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청년 5명 중 1명이 실업자…‘제2 천안문 사태’ 재현될라
부랴부랴 대학 졸업생 취업 확대 정책
2년 전 중국 허난성의 한 담배공장 생산직 신규직원 135명 중 3분의 1이 석사 학위 이상 보유자라는 보도가 나왔을 때만 해도, 중국 사회는 이 일이 곧 닥칠 보편적 현실이라고 믿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청년 실업률이 20.4%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하자 중국은 청년실업이 미래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중국 정부는 고학력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마련 대책을 연일 발표하고 있지만, 당국의 정보기술(IT) 업계 단속과 미국의 반도체 제재 등으로 대졸 취업자들이 원하는 일자리는 쉽게 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년층의 경제적 좌절이 정치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져 제2의 천안문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17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교육부가 올해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 확대를 위한 정책을 내놓고 100일 전력질주에 나선다고 소개했다. 전국 대학 캠퍼스에 기업들의 채용 정보를 제공하고, 일자리 맞춤형 교육도 강화하는 게 골자다.
교육부가 부랴부랴 취업 문제에 발벗고 나선 이유는 치솟는 청년층 실업률 때문이다. 전날 중국 국가통계국은 4월 16~24세 청년 실업률이 20.4%로 집계돼 관련 통계 집계(201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체 실업률(5.2%)의 거의 4배다. 중국 청년 5명 중 1명이 실업상태라는 이야기다.
특히 오는 7~8월 사상 최대 규모인 1158만명의 대졸자가 취업 시장에 뛰어들어 청년 실업률은 더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CNN은 “중국은 실업률을 백분비로만 소개할 뿐 정확한 실업자 수를 공개하지 않는다”면서 “CNN 자체 추산 3월 기준 중국 청년 실업자는 1100만명 이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 각지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층의 불만은 인터넷에서 ‘쿵이지(孔乙己 공을기) 문학’ 유행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쿵이지는 중국 근현대 작가 루쉰(魯迅)의 동명 소설 속 주인공이다. 청나라 말기 지식인인 쿵이지는 과거시험에 연연하다 밥벌이조차 못하는 인물이다. 저임금 일자리만 있는 현실에서 중국 청년층은 대학 졸업장에 걸맞은 직장을 찾는 자신들의 모습을 ‘쿵이지’에 빗대고 있다.
청년층 실업 문제가 단순한 일자리 부족 때문은 아니다. 제조업계에서는 여전히 노동력 부족을 호소한다. 중국의 인적자원사회보장부는 2025년 제조업에서 약 3000만명의 일손이 부족할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 또한 “코로나19 관련 봉쇄로 대학 졸업생 대부분이 기업 인턴십 등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면서 “교육개혁을 촉진해 사회가 필요한 직업 훈련이 이뤄져야 한다”며 구조적인 문제를 인정했다.
중국 당국은 심각한 청년 실업 문제가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되는 것을 넘어 대규모 사회 불만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지적했다. 1989년 청년층 실업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좌절이 천안문 시위의 불씨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제로 코로나’로 불리는 중국 정부의 고강도 방역 조치에 항의하는 시위를 주도한 것도 청년층이었다. 이들의 불만은 시진핑 주석의 장기 집권체제인 ‘시-이즘(Xi-ism)’에 대한 반대로 이어졌고, 당시 시위대는 ‘시진핑 퇴진’을 요구했다.
청년층의 분노가 더 곪아터지기 전에 당국 또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묘안을 내지 못하고 있다. 미·중 갈등으로 중국의 반도체·전자 기업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최근 들어 IT기업 규제에 나서면서 고학력층을 위한 일자리는 되레 줄어들고 있다. 화웨이는 신규채용을 중단했고, 알리바바는 지난해에만 최소 1만5000명을 감원했다. 중국 상위 100개 기업 중 3분의 2 가량이 대학 졸업생 채용 인원을 줄였다.
컨설팅 기업 ‘가베칼 드래고노믹스’의 중국 연구 부국장인 크리스토퍼 베도는 “중국 소비시장이 살아나면 서비스업 분야에서 청년 취업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심각한 청년 실업을 끌어올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경제 확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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