 조성을 위해 올해 초 어린이보호구역 체계적 관리를 위한 안전시설 등 실태조사를 의무화하고 통합관리시스템 구축 등 도로교통법 개정을 완료한 경찰은 오는 하반기 ‘노란색 횡단보도’와 ‘어린이보호구역 기·종점 노면 표시’를 도입하고 ‘방호울타리’도 확대 설치할 예정인데, 특히 올 7월부터 노란색 횡단보도가 그려질 어린이보호구역은 무려 1만6000여곳에 달한다.
보행자 안전을 지키고 운전자에게 어린이보호구역임을 강력히 알리는 차원이라는 게 노란 횡단보도 설치 배경에 관한 경찰 설명이다.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운전자가 횡단보도 색깔만으로 자신이 지나는 곳이 어린이보호구역임을 인식하게 했다면서, 지난해 8월부터 3개월간 전국 7개 시·도 12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3개월간 시범 운영한 결과 보행자와 운전자의 만족도가 모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도로교통공단이 지난해 10월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88.6%가 노란색 횡단보도가 보호구역을 인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운전자 10명 중 6명(59.9%)은 노란색 횡단보도 표시를 보고 정지선을 잘 지키게 됐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서두에서 봤듯 부족한 안전 의식을 드러내는 운전자는 여전히 존재했다. ‘횡단보도 색깔이 문제가 아니다’라던 누리꾼들 도 어린이보호구역의 보행자 안전 확보를 위해 수년 전부터 전국 곳곳에 설치된 ‘옐로 카펫(노란 삼각형)’이나 ‘노란 신호등’과 같은 시인성 강화 사업 속에서도 끊이지 않는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와 맞닿아 있다. 안전의무를 지키지 않고 보행자 안전을 존중하지 않는 운전자들이 존재하는 한 어린이보호구역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거다.
2021년 사례를 토대로 작성된 경찰청의 ‘2022년 교통사고 통계’를 보면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는 총 523건 발생했으며, 운전자의 법규 위반 형태로는 ▲ 안전운전불이행(34.8%) ▲ 보행자보호의무위반(26.8%) ▲신호위반(18.2%) 순으로 나타났다. 2020년 통계를 기반으로 작성된 ‘2021년 교통사고 통계’와 2019년 자료를 바탕으로 나온 ‘2020년 교통사고 통계’에서도 저마다 비율은 차이가 있었지만 보행자보호의무위반, 안전운전불이행, 신호위반 순으로 조사됐다.
보행자의 안전을 존중하지 않는 운전자의 행태는 ‘사고 유형별’에서도 그대로 나타나 2019~2021년 어린이보호구역 내 ‘차대사람’ 사고가 적게는 65%에서 많게는 80%를 차지했고, 추돌과 충돌을 포함한 ‘차대차’ 사고는 적게는 15%에서 많게는 35% 수준이었다.
강수철 도로교통공단 경영지원본부장은 노란 횡단보도 등에 관해 “운전자가 어린이보호구역에 들어왔다고 인지하게 하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운전자가 안전운전을 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모든 운전자가 위반 행위를 하는 건 아니므로 어린이보호구역에 들어왔다는 것을 안다면 감속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아무리 어린이보호구역이라고 해도 ‘내가 스스로 조심해야지’라는 운전자의 안전의식이 없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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