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안 개구리 안돼!' 틸리카이넨 감독이 해외 원정 강행한 이유

이석무 2023. 5. 1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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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프로배구 V리그 3년 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한 대한항공이 2023 아시아남자클럽배구선수권대회에 나간다고 하자 배구계는 고개를 갸웃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이 대회 참가를 강행한 이유는 선수들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서다.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당시 경험은 틸리카이넨 감독이 아시아 배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바레인팀 알 아흘리는 이 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 다음 시즌 V리그 삼성화재에서 뛸 예정인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를 '단기 알바'로 고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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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배구단 감독이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사진=KOVO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V리그가 막 끝났는데 선수들 쉬게 해줘야지 또 대회 나간다고?’

남자 프로배구 V리그 3년 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한 대한항공이 2023 아시아남자클럽배구선수권대회에 나간다고 하자 배구계는 고개를 갸웃했다. 우승팀이 왜 굳이 고생을 사서하냐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대한항공은 지난 14일부터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원래 지금은 치열했던 V리그 시즌을 마무리한 뒤 휴식을 취하면서 부상을 치료해야 하는 시기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시즌 말미에 대회 참가를 결정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의 의지가 강했다. 선수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쉬어야 하는 시기에 무리한 해외 원정이 자칫 부상으로 이어져 다음 시즌을 망칠 수 있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틸리카이넨 감독이 대회 참가를 강행한 이유는 선수들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서다. 3연속 통합 우승이라는 업적을 이룬 대한항공 선수들이 자만에 빠져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한국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멀리 가지 않고 아시아권에서도 더 높은 수준의 배구가 펼쳐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이 대회 유경험자다. 6년 전인 2017년 일본 프로배구리그팀인 토요타 고세이(현 울프독스 나고야의 전신)를 맡아 결승까지 올랐다. 결승에선 이란의 사르마예 방크 테헤란에 져 준우승에 머물렀다.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당시 경험은 틸리카이넨 감독이 아시아 배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더 높은 수준의 배구를 보여주겠다는 틸리카이넨 감독의 의도는 맞아떨어졌다. 드미트리 무셜스키(러시아)와 사에드 마루프(이란) 등 세계 톱클래스 선수가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체격과 힘, 기술 모두 V리그 수준을 훨씬 웃도는 선수들이 상당수였다.

그들을 숙소와 경기장에서 직접 만난 대한항공 선수들은 상당히 놀란 모습이었다. 아울러 자극도 충분히 받았다. 특히 국내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던 젊은 선수들에 더 큰 효과가 컸다. 틸리카이넨 감독이 원했던 그림이었다.

이번 대회는 우승 상금이 없다. 하지만 참가 팀들은 아시아 최강 클럽이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배구 강팀들이 대회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선수들의 승부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바레인팀 알 아흘리는 이 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 다음 시즌 V리그 삼성화재에서 뛸 예정인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를 ‘단기 알바’로 고용했다. 2주 동안 팀에서 뛰면서 수당 1만달러(약 1300만원)를 제시했다. 우승을 차지하면 추가로 1만달러를 더 받는 조건이다.

V리그 강행군으로 이번 대회 휴식이 유력했던 토종 에이스 정지석이 두 번째 경기부터 출전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틸리카이넨 감독이 준비한 것은 이게 끝이 아니다. 새로운 자극을 준비하고 있다. 틸리카이넨 감독의 고국 핀란드 국가대표팀이 한국으로 날아온다. 핀란드 대표팀은 오는 9월 말 또는 10월 초 일본에서 열리는 2024 파리올림픽 예선을 치르기 위해 한국에 베이스캠프를 차린다. 핀란드는 대한항공과 연습 경기를 치르며 올림픽 예선 경기를 준비한다.

세계랭킹 24위 핀란드와 연습 경기는 대한항공 선수들이 세계 수준을 경험할 절호의 기회다. 한국은 세계랭킹이 34위라 상위 24개국이 출전하는 올림픽 예선에 나가기 어렵다.

대한항공은 2승1패로 조별예선 3경기를 마치고 8강에 올랐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젊은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경험의 장을 만드는 게 목표다”며 “선수들이 더 높은 무대를 경험하고 싶다는 목표를 갖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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