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LNG선 신제품’ 그리스서 첫 공개한 까닭
삼성중공업이 세계 최대 선박 발주처로 꼽히는 그리스를 찾아 ‘기술 로드쇼’를 열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새로운 디자인을 이날 그리스에서 처음 선보였다.
삼성중공업은 17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에서 ‘삼성 기술 로드쇼’를 열고 선박 신제품을 공개했다고 18일 밝혔다.
대표적인 신제품은 ‘3카고탱크(Cargo Tank)’ LNG 운반선이다. LNG 운반선의 화물창은 통상 4개로 구성되는데 이를 3개로 줄였다. LNG가 화물창에 닿는 면적을 줄여 ‘기화율(LNG 화물탱크에서 자연 증발하는 가스의 비율)’을 5% 이상 개선했으며, 화물창에 필요한 장비·부품 숫자도 최소화해 유지보수 비용을 크게 낮춘 것이 특징이다.
‘에코 컨테이너선’도 공개됐다. 운항부와 거주구를 분리해 컨테이너를 최대 8% 더 실을 수 있도록 추가 적재 공간을 확보했다. 아울러 향후 메탄올 및 암모니아 추진도 가능하도록 설계해,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선사들의 요구에 부응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이 신제품을 들고 가장 먼저 그리스를 찾은 이유는 간단하다. 조선업계 최대 ‘큰손’이라서다. 안젤리쿠시스그룹·나비오스그룹 등 세계 굴지 선주사들이 그리스에 다수 포진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도 그리스 해운사인 미네르바·가스로그를 비롯해 다국적 선사 등 총 35개사가 참석해 삼성중공업의 발표회를 지켜봤다.
UN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그리스가 전 세계 선복량(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6%로 1위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선박 발주처가 아무래도 그리스에 많이 포진해 있기 때문에, 해운 산업의 본거지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선박 투자를 신중하게 결정하는 그리스 선주들의 특성상, 중국 등 제3국 조선소보다는 기술력이 검증된 한국 조선소를 더 선호한다고 평가된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조선업계 수주량 중 20%는 그리스 측 주문으로 집계됐다.
국내 조선사들도 이런 이유로 그리스 선주사를 각별히 챙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안젤리쿠시스그룹 2대 회장이자 그리스 ‘선박왕’으로 불리는 고 존 안젤리쿠시스 회장의 사진이 각인된 명판 제막식을 열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안젤리쿠시스그룹은 1994년부터 현재까지 총 121척의 선박을 발주한 최대 고객이다.
다만 중국 조선소들의 존재감 확대는 불안 요인 중 하나다. 한국 조선업계의 ‘단골’ 중 하나인 그리스 선주 마리나키스 캐피탈마리타임과 안젤리쿠시스그룹 산하 마란 탱커스는 지난달 중국의 뉴타임즈조선과 최대 16척에 달하는 유조선 건조 계약을 맺었다. 올해 초에도 그리스 선사 에발렌드시핑은 중국 양즈장조선에 MR탱커(5만t 안팎의 유조선) 2척을 발주했다. 양즈장조선이 외국 선사로부터 MR탱커를 수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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