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년 역사 호텔도 문 닫는다…대전 유성온천에 무슨 일이
1000만명 관광객 90만명대로 크게 줄어
“개발 아닌 보존 가치에 대해 고민해야”
108년 역사를 지닌 대전 유성호텔이 내년 3월 문을 닫는다. 국내 대표 온천 관광지인 유성온천지구를 찾는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인근 호텔들도 잇따라 폐업하고 있다.
18일 유성구 등에 따르면 1915년 개관한 유성 최초의 관광호텔인 유성호텔이 경영 악화 등의 이유로 내년 3월까지만 운영한다. 현재 호텔 자리에는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유성호텔과 함께 유성온천지구 인근 대표 호텔로 꼽히던 리베라호텔과 아드리아호텔도 2018년 경영 악화를 이유로 폐업했다. 유성구 관계자는 “온천시설이 노후화되고 콘텐츠가 부재하는 등 변화하는 관광트렌드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최근 지역상권이 침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성온천지구는 1994년 국내 첫 온천관광특구로 지정됐다. 당시만 해도 전국에서 10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렸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 관광객은 93만3000여명으로 100만명대 아래로 떨어졌다.
관광객들의 반응도 냉랭하다. 지난 13일 가족과 함께 유성온천문화축제를 찾은 정구숙씨(50대)는 “간만에 유성구를 왔는데 주변에 하루 머물 곳이 마땅찮다”고 말했다. 정씨는 축제만 즐긴 후 당일 집으로 돌아갔다.
유성구는 유성온천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2020년부터 유성온천지구인 봉명동 일원에 국제온천지구를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유성온천 일원에 온천문화체험관을 만드는 등 공연·전시·문화 체험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 곳에서 국제유성온천포럼·학술대회 등도 개최하겠다는 것이 유성구의 계획이다.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송학준 배재대 호텔항공경영학과 교수는 “지역의 랜드마크이자 역사·문화적 상징이었던 유성호텔 등의 줄폐업은 일자리 감소는 물론 지역의 수익 감소와 관광 산업 동력 상실로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지속 가능한 관광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개발이 아닌 보존의 가치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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